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대중화에 첨병으로 나서”

  
 
  
 
아산에서 남편과 함께 유기농 배 농장 ‘주원농원’을 경영하고 있는 장상희 씨는 맑고 건강해 보였다. 과수 농사는 농사 중에서도 힘든 일로 꼽힌다. ‘주원농원’은 근 66,100㎡(2만 평). 그 너른 곳을 비료 주고 농약치는 관행농이 아닌 유기농 노지 재배를 고집하고 있으니 수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뼈골 빠지는 일에 지칠 법도 한데 험난한 길을 가면서도 웃음이 많았다. “유기농이란 자연의 순환체계를 존중하는 거지요. 흙에 씨앗을 뿌리고 그 땅에서 나오는 것으로 거름을 삼아 공기와 물과 인간의 땀을 섞어 거두어 먹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야 깨끗하고 건강한 먹거리가 만들어지는 거죠. 자연에 대한 존경심 없이 유기농 못합니다.”

그는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성공을 확신한다. 우리 농업이 살길은 유기농으로 가는 길뿐이라고 믿으며 20년 동안 땀과 열정을 쏟아 부었고 이제 확신과 자신감으로 주원농원을 ‘유기농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날개를 펴고 있다.


시행착오 겪으며 얻어낸 자신감
장상희 씨가 배 농사일을 시작한 것은 1987년 대학에서 만난 김경석 씨와 결혼하면서부터. 당시 스물다섯 살, 회계학을 전공하며 CPA를 준비하고 있던 전형적인 도시 처녀였다.

김경석 씨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지만 아산 과수원집 큰아들은 아버지의 배 농사를 이어받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였고 그런 남편을 따라 미련 없이 도시생활을 접고 바로 ‘일 잘하는 새댁’이 되고 말았다.

젊은 농군 부부의 관심은 오로지 유기농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몇 십 년을 해오던 방식을 고수하는 어른들의 반대로 실행할 수는 없었고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본격적으로 유기농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동안 공부하고 꿈꾸어왔던 유기농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수십 년 동안 농약과 비료만 받아먹고 커온 나무와 땅이 갑자기 이 모든 것을 끊으니 금단 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지금까지 장상희 씨 부부가 매달려 온 것은 비료에 찌든 땅을 자연 상태로 돌려놓는 일과 농약이 아니면 맥을 못 추는 나무들을 저항력 강한 건강한 나무로 치유하는 밑작업이었다.

‘주원농원’의 배 밭 경계선에는 6미터의 펜스가 쳐졌다. 다른 농장에서 치는 농약이 날아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옆 과수원과 거리를 두기 위해 경계 근처에 있는 나무는 베어내고 8미터의 간격을 만들었다.
‘주원농장’의 배나무 밑둥은 야생풀로 수북하다. 풀을 깍지 않은 것이다. “농사꾼이 풀을 깍지 않는다고 하면 게으르다고 손가락질 하지만 풀도 그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해충들은 나뭇잎보다는 풀을 더 좋아해요. 또한 여러 종류의 풀에는 제각각 그 풀을 좋아하는 곤충과 미소동물들이 있는데 이를 포식하는 육식곤충이 생기게 되고 이 포식곤충들이 배나무 등 작물에 해를 끼치는 해충들을 포식하게 됩니다. 이렇게 먹이사슬을 이루게 되면 화학농약 없이도 해충을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야산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비슷해지는 것이지요. 또 새들도 과일보다는 풀에 있는 벌레를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배나무 밑 풀 속에 벌레가 적당히 있으면 새들이 과일을 쪼지 않아요. 이렇게 자연을 그대로 놔두고 이용하는 것이 유기농의 기본이에요.”

유기농은 우리 농업이 가야할 최고의 목표
장상희 씨는 “유기농이야말로 농촌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목표” 임을 강조한다.
장상희 씨 부부의 바람은 우리나라 유기농가 수를 현재 0.44%에서 전체의 5%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 내어도 소비자들이 찾지 않으면 헛수고가 되고 만다는 것을 지난해 쓰라린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유기농 전문 판매 사이트와 생산량 전량을 계약했지만, 과잉생산의 여파로 배 값이 내려가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은 값이 싼 일반 배로 몰려 유기농 배가 팔리지 않았다. 유기농산물의 판매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고 소비자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우선되어야 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소비자들의 유기농에 대한 인식 부족을 절감한 장상희 씨 부부는 소비자 교육에 무엇보다 주안점을 두고 이를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주원농원은 소비자들에게 유기농이 어떤 것인가를 정확하게 인식시키기 위해 농장을 개방하고 있다. 가족이나 단체가 신청만 하면 언제든지 와서 직접 배도 따보고 농산물이 자라는 원리와 과정을 보면서 체험할 수 있다.
장상희 씨 부부는 요즘 ‘주원농원’을 유기농 교육 농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그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현재도 체험교육은 실시하지만 시설을 더욱 전문화하여 명실 공히 유기농 교육의 메카로 만들려는 야심 찬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유기농 체험교육을 농민들에게는 유기농 영농교육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의식의 변화는 체험이 가장 확실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차별화 된 자연 생태 교육농원 발돋움
체험농원으로서의 환경도 매우 좋다. 이곳은 과수원뿐 아니라 논밭, 산 등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고 도시 접근성도 좋다. 이제 농원을 리모델링하여 야생화길과 같은 산책로와 쉼터를 만들고 교육장과 숙소도 제대로 만들어 유기농을 배우러 오는 모든 이들이 즐겁고 편안하게 배우고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언제든지 열매나 꽃을 볼 수 있게, 과수원을 블록화 하고 배 뿐만 아니라 사과 복숭아 감 등 다품종의 유실수를 심어 파종에서 수확까지 계절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를 위한 생태교육에도 중점을 두어 곤충학습이나 농산물을 이용한 만들기까지, 농촌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자연생태 순환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소비자들이 흥미를 갖고 자연스럽게 유기농을 이해하도록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유기농을 체계적으로 제대로 가르쳐 주는 곳이 없어요. 유기농의 본산지인 독일 본 대학은 26만평의 농지를 직접 가꾸면서 유기농만 가르친대요. 학생들도 농대에 들어가려면 13주 동안 농사를 지어야만 입학이 허가되고 대학 내에서도 전문 농업인 교수와 학생들이 같이 돌아다니면서 연구하고 실험한다니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요. 우리나라 농과대학도 그런 교육으로 가야 한다고 봐요. 대학에서 유기농 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하는데… 아쉽죠.”

20년간 많은 실패와 난관속에서도 유기농에 대한 열정 하나로 유기농 노지 배 과수원에선 최고라 자부할 만큼 노하우를 축적한 장상희 김경석 씨 부부. 이제 ‘주원농원’이 개인의 영역을 넘어 “내가 가진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여 대한민국이 건강한 먹거리 천국이 되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소망이다.



장상희 대표 성공 4계명

1. 나무와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가져라
끊임없는 정성과 보살핌으로 나무와 느낌을 소통해야 한다.
2. 산학협력망을 만들어 늘 연구하고 공부하라
항상 전문 연구자에게 도움을 받고 배워야 한다.
3. 유기농을 경영하는 사람들과 연대를 가져라
전국에 유기농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며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유기농은 혼자서 성공할 수 없다.
4. 적극적인 홍보전략을 세워라
유기농산물의 대중화가 이루어져야 전체 유기농이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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