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학’, 광주광역시 광산구 삼도동장 대행

“농사지을 땅이 없어 드문드문 품앗이나 다니고, 땅이 있어도 나이 먹고 힘에 부쳐 농사를 포기하는 노인들이 안타까웠어요”
광주 광산구 삼도동장 대행 김진학(47·6급)씨는 노인들에게 하루에 적은 시간이라도 꾸준하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농촌형 일자리 사업을 구상하다가 협동농장을 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농촌지역인 삼도동 근무를 발령받은 김씨는 협동농장 부지를 찾다가 같은 해 5월 구 소유의 땅 1만 6천여㎡를 유상 임대했다.
그는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자비와 투자금 등을 포함, 1천500여만 원을 들여 땅을 개간했고 양파와 유채를 심기 시작했다.

협동농장 사업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공무원 본연의 업무를 하면서 밭을 개간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김씨는 주변에서 “공무원이 주어진 일이나 잘하지,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불모지였던 땅이 겨우 작물을 심을 수 있는 정도로 바뀌는데만 석달이 걸렸고 농번기에는 노인들이 자신의 농사에 더 신경 쓰다 보니 일할 사람이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그러나 김씨의 뜻에 공감한 광산구청 직원과 투게더광산위원회, 첨단1동 주민센터 통장단 등이 일손을 보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잠시 하다 말 것이라고 외면하던 노인 20여 명도 동참하며 마을을 ‘행복동’으로 키워갔다.
김씨는 작물을 수확해 중간도매상에 파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헐값에 팔기를 요구당해 “농민들이 왜 화가 나고 가슴 아파하는 지 느꼈다”며 비합리적인 유통구조 때문에 고통받는 농민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농장의 수확물은 지역사회와 연계해 직거래 되고 있다.
농약 양파를 시세보다 25~30% 저렴하게 판매해 노인들의 인건비 등을 제하고도 700만 원 상당의 순익을 남겼고 유채씨로 150만 원의 순익이 발생했다.
구에서도 협동농장 만들기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광산구 측은 사업 취지를 전해 듣고 올해부터 토지를 무상 임대해주었고 지난달에는 민형배 광산구청장이 직접 농장에 방문해 노인들과 수확활동을 하기도 했다.
김씨와 행복농장 가족들의 목표는 마을별로 협동농장을 조성해 노인들에게 4계절 내내 일감을 주고 지역 복지시설에 친환경 식자재를 공급해 상생하는 것이다.

그는 “호적상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지원도 거의 받지 못하고 병원비, 생활비를 걱정하는 노인이 많다”며 적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해 노인들에게 경제적 기반과 건강하게 살아갈 이유를 마련해 주자”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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