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의료 공백 현상이 점차 심각해지면서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공중보건의 마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멀지않은 시간안에 농촌이 복구하기 어려운 의료복지 사각지대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공중보건의는 의사ㆍ한의사ㆍ치과의사 자격증 소지자로서 군 복무 대신 농ㆍ어촌 보건소나 보건지소 공공병원 등에서 계약직 신분으로 3년간 근무한다.
또 보건복지부 배치기준(안)에 따르면 자치구가 있는 시, 인구 30만 이상 대도시 보건소는 신규 공중보건의가 배치되지 않는다.

올해 공중보건의 편입 인원은 전국 1253명으로, 오는 4월 복무기간이 끝나는 인원이 1738명인 점을 감안하면 485명이 부족하다. 지난 2010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신성범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받은 ‘공중보건의 수급 전망 및 대책’에 따르면 보건의 숫자는 내년부터 줄기 시작해 ▲2015년 2,345명 ▲2020년 931명 ▲2021년 819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연간 배치되는 보건의 숫자가 2010년 1,172명에서 2022년에는 243명으로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농촌의 미래가 어둡게만 보인다.

경상남도에는 현재 574명의 공중보건의가 근무하고 있는데 오는 4월 21일 237명이 3년 근무를 마치고 떠나면 농촌 의료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전라남도는 공중보건의 근무자는 현재 709명으로, 올 전역자와 타지 전출자를 포함하면 303명이 새로 채워져야 한다.

강원도 역시 따르면 도내에서 근무 중인 공중보건의 375명 가운데 춘천 35명, 원주 36명 ,강릉 31명 등 모두 133명이 다음달까지 의무복무를 마친다.
이런 공증보건의의 급감은 일반 의과대학의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에 따른 병역미필자 감소와 의과대의 여학생 증가 때문이다.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할 재원은 갈수록 줄어드는 셈이다.

농어촌의 의료공백은 심각하다.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농어촌은 의료수요가 많아 응급 대처 전문인력과 시설 확보가 절실하다. 하지만, 수지상 농어촌에 병원 오픈을 꺼리는 관계로 병원급 의료시설 하나 없는 게 우리 농어촌의 현실이다. 현재 농어촌지역은 매년 4월이 되면 보건의가 근무를 마치고 나간 뒤 후속 보건의가 곧바로 배치되지 않아 의료공백이 발생하는 일명 ‘의사 보릿고개’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데, 보건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경우 농어촌지역의 의료공백이 심화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여러 직업 중 농림어업 종사자의 고혈압 유병률(34.9%)과 골관절염 유병률(19.1%)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농업인의 부정적인 건강 실태를 보고한 2008년 국민건강통계도 그 심각성을 입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 의료 공백이 심화된다면 농촌은 사회안전망이 포기된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최근 농어촌 응급의료기관·응급실 기준을 완화해 내원 환자 수 1만명 미만 지역은 시설·인력 기준을 기존보다 50%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농촌의 특수성을 감안한 근본 대책을 내놔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농촌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에 대한 충분한 재정 지원으로 의료인력 유입을 유인하는 것이다.
이들 공중보건의의 감소를 강넘어 불구경 하듯이 손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 순 없다. 도서벽지에 대한 최우선 배치는 물론이고 취약지 순회진료, 방문 간호사업 강화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공보의에 의존해왔던 도서벽지 의료체계의 획기적인 대안 마련과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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