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쓰듯 하다.’ 우리는 흔히 무엇인가를 아낌없이 흥청망청 써버릴 때 쓰는 표현이다. 이것은 물이 공기처럼 언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표현이 나왔을 것이다.
지구는 70%가 물로 덮어져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 가운데서도 97%가 바닷물이고, 2%는 빙하가 차지하고 있어 인간이 쓸 수 있는 물의양은 1%밖에 안된다.

우리나라는 유엔에서 정한 물 부족국가에 속한다. 연평균 강수량은 1245㎜로 세계 평균(973㎜ 수준)과 비교할 때 적지 않다. 그럼에도 물이 모자라는 이상한 나라다. 강수량은 많은데 국토의 70%가 급경사의 산지인데다 비가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려 바다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6%로 OECD 국가 중 3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그나마 쌀을 제외할 경우 식량자급률은 5% 수준이다. 이는 일본을 제외한 선진국들의 최소한 80%가 넘는 식량자급률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물 전쟁과 식량안보까지 우려되는 현실에서 쌀을 생산하는 논은 홍수예방, 수질정화 등 환경보존기능과 수자원을 확보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올해 충남지역을 비롯한 극심한 가뭄은 농업과 식량문제에 미칠 파급 효과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충남지역의 경우 대부분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하천의 물은 마른 지 오래됐다. 서산시와 보령시, 청양군의 저수율이 20-30%에 그치고 있다. 예산·홍성·당진지역 농업용수원인 예당저수지는 29%로 떨어져 벌써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지난 8일 21일만에 단비가 내렸지만 가뭄이 해소되기까지는 앞으로 100mm 이상 강우량이 요구된다고 한다.

요즘 농촌 들녘에는 모내기를 준비하기 위해 논에 물대기가 한창이지만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내기가 차질을 빚고 있다. 말라가는 논을 바라보는 여성농업인들의 가슴도 검게 타들어가고 있다. 가뭄은 논농사 뿐 아니라 밭농사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가 오지 않고 이상고온이 지속되자 채소류 등에 병해충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어 여성농업인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뭄은 천재(天災)이지만 이를 방치하면 인재(人災)가 된다. 비가 오지 않을 경우 급수 중단도 고려해야 할 정도로 가뭄피해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데 자칫하다간 사람도 먹을 물이 부족할 수 있다.

정부와 관계당국에 따르면 이번 가뭄은 6월말까지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하늘이 원망스럽다는 표현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여성농업인들은 벼의 분얼(分蘖 )이 시작되는데 1주일 안으로 비가오지 않으면 생육장애는 물론 고사될 것이라며 태산 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

우선 농업용수 부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금산군 등은 대형관정을 굴착하는 등 급한 대로 농업용수를 확보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우선은 그렇게라도 급하게 발등의 불은 꺼야 할 것이다.

이번 가뭄을 계기로 지자체나 여성농업인들은 향후 비슷한 상황에 대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저수지의 저수율을 유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인근에 농업용수원이 있으나 관개로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은 시급히 개설하고 이마저도 어려운 지역은 관정을 굴착해 이번과 같은 가뭄에 대비해야 한다.

물 부족과 그로 인한 식량부족은 사회갈등이나 폭력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수입쌀 증가 등으로 인한 영농포기, 대규모 택지개발 등으로 논 면적이 감소되는 이 시점에서 쌀생산마저 줄어든다면 농촌의 붕괴는 불보듯 뻔할 일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