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연구개발로 탄생한 ‘대나무 숯’”

  
 
  
 
박득자 을지앤택대표 | 1998년 보림산업 공동대표 2003.2006년 경상남도 농업벤쳐 재무이사. 2006년 경남 농업인 CEO 경남대표. 2006년 을지앤택 대표

남강이 동서로 누워있는 진주시. 대나무 숯으로 이른바 ‘전국유명스타’가 된 박득자 <을지앤택> 대표를 만나기로 한 진주역으로 가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남강이 시원하기만 하다. 경남 진주 작은 마을에서 대나무로 숯을 구워야겠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상품화를 도모해, 100억 원대 매출규모를 올린 CEO 박 대표를 만났다.

시커먼 숯가루 마시며 ‘대나무 숯’ 전도

서울에서 전화통화를 했을 때엔, 사투리가 적당히 섞여있는 박 대표의 말투로 미루어 전형적인 여성농업인의 이미지를 상상했었다. 그러나 박 대표의 모습은 예상과는 크게 어긋났다. 세련된 화장과 보랏빛 정장에 눈부신 액세서리. 그야말로 크게 성공한 여성기업인의 모습이었다.

간단한 통성명을 한 뒤, 박 씨는 ‘대나무 숯 전도사’로 돌변했다. 그는 갑자기 석탄가루처럼 생긴 시커먼 가루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물을 먹었다. 첫인상으로 한 번 놀래키더니 또 한 번 놀래킨다. 그제서야 박 대표는 ‘대나무 숯 예찬론’을 시작했다.

“숯은 참나무와 대나무로 만드는데, 참나무로 만든 숯은 구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참나무는 벌목을 하면 산림훼손이 많이 됩니다. 그러나 대나무는 빨리 자라기 때문에 산림훼손이 적습니다.”

처음에 임업 시험장에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는데, 대나무를 구워서 숯을 제조하는 공장을 해보자며 남편이 의견을 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썰렁했다. 대나무를 구워서 숯을 만들다니… 대나무 숯 연구에 착수하기 위해서 경남 임업 시험장에 연구개발에 필요한 서류를 세 번이나 보냈다.

“남편과 함께 일본에 가봤어요. 일본은 한국보다 생활이나 문화면에서 10년이나 앞서 있었어요. 원조 대나무 숯 공장에 가봤죠. 밥, 김치 등 모든 음식에 숯을 넣어서 먹더군요. 심지어 상추를 씻는 데도 숯을 활용하더라구요. 웰빙 건강제품이라며 숯을 물에 타서 먹기도 했지요.”

KBS ‘6시 내고향‘ 방송 후 국내 최대 주류회사 납품

처음에, 대나무 숯 개발을 위해 산골짜기에서 대나무를 태워 구웠다. 이 과정에서 연기도 많이 나고 해서 주민들의 항의도 많았다. 그런 박 씨의 대나무 숯 사업의 전환점은 1998년 KBS ‘6시 내고향‘ 방송이있다. 당시엔 대나무 숯 개발이 흔치 않아서, 박득자 씨의 대나무 숯 개발 방송은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는데, 이윽고 ’진로 참이슬‘ 본부에서 담당자가 직접 찾아왔다.

KBS ‘6시 내고향‘ 방송을 본 진로 직원들은 벅찬 가슴으로 한걸음에 박득자 대표를 찾아왔다. 그리고 그길로 바로 독점권을 갖고 ’미네랄 소주‘ 계약을 했다. 1998년의 일이다.
박 대표가 대표이사로 있는 <을지앤택>은 진주특산물 지정업체가 되었고, 박 씨는 여성벤처기업인, 신지식인 등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심지어 진주시에서 대나무 숯 매장을 그냥 차려주기도 했다.

연매출 규모는 100억 원 대이다. 전국여성기업인, 그리고 최고기업인으로 선정된 박득자 대표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대표는 홍대 미대를 졸업하고, 모 대기업 디자인실에서 일하고 있던 딸을 설득해서 자신이 사장으로 있는 <을지앤택>으로 스카웃을 했다. 엄마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라지만, 딸 역시 엄마의 회사를 도와야겠다는 마음으로 박득자 사장 사업에 합류를 하게 된다. 이후 대나무 숯으로 만드는 비누, 습도조절기, 방향제 등의 포장지가 미학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박득자 대표의 대나무 숯 개발의 역사는 이렇다. 1996년 처음 경남 임업장에서 대나무 숯 개발에 성공한 뒤, 2년 뒤인 1998년에 창업을 했다. 산골짜기 토굴에서 숯을 굽던 때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10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그 뒤 대나무 숯 인증서를 받은 후에야 서울에 있는 백화점에 납품을 하고, 계약을 했다.

화재로 공장 전체가 숯덩이로 변해

박 대표가 대나무 숯 사업을 하면서 겪었던 최고의 고비는 2003년 4월의 화재 사건이다. 경남 합천에 있는 본사 공장에 불이 나버렸던 것이다. 새벽에 자고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본사 공장에 불이 나서 공들여 구운 숯이며 공장 시설이며 전체가 타버렸다.

화재 사건이 난 후, 박 씨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등산화 두 켤레를 산 것이다. 납품이 지체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박 씨 자신과 아들은 한마음으로 뭉쳐서 대나무 숯 굽기에 박차를 가했다.

무리하게 기계를 돌리며 일을 하던 중, 자동화시스템 센서가 고장나는 바람에 박 씨의 손가락이 잘라져 나간 일도 있었다. 그때의 흔적이라며 수술 흔적이 있는 손가락을 보여준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박 대표는 응급실에 실려 가서 손가락 봉합 수술에 성공했다. 당시 사고로 박 대표는 장애6급 판정을 받았다.

박 대표가 제일 사랑하는 아들 역시 숯을 만들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수술을 했다. ‘대나무 숯 담배’ 출시를 앞두고, 일요일도 없이, 떡방아 기계로 수작업을 했다. 밤샘작업을 하면서 정신없이 기계를 돌리고 있던 중, 떡방아 기계가 ‘툭’하며 고장이 났다. 그 순간, 박 대표 아들의 손가락이 떡방아 기계 돌아가는 틈에 들어가 버렸다. 그 때 일만 생각하면 박 대표는 자신의 손가락이 잘려나갔을 때보다 더 가슴이 저민다.

조상들의 지혜 벤치마킹, ‘숯은 만병통치제’

이 좋은 숯 역시 잡음이 없지는 않다. 대나무를 굽고 분쇄할 때 분진이 날리는데, 이 과정에서 민원이 들어온다. 집진기 시설을 해서 분진을 잡고 있지만 사천 마을 주민들이 대나무 숯 공장 이전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숯 배게, 숯 비누 등 웰빙 건강 제품으로 백화점 등 건강 제품 코너에 납품을 하고 있다. 그리고 참이슬 대나무 숯, 대나무 숯 담배 등 대기업에도 대량으로 대나무 숯을 납품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일단 국내 시장에서 대나무 숯 점유율을 확고부동하게 높인 뒤,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릴 예정이다.


박득자 대표 성공 3계명

1. 꿈속에서도 일을 하라.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 분야에 ‘올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개발은 기본이다.
2. 위기는 겪어야할 과정.
성공하는 사람은 그 위기를 자성의 기회로 삼고, 그 위기를 통해 더욱 성장한다.
3. 배우자와 가족을 후원자로 만들라.
여성 사업가는 회사가 크다면, 배우자와 가족들을 직?간접 후원자로 만드는 것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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