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온라인상에서 ‘난폭택시’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여성 운전자가 몰고 가는 차량에 택시가 고의로 충돌한 후 달아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로 녹화한 이 장면이 공개되자 블랙박스 업체에 여성들의 구입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난폭택시 영상뿐만 아니다. ‘YF쏘나타 급발진’ ‘운동장 김 여사’ 사건 등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온라인에서 잇따라 공개되면서 블랙박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블랙박스 이용률이 낮았던 여성 고객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관련업계는 올해 블랙박스 시장이 2년 전보다 4배 정도 늘어난 연간 200만대 수준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지원도 한몫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차량용 블랙박스 판매는 지난해의 2배가 넘는 200만 대에 이른다고한다. 블랙박스 시장의 이 같은 성장은 크게 늘어난 여성 고객들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들의 차량에서 블랙박스가 설치된 경우는 12%에 불과했는데, 최근 블랙박스 덕분에 고의 사고의 피해에서 벗어난 사연 등이 뉴스를 타면서 여성 운전자들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업계는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오른 여성들을 사로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초소형, 초경량 디자인에 분홍, 보라 등 화려한 색깔의 제품을 선보이며, 블랙박스는 ‘검정색’이라는 편견을 깨트렸다. 150만 화소의 이미지 센서와 음성 안내 기능을 추가하고, 사용자의 상황에 맞춰 녹화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기능의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부터 트럭, 택시 등 운송사업 용도 상용차에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했고, 일부 보험사들이 블랙박스를 장착할 경우 3~5%가량 보험료를 할인해 주고 있어 수요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블랙박스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업체들의 시장 선점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20만원 안팎인 차량용 블랙박스를 생산하는 국내업체는 130여곳에 달한다. 최근엔 마이스터, 팅크웨어, 파인디지털 등 내비게이션 제조사들도 블랙박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코원, TG삼보컴퓨터, 아이리버 등도 신규 사업으로 블랙박스를 선보이고 있다.

 시장경쟁 치열해져

이들은 우선 여심을 사로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라그룹 계열의 자동차 용품 업체인 마이스터는 이달 초소형, 초경량 디자인의 신제품 ‘BN200’ ‘BL200’을 내놨다. BK C&C는 분홍색, 보라색 등 8가지에 달하는 화려한 색깔의 제품을 선보였다. 블랙박스 색깔이 ‘블랙’이란 편견을 깨뜨린 것. HS네트웍스는 헬로키티 디자인을 적용한 블랙박스를 출시했다.

다양한 기능도 선보이고 있다. 팅크웨어는 150만화소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고 음성 안내 기능도 지원하는 ‘아이나비 BLACK E100’을 출시했다. 사용자 환경에 맞춰 녹화방식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파인디지털 역시 ‘CR-300HD’를 통해 초당 30프레임의 풀 HD 녹화 모드를 제공한다. 이는 사고 발생시 중요한 요소인 교통 신호, 안내 표지판, 자동차 번호판 등을 선명하게 촬영해 정확히 식별해준다.


또 다른 피해도 조심해야

블랙박스는 또 개인의 일상을 아무제약 없이 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상이 사건 해결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과실 책임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영상이 온라인 등을 통해 노출될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실제 블랙박스 관련 사이트에는 과실이 불분명한 사고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 영상이 게재돼 있다.

이외에도 최근 블랙박스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사고영상을 사고파는 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에선 사고영상을 금전을 주고 거래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실제로 사고영상이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영상거래가 사고영상 파파라치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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