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두 번 있는 민족 대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나흘간의 연휴 덕분에 직장인들에게는 반가운 두 번째 휴가이고, 멀리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에게는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즐거운 명절이다.  하지만 주부들과 가족들에게 있어 명절 끝에 찾아오는 ‘명절증후군’은 무섭기만 하다.
명절 생각만 하면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고 괜히 불안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 땅에 ‘며느리’라는 이름을 가진 수많은 여성들. 며느리들의 신종 직업병이 되어버린 명절증후군의 원인과 극복방법을 알아본다.


명절만 생각해도 스트레스받는 주부들

우리나라 주부들은 매년 명절 때마다 차례음식 장만은 물론, 매 끼니마다 대가족의 밥상과 손님 다과상을 마련하느라 설거지를 마쳤다 싶으면 금새 새 상을 차려야하는 일명 ‘음식과의 전쟁’을 치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딱 잘못하면 어른들께 지적을 듣기 일쑤이고 미혼인 시누이는 앉아서 상을 받는데다가 남편과 아이들은 부엌을 들락거리며 애써 만들어놓은 음식만 축내곤 한다.

뿐만 아니라 주부에게 있어 명절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과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끼지 못해 타성바지로서의 설움을 절감하는 날이면서, 형제자매들끼리 알게 모르게 비교를 당해 자존심이 구겨지는 날이고, 동시에 바리바리 준비해야하는 선물 때문에 가계부에 구멍이 나는 날이기도 하다.

이것저것 연휴 기간 내내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나면 명절이 닥치기 전부터 몸이 먼저 반응을 하게 마련이다. 평상시보다 훨씬 힘든 노동을 하게 될 것을 생각하니 미리부터 머리가 아프고 어깨도 아파지며 가슴이 답답하면서 몸살이 난 것처럼 온몸이 아픈 이른바 ‘명절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이다. 때로는 불안과 걱정으로 잠을 잘 못 이루게도 된다.

명절증후군, 스트레스질환의 하나

명절증후군은 전통적인 관습과 현대적인 사회생활이 공존하는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그 구체적인 원인으로는 귀향 과정의 장기이동과 생활리듬의 변화라는 기본적 스트레스 외에 강도 높은 가사노동과 휴식부족으로 인한 육체적인 부담, 게다가 명절을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서 도출되는 성차별과 시댁과의 갈등, 친정방문의 상대적 소홀 등으로 긴장, 분노 및 좌절감 등을 들 수 있다. 그로 인해 남편과 다투게 되고 자칫 가정불화로 확대되기도 한다.

이런 힘들었던 기억이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명절이 다가오면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경험들이 떠오르면서 다양한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때문에 명절증후군은 특정한 질병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우나 통증은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스트레스성 질환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명절이 가까워지면 많은 주부들이 불안, 초조, 우울, 불면, 두통, 어지러움, 위장장애, 호흡곤란 등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신체적 증상을 호소한다. 정서적인 불안이 심각해질 경우 우울증 증세로 발전할 수도 있다.

명절증후군 며느리만의 전유물이라고?

명절은 아내와 부모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남편, 취직이나 결혼을 하지 못한 청년들, 그리고 시어머니에게도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이 시대의 남편들도 주부 못지않게 명절증후군을 겪는다. 명절만 되면 아내가 여기저기 아프다며 짜증스러워하고, 시댁과의 관계에서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비치는 것을 보는 것이 결코 마음 편한 일이 아니다. 참고 봐주다가도 어느 순간 너무한다는 생각에 욱하고 화를 냈던 것이 번번이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곤 한다.

또한 시어머니들 또한 외지에 나간 자손들을 볼 수 있어 손꼽아 기다리곤 했던 명절이 언젠가부터 부담스러워졌다. 몇 명의 며느리가 있는 경우라면 해마다 번갈아 못 오거나 늦게 귀향하는 일이 이어져 명절 며칠 전부터 준비에 매달려야하는 큰 며느리한테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휴가 끝나고 자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면 적어도 1주일 이상은 외로움에 시달려야 하고 급기야 작년부터는 우울증으로까지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드미스들에게도 명절은 해마다 겪어야 하는 고역중의 하나다. 매년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서 가족 친지들에게 들었던 얘기들을 또 들어야 할 생각을 하면 별로 귀향길이 내키지 않는다. 시집가라는 얘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정작 시집을 못 가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당사자임에도 남들이 생각 없이 던지는 말들에 기분 상하는 것을 조절하기가 힘들다.

가족 모두가 함께 치료해야할 가족병

명절증후군이 있을 때 일반적으로는 대부분 그냥 참고 견디려고 한다. 그러나 무조건 참기만 하다보면 정신적으로 더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된다. 또한 상처받기 쉬운 시기인 명절을 그 동안 쌓여 있던 가족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기회로 삼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기도 하므로 모든 과정을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하는 사고가 도움이 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적절한 휴식을 자주 취해서 육체적 피로를 줄여주는 등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틈날 때마다 심호흡과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되도록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일을 할 때도 주위 사람들과 흥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특히, 주부들의 경우 본인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편을 비롯한 가족의 충분한 이해와 세심한 배려, 적극적인 협조가 절대적이다. 가족들이 도와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것이다. 장보기와 음식장만, 설거지, 청소 등에 함께 참여하고 함께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또한 가족들의 동의 하에 명절음식의 허례허식을 없앰으로써 주부의 일거리는 물론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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