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지역농산물 살리고 국민의 건강한 밥상 만든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2008년)은 49.2%이며, 사료자급률까지 합하면 26.2% 불과하다. 우리의 식생활은 먹거리 수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우리 식탁은 여러 식품기업들에 의해 수입되고 정체를 알 수 없게 가공된 식품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처럼 농산물 공급의 해외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입농산물에 대한 안정성, 신선도, 이동까지 배출되는 온실가스 등은 소비자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로컬푸드 운동본부’ 단체를 설립해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중심으로 도농교류와 신뢰구축의 토대를 마련해왔다. 몇 년 전부터 각 지자체에서도 로컬푸드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로컬푸드 운동, 이건순 로컬푸드 운동본부 공동대표(한국농수산대학 교수)를 만나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로컬푸드 열풍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로컬푸드 운동이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나요?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을 먹을 수 있을까? 우리 가족이 먹는 농산물은 누가, 어떻게 생산하는지 알 수 없을까? 농업인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동시에 건강한 먹거리를 확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들에 대한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 ‘로컬푸드 운동’입니다.
로컬푸드란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말합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즉,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거리를 최대한 줄여 먹거리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환경적 부담을 경감시키며 나아가 생산자와 소비자간에 사회적 거리를 줄여 공동체를 만들려는 노력인 것입니다.

■ 최근 로컬푸드가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먹거리는 우리 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가 먹는 먹거리에 많은 위기가 닥쳐오고 있습니다. 광우병 파동, 유전자조작 농산물, 배추 파동 등이 최근 사회적 위기감을 높였습니다. 또한 복잡한 유통구조로 식탁에 올라온 농산물들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는지 알 수 없어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유통거리가 짧아 신선하고 산지를 직접 알 수 있어 믿을 수 있는 지역 먹거리 소비인 로컬푸드가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 로컬푸드가 소비자들에게 주는 이점은 무엇인가요?
소비자는 지역에서 생산된 싱싱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점입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칠레산 포도는 약 20,480km,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는 약 9,604km를 달려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과일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농약, 왁스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므로 우리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또한 장거리 이동 식품은 외국 생산자와 우리나라의 소비자 사이에 수출기업, 수입기업, 운송업자, 도매업자, 소매업자 등 중간 행위자들이 많이 개입합니다. 이에 생산자인 농업인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고,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가격은 올라가게 되는데, 로컬푸드는 이동거리가 짧아 유통비용이 줄어 소비자는 신선한 것을 값싸게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 농업·농촌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복잡한 유통과정이 없어지면서 농업인들의 직접적인 소득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로컬푸드를 통해 중간상인들의 마진을 최소화함으로서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농산물을 공급하지만 생산자들로서는 더 많은 마진을 남겨 서로 win-win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지역 내 고정 판로확보를 바탕으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지속가능한 수익창출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와 인간적인 접촉을 통한 관계 맺기는 생산자들에게 안정적인 판매처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관계맺기를 통해 새로운 지역공동체가 형성되고 활성화되어 지역사회의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밖에도 자본이 지역 내에서 순환하게 돼 지역경제의 새로운 활성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 외국의 로컬푸드 운동은 어떤가요?
로컬푸드 운동은 일찍이 미국, 프랑, 일본 등에서 실시해 왔습니다.
미국은 지역 내 생산자와 소비자가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공동체지원농업(CSA)을 1986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뉴욕에서는 ‘그린마켓’이라 불리는 70여 농·축·어민들과 소비자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뉴욕 인근의 소규모 농장들은 중간 상인 없이 곧바로 소비자들을 만나 적정한 이윤을 챙기며, 소비자들은 신선한 식품 재료로 식단을 꾸밀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을 통해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정부가 돕고 있습니다. 90년대 초반부터 태동하여 오늘날 일본인들의 90%이상이 이 운동을 알고 있으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학교 급식을 시행하는 초·중·고교의 94%가 지역농산물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의 로컬푸드 운동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요?
우리나라에도 몇 년전부터 각 지자체에서 로컬푸드 운동을 벌이고 있고, 중앙에는 사단법인 ‘로컬푸드운동본부’가 창설됐습니다. 서규용 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창설한 이 운동본부에서는 지역농산물 소비운동과 채소종자 나누어주기 등의 여러 가지 운동을 펼쳤으며 앞으로도 각종 토론회와 교육, 캠패인 등을 통해 지역농산물 소비운동을 계속 확산해 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로컬푸드는 생활협동조합, 농산물직거래, 농민장터, 지역급식운동 등 여러 제도들이 마련돼 있어 로컬푸드 운동을 활발히 펼치는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 로컬푸드를 전개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관계, 특히 신뢰입니다. 소비자가 자신들이 먹는 먹거리의 생산자를 알게 되면 생산자도 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이를 통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가 생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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