아내가 씩씩거리면서 묻습니다. “가는 호미 봤어?” 이럴 때 못 봤다고 대답해서는 곤란합니다. 답을 안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보지도 못한 호미가 있을 만한 자리를 대충 지목했다가는 엉뚱한 사달이 날 수도 있고요. 급히 써야할 것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일단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에 자칫 부부싸움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보통 호미는 배가 불룩한데 비해 가는 호미는 갸름하고 끝이 거의 직각으로 꺾여 있는 모양입니다. 모종 심을 자리에 홈을 내는 데에 요긴하게 쓰입니다. 밭 이곳저곳에 두고 쓸 작정으로 세 개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의 농촌융복합산업인(人)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제주민속식품, 사월의 꿩’(이하 사월의 꿩)의 강주남 대표를 선정했다.강주남 대표는 건강식품으로 사랑받는 제주 민속식품인 꿩을 엿으로 가공해 대중화했으며, 2014년에는 전통음식과 문화보전 프로젝트인 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에도 선정된 바 있다.맛의 방주는 199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슬로푸드 국제본부(비영리국제기구)가 진행하고 있는 전통음식과 문화보전 프로젝트다. 꿩엿은 특히 기관지를 보호, 감기예방에 탁월하고 부
가을이 제 아내에게는 우체통인 모양입니다. 편지봉투에 ‘봄파종’이라는 제목 아래 ‘방풍, 옥발토마토, 시금치, 오렌지 단호박, 왕오이, 골든베리’ 등이 적혀있군요. 각기 다른 제목이 달린 봉투들이 두툼합니다. 대부분 종자로 번식이 가능한 재래종이거나 고정종자들입니다. 많은 분들의 노력 덕분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씨로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작물들이 많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전해진 씨앗들이 아내의 편지봉투에 담겨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용하는 농작물 중 많은 것들이 종자번식이 거의 불가능
감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과일중에 하나로 북아메리카에서는 바나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과일로 알려져 있다. 또 감귤은 우리나라 전체 과일 중 생산량 1위(26.8%)를 차지하고 있고, 소비량 역시 14.3kg으로 최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만감류인 황금향(베니마돈나)은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배시켜 만든 품종이다. 과즙이 풍부하고 속껍질이 얇아 먹기 좋으며 신맛이 적고 당도도 한라봉에 버금간다. 또 특유의 향기가 있다.최고급 감귤로 각광11월부터 2월까지는 ‘감귤’의 계절이라고 할 정도로
농림축산식품부 9월의 우수 벤처·창업기업으로 농업회사법인 푸디웜 주식회사(대표 김태훈)를 선정했다.‘푸디웜’은 2016년에 창업한 청년기업으로 친환경 곤충 ‘동애등에’를 원료로 활용해, 단백질이 풍부하고 영양의 균형을 잡아주는 반려동물 수제간식과 사료를 제조·판매하고 있다.기업의 핵심 기술로 특허 등록된 로스팅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사료 제조 시 감칠맛과 향을 향상시켜 기호도를 높이고, 일반 곤충사료 유통기한이 약 1년인 것에 비해 이 기술은 유통기한을 2년까지
농림축산식품부는 9월의 농촌융복합산업인’으로 전북 부안군의 농업회사법인 슬지제빵소의 김슬지 대표를 선정했다.김슬지 대표는 찐빵은 어른들의 음식이라는 편견을 깨고 젊은층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질 좋은 국산재료와 특허제조 방법으로 오색찐빵·크림치즈찐빵 등 다양한 찐빵을 개발했다. 특히 우리밀과 팥, 소금 등 100%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고, 국내 유명 제빵프랜차이즈에 납품하고 해외 진출에도 성공해 지난해 철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젊은 농업인의 모델이 되어가고 있다.슬지제빵소는 전통 발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제4호 A-벤처스로 ‘(주)본프레쉬’를 선정했다.A-벤처스 제4호인 본프레쉬는 지역 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사업개발과 기술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본프레쉬는 샐러드에 적합한 품종을 농가에 직접 공급함과 동시에 계약재배를 통해 지역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주력 제품인 포장샐러드와 조각과일 생산시 발생하는 갈변현상을 방지하는 기술을 도입하고, 유통기한도 늘릴 수 있는 품종을 도입해 제품 신선도를 개선하는 성과도 이루었다. 특히 유통기한이 일반 양상추보다
가을이 성큼 다가섰습니다. 고추밭의 새빨간 고추가 제격이고, 한껏 몸을 불려 뚱뚱한 점박이 참개구리의 거동이 또 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미구에 닥칠 겨울잠을 일찌감치 채비한 모습이 보기 좋다가도 괜히 샘이 납니다. 가을걷이하느라 하루 내내 북새통을 벌이는 아내와 견주어 보면 얄밉기도 하고요. 사실, 아내와 제게 2019년 가을은 각별합니다. 십 오년간 애면글면, 때론 좌충우돌 지어온 농사를 뭉뚱그려 새 판을 짜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펼칠 우리부부 미래 농업의 기반을 닦자고 결의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노후 농사대책을 세우자는
아내는 오늘도 여느 때처럼 바쁩니다. 진작 만들어 둔 틀밭에서 쑥 뿌리를 캐내는가했더니 어느새 가지 밭에서 늙은 가지를 한 아름 안고 나옵니다. 저는 저대로 일 한답시고 부지런을 떠는데 아내가 야멸치게 한마디 합니다. “아, 올해도 배추가 늦었잖아.” 그렇습니다. 일에 치이고 부대끼다 보면 이 지경입니다. 이래가지고 오늘 배추 심는 거 끝내겠냐는 지청구를 들어가며 저는 배추모종을 가지러 부리나케 갑니다.아내와 마주앉아 배추를 심을 때면 아내는 서둘고 저는 천하태평이라 아내와 엇갈리기 일쑤입니다. 저는 그게 싫어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의 농촌융복합산업인(人)으로 경상남도 함양군 ‘천령식품’의 ‘신판수 대표’를 선정했다. 신판수 대표는 비타민C 성분이 많지만 쓴맛이 강한 여주를 특수 가공해 구수한 향의 여주혼합차를 개발했다. 또 즙, 엑기스, 환 등 제품 다양화를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동남아 등 해외 수출판로를 개척하며 국산 농산물의 부가가치 창출에 성공했다. 이와함께 신 대표는 국내최초로 여주작목반을 구성, 여주재배를 시작한 천령식품은 품질관리 및 재배기술 향상을 위해 정기적(연8회
글 제목 때문에 오해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립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더위를 이기는 법은 없습니다. 아내가 호미를 내동댕이치고 뽕나무 그늘 아래로 달아나 헐떡일 정도면 8월 폭염에 대처하는 법은 최대한 비겁하게 재빨리 피하는 것이 상책인 듯싶습니다. 아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겨 먹으려고 하지 마.” 부부 사이에 언쟁이 벌어질 때만 하는 말이 아닙니다. 농기계의 볼트를 너무 세게 조이거나, 막무가내로 밭일에 힘을 탕진하거나, 사소한 일에 정력을 낭비할 때에도 하는 말입니다. 아내는 과
아내와 제게는 기다림이 있습니다. 해마다 3, 4월이면 덤바우 아랫자락 저수지로 날아드는 청둥오리 한 무리를 기다립니다. 잊은 듯 지내다가 줄지어 헤엄치며 물낯에 금을 긋는 녀석들과 재회할 때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반가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매양 보는 산과 들의 풀과 나무들의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확연히 보입니다. 눈이 밝아지는 것이죠. 살아있는 것들이 해마다 같은 듯 다른 모양으로 어우러지는 풍경이 언제나 새롭습니다.장마가 지고 더위가 덤바우 가슴팍까지 뜨겁게 달구는 시절로 접어들 때면 가려움 같은 제 조바심을 아내가 달랩니다
밭작물, 특히 푸성귀를 많이 기르는 탓에 밭을 자주 갈게 됩니다. 요즘처럼 비가 잦으면 흙이 물러 제 때 밭갈이를 할 수 없어 애를 먹습니다. 흙이 좀 고슬고슬해졌다 싶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관리기 끌고 밭갈이에 나서야 합니다. 두둑한 이랑까지 만들고 나서는 아내와 함께 비닐 씌우기를 합니다. 비닐을 적당히 펼쳐놓고 이랑 양옆에 나란히 서서 비닐을 팽팽히 당겨 그 끝을 묻어나갑니다. 농사 초년 시절에는 한 나절을 매달려도 마치지 못했던 일들을 순식간에 뚝딱 해치웁니다. 매년 우리부부가 씌웠던 비닐의 총 연장 길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도대체, 개미 좀 어떻게 해야 한다니까!” 아내가 참깨 씨를 밭이랑에 넣다가말고 새된 목소리로 외칩니다. 밭을 고르던 괭이를 내던지고 아내 곁으로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까만 개미 한 마리가 하얀 참깨 씨 하나를 입에 물고 유유히 비닐을 가로지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그런 개미에게 분노하기보다는 득의양양한 표정입니다. 매년 참깨를 심을 때마다 낮은 발아율에 고민이 많았던 아내거든요. 날씨 탓을 하거나 눈 밝은 산새들 소행으로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자책하며 파종방식을 바꾸기도 하는 등 애를 써왔는데, 비로소 원
-요즘, 초여름에 가장 왕성한 것은 벌레들입니다. 날고 기고, 톡톡 튀는 것들이 우리 부부가 농사짓는 덤바우에 그득합니다. 사람을 성가시게 하고, 물리면 가려움과 통증을 동반하는 벌레들로 인해 애를 먹기도 합니다. 하루는 맨발로 농막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지네에 물려 데굴데굴 구른 적도 있습니다. 아내가 혀를 끌끌 차며 조심성 없는 저를 나무라지만, 그 역시도 벌에 물려 한쪽 눈이 퉁퉁 붓는 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어쩌면 이런 벌레들은 산과 들의 식물들과 가장 닮았습니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풀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들의 생존과
요즘 피는 꽃은 밤꽃이 대표적입니다. 여우 꼬리처럼 부숭부숭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이산 저산을 누렇게 물들입니다. 이런 밤꽃을 보는 아내와 제가 바쁩니다. 몇 년 전부터 밭가나 둔덕의 빈자리에 꽃을 심어보려고 했는데요. 꽃 심는 때가 워낙 농번기여서 번번이 지나치고 말아 여러해살이 꽃을 몇 가지 겨우 심을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올해는 부부가 작심을 하고 이른 봄부터 이런저런 꽃들 모종을 잔뜩 만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부부가 의기투합하는 바람에 너무 많아서 이미 꽃이 피고도 남았을 지금까지도 모종 심느라 허덕입니다. 모종판에서 이미
후드득 빗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듣자하니 제법 올 기세입니다. 저는 깜깜한 어둠에 대고 눈만 깜빡이며 기다립니다. 산과 들을 토닥이는 비와 그 허리를 가르며 지나치는 바람소리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어, 비다. 빨랑 나가서 묵나물 해놓은 것 좀 치우고 와봐.” 이건 제가 기대한 말이 아닙니다. 어리마리 잠에서 깨어나는 중에도 아내는 고작 나물 걱정이군요. 마뜩치 않습니다만, 괜한 지청구 듣지 않으려고 끙 일어나 농막 문을 열었더니 듣던 것보다는 빗발이 드셉니다. 채반에 널어놓은 쇠비름과 명아주를 되는대로 그러모
“요즘 고추는 약해서 묶어 세워줘야 하지요?” 어떤 분이 이렇게 자문하면서 과보호로 의존성이 높아져 약해빠졌다고 진단합니다. 부분적으로 맞는 말입니다만, 저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나아야 하는데, 자칫 찢어질 순간이 많은 우리 부부가 떠오른 것입니다.외줄기였던 고추가 자라 처음으로 두 갈래 줄기로 갈라지면서 고추가 왕성히 자라는 이맘때에는 바람과 비가 잦아 서둘러 지주를 박고 줄을 띄워 고추가 바로 서는 것을 도와야 합니다. 줄을 띄우는 목적이 고추의 쓰러짐을 막는 것인 만큼 들쭉날쭉 자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아내 말에 따르면 정성이 부족하면 노력해봐야 결과는 빤하다는 군요. 그 말에 토를 달자면 할 말이 없지도 않으나 마늘밭에 서서 마늘쫑을 뽑을 때에는 제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맙니다. 마늘쫑이 그 뿌리까지 고스란히 잘 빠지면 그 끄트머리에 속살의 보푸라기 같은 것이 묻어나오는데요. 밑동이 새하얗고, 투명한 수액까지 촉촉해서 무척 싱그럽고 탐스럽습니다. 매콤하면서 달달한 향마저 은은해서 그걸 뽑는 일은 늘 즐겁고 신기합니다. 더구나 밑동까지 뽑히며 내는 “뽁” 소리는 성숙한 마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의 농촌융복합산업인으로 강원도 철원군 ‘철원고추냉이가(家) 영농조합법인’의 박상운 대표를 선정했다.철원고추냉이가 영농조합법인은 고추냉이 수경 재배에 유리한 철원의 자연환경과 특허 받은 재배 기술을 이용해 국내 최대 규모의 물고추냉이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고추냉이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제품 개발 및 특색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농촌융복합산업화에 성공했다.2대째 가업을 승계하고 있는 박상운 대표는 사계절 13℃의 낮은 수온을 유지하는 철원 샘통을 활용,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원격으로 측정&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