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곡마을시집 ‘소, 너를 길러온 지…’ 화제

“팔십 평생 살아오면서 되돌아보지도 못하고/이제사 돌아보니/왜 이렇게 아등바등하며 살았는지/중략/저 산에 해저물어가듯이 내 인생도 저물어가네/(김봉순, ‘내 인생’ 중)

김봉순씨는 올 해 88세가 된 할머니도 시를 통해 나이들어 병들고, 텔레비전에 의지해 사는 모습을 눈에 보일 듯이 표현하고 있다.

죽곡농민열린도서관에서 펴낸 죽곡마을시집 ‘소, 너를 길러온 지 몇 해이던고’는 김봉순 할머니처럼 평범한 시골 사람들이 펴낸 시집이다.

올 해 88세의 할머니부터 7세의 어린이까지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105명이 시를 썼다. 실린 작품수는 모두 114편으로 이들의 사진과 사연과 함께 실려있다.
 특히 시집에는 기교를 부리지 않은 진솔하고 소박한 시들에는 시골 생활의 희로애락과 주민들의 따뜻한 감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올해 환갑을 맞은 전남 곡성군 죽곡면 태평리의 최태석 씨는 초등학교를 마친 후 줄곧 농사를 지어왔다. ‘시(詩)’와는 평생 담을 쌓고 살았지만 얼마 전 죽곡농민열린도서관의 마을시집 공모에 나선 이후 잠재됐던 시심(詩心)이 폭발했다. 요즘은 매주 두 편 정도의 한시를 쓴다고 한다.

“너를 길러온 지 몇 해이던고/ 돌투성이 밭갈 때가 언제이던가/ 담벼락에 세워둔 쟁기는 언제 쓰려는가/ 세월이 가는 동안 녹이 슬고 말았네”(최태석 ‘소, 너를 길러온 지 몇 해이던고’ 중)
한편 죽곡농민열린도서관은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에 위치하고 있는데 2004년 농민회원들이 집에 있던 책을 몇권씩 들고나와서 만든 도서관의 책이 이미 1만여권에 이른다. 또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자격증 갖기 운동, 영화상영 등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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