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짧은 장마가 물러나고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시작된 것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는 무더위에 어디로든 시원한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무더위를 피해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사람들의 손길 역시 분주해졌다.
특히 올해는 바다보다 계곡이나 강으로의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해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바다 대신 여유와 함께 레포츠도 즐길 수 있는 조용한 계곡이 각광받고 있다. 치열한 일상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느긋하게 머무르며 심신에 위로와 휴식을 즐겨보자. 


 
무안 회산 백련지

동양 최대 규모의 백련 자생지인 회산백련지는 약 34만6500㎡(약10만5000평)의 부지 가득 연꽃들로 장관을 이룬다. 순백의 연꽃이 피고 지기를 100일동안 반복한다. 저수지를 가득 메운 연잎은 마치 초록빛 바다처럼 일렁이고, 그 사이로 솟아 오른 연꽃은 은은한 향기를 뿌린다. 저수지를 가로지는 나무 데크를 따라 산책하듯 가벼이 걷다 보면 여름의 뜨거운 햇볕도 잠시 잊어버리게 된다. 연차 시음도 해보자. 은은한 연향과 함께 마시는 시원한 차 한잔으로 여름은 저만치 물러난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보트타기이다. 연잎의 바다를 헤치며 부지런히 노를 저어가면 연꽃향이 코끝을 간질이고, 아이들은 웃음꽃 터트린다.



‘2006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부문 우수상을 받은 연꽃모양의 수상 유리온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온실 천장이 유리도 되어 내부에서 하늘을 볼 수 있으며,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온다. 연잎은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만큼의 빗방울이 고이면 미련 없이 쏟아 버린다. 비가 내리면 말을 채찍질해 연지를 찾아간다는 옛글처럼 비 내리는 연지를 거닐며 그 넓은 연잎 위로 쏟아지는 빗소리에 빠져보아도 좋을 듯하다. 문의 061-450-5862


통영 소매물도. 등대섬

한려수도를 가르고 소매물도로 가는 뱃길에는 쪽빛 바다 위로 250여 개의 고만고만한 섬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흩어져 있다. 소매물도는 섬 중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도 30분 안에 해안에 닿을 수 있는 작은 섬이다. 그곳에 12가구 25명 정도가 산비탈에 층층이 모여 산다. 마을 펜션에 짐을 내려두고 가파른 비탈을 따라 20여분 오르면 작은 폐교 하나가 숨어 있다. 폐교를 지나 능선길이 시작되는 곳에 동백숲길이 이어지고, 동백숲길을 지나면 망태봉 정상이다. 망태봉에서 바라보는 등대섬의 모습에 숨이 턱 막힌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 위에 깎아 세운 듯한 기암절벽, 해무도 잠시 쉬어가는 아름다운 언덕, 그 위에 외로이 서 있는 하얀 등대, 정말 보석 같은 풍경이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하루 두 번 열리는 몽돌길로 이어져 있다. 몽돌길을 건너 등대까지 1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옥빛 바다가 갈라지고 공룡알처럼 크고 둥근 돌들이 길을 만들어 준다. 모난 곳이 하나도 없는 예쁜 돌 위를 맨발로 걸어보면 더욱 좋다. 여름이면 별다른 해변이 없는 소매물도의 특별한 해수욕장이 되어주기도 한다. 돌아오는 길의 일몰 또한 잊지 못할 풍경을 선사한다. 단 등대섬에 가보려면 물때를 잘 맞춰 가야 한다. 문의055-644-5877 


무주 구천동계곡 트레킹

덕유산의 즐거움은 멈출 줄 모른다. 계곡 물놀이로 더위를 날려버렸다면 본격적으로 구천동 계곡의 절경 속으로 나서 보자. 깊고 깊은 오지의 대명사인 구천동. 크고 작은 폭포와 소, 기암괴석과 여울이 만들어내는 비경은 깊은 계곡의 맛을 보여준다. 월하탄, 인월담, 비파담, 구월담, 금포탄… 한 굽이 돌 때마다 나타나는 또 다른 풍경 앞에 절로 걸음이 느려진다.



월하탄부터 백련사까지는 넉넉히 한 시간 반이 걸린다. 백련사는 덕유산에 하나 남은 절이다. 한때 덕유산 자락에는 절이 14곳 있었고, 승려가 9000여 명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수도하던 승려들을 위해 아침저녁으로 밥을 지으면 쌀뜨물이 구천동 10경 만조탄까지 흘러내려 왔단다. 백련사까지 가는 트레킹은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완만하고 넓은 산책로로 온가족이 나란히 걸어도 넉넉한 길이다. 크고 우거진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짙은 그늘이 걷는 내내 휴식을 준다. 또 다른 길은 계곡 따라 걷는 자연 관찰로이다. 좁은 오솔길이지만 나무 데크로 편안하게 걸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계곡을 끼고 걸으니 물소리가 친절하게 길동무가 되어준다. 걷기나 등산에 자신이 있다면 오자수굴이나 향적봉까지 다녀와도 좋다.


강원도 동해 천곡천연동굴

특이하게도 도시에 있는 동굴이다. 1991년 천곡동 신시가지를 조성할 때 동굴을 발견했다. 4억에서 5억만 년 전에 생겨난 동굴이다.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어둠에 묻혀 있었을까. 억년이라는 시간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동굴 길이는 1400미터로, 그중 870미터 정도를 관람할 수 있다. 한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물이 흐르는 곳도 있다.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무섬증이 들 때도 있다. 동굴 저편 어디선가 괴물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종유석. 석순. 석주 등이 기기묘묘한 형상을 띠고 있다.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재밌는 곳이 동굴이다. 어둡고 때로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연인들이 가면 손 꼭 붙잡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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