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일궈왔던 굳은 마음으로 정치 농사 잘 지어볼 것”

인천 강화의 어느 농부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스로 농부의 길을 택했다. 땅은 세상을 속이지 않기에 농사를 짓는 것은 세상을 정직하게 사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30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땅을 일궈왔던 그 굳은 마음으로 정치농사 한번 잘 져보겠다”며 이번 4·11총선에 나섰다. 바로 윤금순(52)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의 이야기다.

지난 2일 국회 정론관에서 ‘진보통합당 농정공약 기자회견’을 마친 윤 후보를 만났다. 1초를 하루처럼 바쁘게 사는 그녀이지만 그녀의 표정은 피곤한 기색 없이 농촌의 푸근함만이 느껴졌다.
윤 후보는 땅을 보고 살아온 순수 여성농업인이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 거친 두 손이 그녀가 ‘농업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줬다. 농사를 지으며 농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 온 그녀가 정치판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은 윤금순 후보와 일문일답이다.

■ ‘농업에 대한 배려가 없다’라고 평가되는 이번 4·11공천에 대한 윤 후보의 생각은?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도 농업에 대해서 별 관심을 안두고 있다. 이미 ‘농업은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농업을 대표할 사람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번 공천이나 선거에 여실히 드러났다. 통합진보당은 중요한 농업이 어려워져만 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농업에 힘을 넣어줘야 한다 생각했다. 그래서 당원들이 힘을 모아 비례대표 1번으로 농업인인 나를 지정해 준 것 같다.

■ 우리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타개할 대변인으로서 농업인의 기대가 크다. 부담감은 없는가?
농업인들의 기대가 큰 만큼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평생을 농촌에서 살아오고, 농업을 위해서 달려온 만큼 그들이 원하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또한 이번에 지역을 돌아다니며 여러 농업인들은 공통적으로 나에게 “농업인을 잃지 마라. 초심을 잃지 마라”고 말해 주셨다. 이 말을 새겨 농민을 위해, 또 1%를 위한 것이 아닌 99%의 소외된 민중을 위해 열심히 발로 뛰며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

■ 윤 후보는 정치인이기에 앞서 ‘농업인’이다. 활동에 제약이 따르지 않을까?
특별한 제약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특혜이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만이 농업인의 어려움을 잘 알고, 농업인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농업인을 위한 정치가 된다.
또한 나는 농업인으로서 농업에 충실했다. 여성으로서도 여성을 위한 여성운동을 했다. 그리고 국제연대 활동, 생태활동, 평화·통일 등 농업·농촌이 포용할 수 있는 부분들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다. 앞으로 사회는 한 가지 이슈나 한 가지 의제만 가지고 부각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의제를 하나로 융합시켜 사회가 나아갈 방법을 큰 틀로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런 점에서 농업인인 것은 나의 강점이 된다.

■ 19대 국회에서 꼭 실현하고 싶은 정책과제는 무엇인가?
걱정 없이 먹고, 살맛나게 농사지을 수 있는 ‘행복밥상법(가칭 국민기초식량보장법)’·을 제정하고자 한다. 행복밥상법이란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애용하는 농산물 20~30여가지를 기초농산물로 정해 그것을 국가가 계획 하에 수매하고, 소비자들에게는 가격 상·하제를 정해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또한 농업인들은 국가가가 책임지고 수매하기 때문에 생산비를 보장받게 된다.
농업인, 소비자가 모두 웃을 수 있는 행복밥상법을 반드시 제정할 것이다.

■ 2003년부터 4년간 전국여성농민총연합회를 이끌었다. 의정활동을 하는데 있어 어떠한 도움이 되겠는가?
특수한 작목이나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 농업인들을 만났다. 그분들의 상황이나 실정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전국여성농민총연합회(이하 전여농) 활동은 농업전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전여농 회장을 하며 국제농민단체인 비아 캄페시나의 동남·동아시아 지역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6대륙 40여 개국을 오가며 전세계 농업·농업인의 상황을 많이 알게 됐다. 전세계의 농업인의 말을 들으니 공부가 많이 됐다. 지금도 네트워크 연대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 의정활동을 펼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농업인·소비자 행복한 ‘행복밥상법’ 제정

여성농업인 지위 보장 및 삶의 질 향상 도모



■ 여성농업인의 지위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어떠한 활동을 펼칠 계획인가?
농업생산이 농가 단위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여성농업인들이 생산에 참여하는 비중에 비해 역할이 묻혀지는 경우가 많다. 여성농업인들은 역할에 맡는 지위, 공동 경영체로서의 지위가 보장 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 농업이 개인들보다는 이웃과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그 속에서 여성농업인들의 지위를 재평가하고, 여성농업인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가고 지원해 주고자 한다.

■ 마지막으로 전국의 여성농업인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2008년부터 식량위기가 왔다. 이것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게 전세계적인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에 ‘농업을 어떻게 유지하고 지속시키는가’하는 것이 사회적 화두로 대두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회의 다양한 복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들이 높아지면서 농업이 사회복지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는 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농업에 대한 가치나 앞으로 활용성을 무궁무진하다. 이런 것들을 기업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농업인을 중심으로 한다면 우리 농업인들에게 기회가 많이 올 것이다.

지구자원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것은 농업 밖에 없다.
지금은 어렵지만 희망을 잃지 말고 열심히 농사를 짓는다면 반듯이 희망을 올 것이다.
정치인들은 농업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움직인다. 농업인들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의사를 표출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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