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숨은 가치 찾아내는 ‘그린 디자이너’

네모진 밭에 일열로 줄지어 심겨진 농산물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농업·농촌의 모습이다. 그런데 경기도 양평군에는 하트, 물방울, 피라미드 모양의 밭을 만들며 농업·농촌과 예술을 접목시킨 여성농업인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바로 그린야호농원 김은숙씨다.

김은숙씨는 귀농·귀촌한지 8년차 되는 여성농업인이다. 그녀는 홍익대 미술대학 공예과를 졸업한 뒤 국내 굴지의 실내장식 회사를 들어가 대한민국 5%의 상류층과 일류호텔, 휴양지 실내장식 일을 하면서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승승장구 했다.

그랬던 그녀가 이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여성농업인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녀가 한 가지 버리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녀의 ‘재능’이었다.

“귀농·귀촌을 하는 분들은 보통 농촌에 오면 그동안 살면서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버리고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나 사회에서 했던 일들을 농촌으로 가지고 와 농촌자원과 접목 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죠.”

그녀는 자신이 공부했고, 자신 있는 분야인 문화·예술을 농촌자원과 접목했다.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으레 사람들이 생각하는 ‘문화·예술’과 ‘농업·농촌’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처음엔 사람들이 의아하게 했다. 정형화된 밭의 모양이 아닌 다양한 모양의 밭을 만들어 농산물을 재배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농업을 고정화된 방법과 생산적인 면을 중점 생각했기에 생산성이 떨어질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야호그린농원은 생산성도 전혀 떨어지지 않을뿐더러 한번쯤 다시 쳐다보게 되는 농원, 가고 싶은 농원이 돼 농촌에 하나의 명물이 됐다.
이밖에도 문화예술과 농촌자원과의 결합은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벼의 모양, 다랭이 논의 아름다운 곡선 등을 벽화, 식탁보 등에 다양하게 그려 넣어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소품을 만들면 어느 디자인보다 훨씬 훌륭한 작품이 탄생했다.
이렇듯 농업과 예술을 접목하며 농업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있는 그녀는 이를 넘어서 농업을 ‘치유’까지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옛날 어머니들은 속상한일이 생기면 호미하나 들고 밭에 나가 일만 했어요. 제가 그것을 해보니깐 어머니들이 왜 밭에서 계속 호미질만 했는지 알 것 같았죠. 파릇파릇한 농산물을 계속 보고, 땅을 파는 호미질을 하면 자연스레 상처가 치유가 되더라구요. 그래서 치유농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녀는 도시의 억압 속에 많은 상처를 받고 있는 아이들, 아버지 등 가족을 치유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또한 이러한 모든 것을 차근차근 이뤄가며 농업을 생산적인 면을 넘어서 예술, 생태치유, 놀이치유로 성장시키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함께 모여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최종목표도 귀띔해 줬다.
농업·농촌의 숨은 보물을 발견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앞으로의 그녀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블로그 : http://blog.daum.net/greenyaho/
이메일 : yahoart@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