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농촌 손 맛…맛있는 장으로 전해요”

“좋은 장맛을 내고, 또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까지는 전통의 힘과 노력이 필요하지요.”
춘천을 지나 홍천으로 가는 56번 국도에‘느랏재’라는 고개가 있다. 오래전부터 이곳 사람들이 이 고개를 넘어가려면 너무나 길고 험해 느릿느릿 올라가야만 했기에 이 고개 이름을‘느랏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느랏재의 길이가 10km나 되니 긴 고갯길이 분명하다. 이 느랏재를 넘어가면 ‘콩이랑 상걸리 전통장’이 나온다.

된장 등 장류 제품으로 2009년에 사업을 시작해 ‘맛있는 장’이란 이야기를 듣고 있는 변옥철 대표(53·강원 춘천시 동면 상걸리)는 강원지역에서 장류 가공의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는 억척 농사꾼이다.

변옥철 대표는 사실 이름으로만 보면 남자일 것 같지만 구슬옥(玉)에 맑을철(澈)을 쓰는 맑은 구슬이란 뜻의 아름다운 뜻을 가진 여성농업인이다.
변옥철 대표를 비롯해 최연화(55), 이금옥(54), 송인자(50)씨 등 4명이서 이끌고 있는 콩이랑 상걸리 전통장은 사업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춘천시 동면 상걸리의 맑은 물과 바람, 그리고 전통방식으로 담는 장맛은 일품이다.

“콩이랑 상걸리의 전통장은 오로지 상걸리에서만 농사지은 콩으로 담는다”는 변옥철 대표는 몸에 좋고 맛있는 된장·고추장 등을 직접농사지은 콩과 고추로 만들고 있다.

춘천시농업기술센터 생활자원과 김향순 지도사에 의하면 변옥철 대표는 생활개선춘천시연합회 동면회장을 하면서 여기저기 땅을 빌려 콩농사를 짓고, 다시 땅을 내어주기를 몇 년간 반복하던 중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장류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과 동업 개념으로 시작한 가공사업은 쉽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현재 4명이 상품개발과 제조·판매를 분담하고 있다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장 담그기 체험행사도 갖고 콩 80가마(72㎏)으로 메주를 만들었지만 주문에 다 댈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된장·고추장은 미국으로 시험수출도 진행 중이다.
변옥철 대표는 “장맛을 인정받는 비결이 춘천에서도 골짜기에 있는 동네라 물맛이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가스불이 아닌 전통식 가마솥에 콩을 삶고, 메주를 매다는 방식도 독특하게 하는 등 장을 담글 때 변옥철 대표만의 비법도 꽤 다양하다. 또 고추장은 지역특산물인 더덕과 메밀을 이용해 만들어 감칠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장을 먹어본 고객이 감사편지며 선물을 보내오고, 직접 찾아오는 소비자들을 대하면서 변옥철 대표는 그들에게 단지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어머니의 맛과 농촌의 푸근한 심성을 안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한다. 고향집 또는 친정에서 장을 퍼오는 것처럼.
또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메모하고 실험하는 게 일이라는 변옥철 대표는 장류 사업뿐만 아니라 후대를 위한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장류 사업이 조금씩 수익이 늘어나면 마을에 아이들을 위한 장학 지원도 하고 싶고, 사회에 환원도 조금 하고 싶어요. 우리도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도와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덧붙여 농업기술센터를 비롯한 관계기관에서도 사업지원 후에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는 당부도 있지 않았다.
부와 명예보다는 건강과 전통을 자존심을 지켜나간다는 변옥철 대표. 고되어도 늘 웃음 잃지 않는 콩이랑 상걸리 전통장 사람들의 내일을 기대해본다.

전화번호 : 033-243-8955
홈페이지 : www.withk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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