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고향 한국, 제 이름은 박선영입니다.”

설과 추석 등 명절만 되면 더욱 그리워지는 부모님의 품. 하지만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당장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주여성들이다. 한국에 잘 적응하고 보살펴주는 가족들이 있어도 명절만 되면 더욱 가족이 그리워지기 마련. 서산시 팔봉면에 거주하고 있는 박선영(29세?베트남)씨도 예외는 아니다.

그녀는 5년 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베트남 여성이다. 베트남 이름은 ‘브이티하’, 박선영이란 예쁜 한국 이름은 시아버지 문완규씨가 직접 지어주었다.
“어휴 먼 곳까지 오시느라 힘드셨죠? 그래도 잘 찾아오셨네요. 식사는 하셨어요?”
지난 13일 4대가 함께 살고 있는 박선영씨의 집으로 찾아가 그녀의 한국적응기를 들어보았다. 밝게 웃으며 손님 맞는 모습이 여느 집과 다를 바 없었다.


처음 한국 왔을 때 느낌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말도 안통하고 낮선 환경이 너무 무섭고 겁이 났어요. 그래도 집에 도착해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가족들 덕분에 긴장을 풀 수 있었어요.

한국 생활 중 가장 힘든 점은?
한국어를 조금 배워오긴 했지만 워낙 어려워서 언어를 배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국 사람들처럼 발음이 부드럽지는 않아서 두 딸의 교육 부분에서도 어려움이 많아요. 그리고 베트남에는 음식에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지만 한국엔 거의 대부분이 들어가고, 맵고 짠 음식이 많아 2년간은 고생했어요. 그래도 잘 적응해서 지금은 잘 먹어요.

베트남 문화와 한국 문화 비교해 본다면?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고 친절해요. 이것이 한국의 큰 장점이고 매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법이 잘 돼 있어서 좋아요. 또 베트남 경찰이나 공무원들은 무서워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데 한국 공무원들은 웃는 얼굴로 참 잘해줘요.
하지만 처음엔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도 많았어요. 한국은 예를 중시하는 나라이기에 그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베트남도 어른을 존경하고 공경하지만 한국과 같이 엄격하지는 않아요. 한국은 밥 먹을 때 먼저 수저를 들면 안 되고, 어른들과 얘기할 때 눈을 쳐다보고 예기하면 안 되잖아요. 처음엔 많이 혼났어요.

베트남에도 설(명절)이 있나요?
베트남 명절도 음력 1월 1일이에요. 한국과 똑같이 제사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요. 제사상에는 닭고기, 돼지고기, 과일, 떡을 올려놓아요. 대신 한국은 쌀밥을 올려놓지만 베트남은 찹쌀을 올려놓아요. 그리고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은 음력 1월 1일 아침에 제사를 지내지만 베트남은 하루 전날인 12월 31일 제사를 지내요. 그리고 제사를 다 지내면 가족과 함께 모여 카드놀이를 한다거나 여행을 가곤 한답니다.

가족들이 그립지는 않는지.
항상 가족들이 보고 싶지만 명절이 되면 더더욱 그리워요. 한국에 처음 와서 3개월이 지났을 때가 추석이었어요. 그때 가장 많이 울었어요. 엄마, 친구들, 베트남 음식 생각이 많이 났죠. 지금도 많이 보고 싶습니다.

설날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설날에는 가족들과 보내야죠. 그래서 지난 12일날 베트남 친구들끼리 미리 ‘설’을 보냈어요. 우리 동네(어송리)만 해도 6명의 베트남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 모두 저희 집에 초대해서 함께 베트남 음식도 만들어 먹고, 수다도 떨면서 외로움을 달랬어요. 명절뿐 아니라 평소에도 종종 모여서 힘든 점을 말하며 의지하곤 해요.

베트남에 있는 어머님께 한마디 한다면?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4자매를 키우시니라 고생하셨어요. 명절이라 더 생각나고 보고 싶은데 가지 못하니깐 아쉽고, 어머니한테도 죄송해요. 같이 옆에 있어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니까요. 항상 아픈 곳 없이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다문화가정센터도 없고, 말을 통역해 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무조건 혼자 이겨나가야 했기에 힘들었죠. 그래서 지금 저는 베트남에서 이주해 오는 여성들을 위해 통역과 상담을 해주고 있어요.
지금 오는 친구들은 저와 같은 힘든 것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앞으로도 이일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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