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미산 쇠고기 판매의사를 밝히면서, 3년 7개월 만에 미산쇠고기가 우리의 생활 속에 똬리를 틀고 있다.

여기에 추석연휴를 겨냥한 LA갈비 수입 얘기까지 모락모락 부각되고 있다. 이런 정황을 저지하던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를 비롯한 소비자·시민·농민단체들의 물리적인 단발성 시위는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보다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지구전’으로 모습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다. 2라운드에 돌입한 ‘미산쇠고기 파문’. 유통업체들의 추측대로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할지, 대응방안 모색에 들어간 범국본 등의 목소리에 구석으로 밀려날지 초미의 관심대상이다.

△LA갈비 가세, 점유율 40% 장담=13일 롯데마트에 이어 22일 신세계 이마트가 미산 쇠고기 판매에 본격 가세했다. 홈플러스와 홈에버도 7월말부터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어, 전 국민 밥그릇 앞에 놓인 형국이다.
롯데마트와 이마트에 따르면 냉동육 판매부위와 가격은 100g당 진갈비살이 3천80원, 갈비본살 2천280원, 알목심과 목심 각각 1천250원, 부채살(앞다리 부위중 하나) 1천980원 등이다. 한우가격의 50%, 호주산의 70% 수준으로, 소비자들에게 일단 매력적인 제품으로 다가갈 것이란 게 유통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마트는 우선 초이스급 냉동육을 이달말까지 200여톤 들어오고,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불고기와 샤브샤브용 고기도 추가 수입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19일까지 추가로 들여온 냉장육 50톤을 22일까지 이미 판 상황이고, 이달 말까지 60톤을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지난 6월부터 22일 현재까지 시중에 풀린 미산 쇠고기는 총 1천497톤 정도로, 국내 쇠고기 소비량이 지난해 기준 약 33만554톤 정도임을 감안하면 극히 소량이다. 허나 유통업계에서는 근시일내에 국내 소비량의 40% 정도를 점유할 것으로 보여 국내 한육우를 비롯한 축산물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고 점치고 있다. 지난 2003년 이전까지 미국산이 국내 쇠고기 시장을 차지했던 비중 27~35%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그도 그럴것이 뼈를 포함한 미국산 갈비 수입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란 게 설득력을 갖기 때문. LA갈비로 불리는 미산 갈비는 광우병 발병 이전 미국산 수입물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갈비가 수입될 경우 공급물량이 늘어나면서 축산물 시장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는 게 유통업계측 주장이다.

△ 격돌 2라운드 “학교급식만은 막아라”=범국본과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국민감시단, 한미FTA농축수산비상대책위 등은 일단 ‘미산쇠고기 판매 저지’ 운동은 실패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지난 25일 대책 토론회를 갖고, 현재까지의 동시 다발적인 기자회견, 판매장 시위 등의 대응을 바꿔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더욱이 정부의 강경대응이 이들의 활동에 ‘족쇄’를 채우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대응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오종렬, 정광훈 범국본 의장들이 구속 수감 된데다,

김성호 법무부장관은 22일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반발해 롯데마트 매장에 분뇨를 뿌리거나 매장을 점검했던 범국본 소속 회원들을 전원 사법 처리하라고 대검찰청에 지시했다.

범국본은 우선 전국 할인매장을 상대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미산 쇠고기를 판매하는 데에 따른 항의 표시는 꾸준히 진행하기로 했다. 여기에 일반 유통업체를 통한 ‘학교급식용 공급 사태’는 사전에 차단키로 했다.

민간 축산물유통업체와 일선 학교들이 판매단가를 구실로 거래할 경우, 학생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가장 ‘극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정부와 교육당국, 일선 학교, 전교조, 보건의료, 학교급식본부 등과 연계한 홍보를 대대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한우협회는 별도로 소비자 홍보를 계획 중이다. 지금까지 범국본 등과 활동을 같이 해오면서 일부 보수언론들로부터 “경쟁력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적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은 터라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우선 한우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비선호 부위를 이용한 한우 불고기 등에 대해 가격 홍보(kg당 2만1천~2만2천원선)에 열중키로 했다.

이러한 가격홍보는 미산이나 호주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을 통한 반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한우협회는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음식문화를 지속적으로 선전한다는 복안이다.
현재의 미산쇠고기 소비 분위기가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것이란 기대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국내 한우 값 20%까지 떨어질 듯= “미산 쇠고기가 시장에 많이 풀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영향은 없는 것 같은데, 글쎄요 얼마나 갈지….” 가락동 축산물공판장 관계자의 우려 섞인 분석이다. 이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다음달 이후부터는 축산물 전반에 가격변화가 예상된다. 아무리 길게 잡아도 앞으로 6개월 안에는 한우가격이 평균 15~20%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농업연구기관인 GS&J인스티튜트는 지난 23일 ‘한미FTA해부-돼지고기편’주제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미산쇠고기 수입이 축산물 가격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미산 쇠고기 연간 총 수입량이 2003년 수준, 즉 32만톤(2006년보다 52% 증가)까지 늘어날 경우 국산 돼지고기 값은 15% 정도 하락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쇠고기 수입량이 10% 늘면 돼지고기 가격이 2.9% 떨어진다는 분석으로, 쇠고기 수입 증가율 52%에 적용한 결과라는 것.
GS&J인스티튜트는 “여기에 한미FTA에 힘입어 미산 돼지고기, 특히 냉장 삼겹살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급격히 몰려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관세 철폐 등으로 수입원가가 4천781원까지 낮아질 경우 우선 캐나다산(5천309원)을 대체하게 되고, 국내산 시장도 잠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기준 국산 냉장 삼겹살의 소매가격은 7천680원으로 미산가격이 60%정도에 불과하다. 이같은 영향으로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은 2017년 시점에 2.2%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미산쇠고기 파장은 육우와 닭고기 등 축산물 전반에 나타날 조짐이다. 정확한 수치가 산출되거나 연구결과로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경매가격 변화부터 시작해 중도매상, 도매상, 식당 및 정육점 등 유통라인의 가격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일부 전문가들이 “축산물 시장이 당장은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과 달리, 미산 쇠고기 시장 확산에 따른 불안감은 그대로 축산물 가격으로 이어질 것이란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른 시각도 있다. 당장의 소비욕구가 얼마 지나 수그러들 것이란 주장이다.
미산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국내 한육우의 비선호부위에 대한 다양한 요리개발과 소비홍보 등을 펼쳐 나간다면, 어느 정도 안정권에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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