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으로 퍼진 ‘고효숙 단감’”

  
 
  
 
고효숙 대표 | 1973년 서울시 조리사면허 취득 15년 활동. 1977년 전남 영암군 신북면에 농장 개설. 1992년부터 환경농업 경영. 1997년 전남대학교 최고농업경영자과정 수료. 1998년 ‘고효숙 단감’ 상표 등록. 2000년 전남농업발전협의회 환경농업분과위원 위촉. 2001년 영암 신지식인 선정. 2002년 벤처농업대학 수료. 2002년 도농녹색교류대학 수료. 2003년 자연건강생활관리사 자격 취득. 여성농업인 교관. 친환경농업 컨설턴트


전남 영암군 월출산 자락에 ‘온전한 먹거리를 전파하겠다’며 15년간 극성맞게 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고효숙 씨의 ‘유기농원’이 있다. 그는 농업이 얼마나 전문성이 필요한 산업인가를 역설하는 전문 경영인이다. 단지 남다른 용기를 갖고 원하는 것을 실천에 옮기고 있을 뿐,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유형의 만족만을 추구하는 여느 사업가와 달리 무형의 만족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일 뿐. ‘즐겁지 않은 것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고효숙 씨의 인생철학이다. 농원은 자기가 꿈꾸는 인생을 연출하여 올리는 무대이며 그는 매일 스스로 연출가이자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등장한다.


온전한 먹거리 내가 직접 만들겠다
고효숙 씨가 먹거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 먹거리가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한 그는 첫 작업으로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음식을 하면서 원재료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좀 더 전문적인 지식으로 들어가다 보니 우리 식탁의 문제가 심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그가 생각한 것은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것.

오늘의 ‘유기농원’은 30년 동안 오로지 ‘온전한 먹거리’ 하나만을 생각하면서 맨땅을 일구고 가꾼 한 여자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1977년 5월 처음 농원을 개설하던 날을 그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때 기념식수로 내 손으로 심은 손가락만한 은행나무가 이제 서른 살이 되어 이렇게 장대한 모습이 되었어요. 매년 열 가마의 은행을 제공해주는 효자노릇을 해주고 있으니 하도 기특하고 그 기품이 너무 장대하여 ‘장관’이라 이름 붙여주었어요.”

그날부터 황무지 1만 2천 평을 일구어 감나무 1,500주를 심고 은행나무 300주를 심어 나갔다. 과일나무 뿐 아니라 갖가지 꽃들도 심었다.
처음 5년은 혼자 광주에서 출퇴근해 가며 경영을 하다가 10년 전부터 아주 농원으로 거처를 옮겼고 이때부터 남편이 사업에 참여하여 동반자로서 든든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금의 농원을 보면서 30년 전 황무지를 떠올리기는 힘들다 체계적으로 잘 정돈 된 농장의 모습에서 가꾸는 이의 땀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손님을 반겨주는 주인을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가꾸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어요” 라며 인사를 건네게 된다. 그러나 고효숙 씨는 ‘고생했다’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는 ‘농촌일은 거칠고 힘들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한다. ‘농촌=고생’의 인식에서 벗어나야 우리의 농촌이 살아난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에게 농원은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시설인 동시에 쉬고 노는 휴양시설인 셈이다.

이름 건 브랜드 ‘고효숙 단감’ 상표 등록

농원을 개설하고 단번에 유기농을 시작할 수는 없었다. 땅의 힘을 점차 길러나가야 했다.
그는 농사의 경험을 축적하면서 최종 목표인 친환경 유기농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다. 농약을 쓰지 않고 과일나무를 소독하기 위해서 힘들고 번거롭지만 친환경 살균제 석회유황합제를 직접 만들어 썼다. 볍씨 하나에도 온갖 정성을 들였다.

섣달이면 커다란 항아리에 눈을 거두어 빗물 들어가지 않게 간수하였다가 1월 볍씨를 담갔다 건져내기를 수차례. 이렇게 하여 꺼내서 말려 두었다가 4월 침종하면 벼가 탐스럽게 자라서 수확도 배가 된다.
논에 그대로 남았다가 겨울을 보내고 싹이 돋아 자라는 벼가 튼튼하다는 것을 알아낸 선조들의 지혜다.

드디어 1992년부터는 농장의 모든 것이 친환경 유기농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제품 개발에 눈을 돌리고 1998년 유기농 단감 ‘고효숙 단감’을 상표 등록하였다. 입소문에 의해서 찾는 이가 늘자 이름을 걸어도 부끄럽지 않다는 확신이 선 것이다.

목질발효퇴비, 쌀겨, 깻묵, 청초액비, 목초액, 숯가루 등 유기질 비료만을 사용해 키우는 ‘고효숙 단감’은 유기농산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맑고 깨끗한 맛이 나며 감 고유의 향이 살아있어 먹어 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는다.
단감 뿐 아니라 단감 고추장, 단감 된장, 단감 즙, 단감 식초, 단감 잼 등 그의 제품들은 한 번 찾은 사람들에 의해 입소문으로 팔려나갔고 이제는 전남 영암군의 특산물이 되었다.

좋은 농산물 생산과 병행해서 그가 꾸준히 해오고 있는 일이 도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3월부터는 상추 쑥갓 아욱 등 채소의 씨앗을 직접 파종해 보는 씨앗 넣기와 봄나물 캐기, 5월에는 감 꽃 솎기, 6월에는 감 열매 솎기, 7~8월에는 농막에서 여름나기, 9월 풋감 따기, 10월 감 따기, 11월 김장하기 장 담그기, 그밖에도 팜 스테이를 통한 유기농원 체험은 일 년 열두 달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무료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농장에 머물면서 친환경 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황토집 ‘생락원’과 ‘세심정’은 부부가 5년에 걸쳐 손수 디자인하고 지은 집이다. 신청만 하면 이곳에서 황토 냄새를 맡으면서 바른 먹거리와 건강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유기농에 대한 30년 그의 경험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
20년 전부터 생식을 하고 있는 고 대표는 농원 안에 생식생활연구소를 만들고 오염되지 않은 미각으로 먹거리의 섬세한 맛을 연구하고 질을 높여가고 있다.

농업도 전문 경영마인드 필요
그의 경력을 보면 정말로 전천후 전문가임을 실감하게 된다. 공인중개사, 영유아보육교사, 레크레이션 지도자, 여성농업인 교관, 유통관리사, 자연건강관리자 등 그는 정말 많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땅을 관리하자니 부동산 관련법을 알아야 했고, 유기농 체험교실을 운영하자니 영유아보육이나 레크레이션 전문가가 되어야 했고, 수확한 것을 판매하자니 유통을 알아야 했다.
그의 남다른 경영 포인트는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 예가 농원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반듯한 농로이다. 일반 과수원에서 흔치 않은 포장도로.

“이 길은 농원을 개설하고 제일 처음 수확해서 번 돈으로 만든 거예요.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까 수확한 물건의 운반과 작업하는 사람들의 이동이 얼마나 쉬워요?”
돈의 최고 목표는 아니지만 경영을 잘 해야 재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는 정당하게 보상받고 이익을 창출하는 것 역시 경영인이 할 일이라고 말한다.


고효숙 대표 성공 4계명
1. 재투자에 인색하지 마라
농업은 인력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능률 제고를 위한 시설이나 환경에 재투자가 필수이다.

2. 경영 마인드를 가진 과학 영농을 하라
농촌에는 노동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기 때문에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 하는 것이다.

3. 타협하지 말고 정면 돌파하라
지역민이나 거래선과의 갈등, 정부 당국과의 정책 조육 등에서 옳다고 믿는 것은 피하지 말고 과감하게 정면 돌파해야한다.

4. 자연이 주는 무형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라
즐거움을 만드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며 이 기술은 정직한 마음과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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