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흘린 땀방울로 할머니, 할아버지들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강동대, 청주대 등 건축학도 30명 굵은 땀 흘려
 입식부엌과 단열재 시공 등 농촌에서 희망가꿔
‘공동생활홈’…농어촌 정주공간 유지 새로운 대안




돌보는 자식 없이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은 농촌.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역시 다른 마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여름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던 어느 날 조용하던 이곳 마을에 갑자기 젊은 대학생들이 오가며, 뚝딱뚝딱 집을 고쳐주는 소리가 들렸다.

유난히도 뜨거웠던 지난 7월 삼송리 마을에서는 강동대학교를 비롯해 청주대학교, 충북대학교, 공주대학교 건축학과 대학생 30명이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티로폼 등의 단열재를 시공하는 등 ‘농어촌 집 고져주기 운동 희망家꾸기’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을 인솔하는 김승근 강동대 건축학과 교수는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일주일째 이곳에서 집 고쳐주기 봉사를 하고 있으며, 사업이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형편이 열악한 10가구에 난방비용이 많이 들지 않도록 단열재를 시공하고, 비가 새는 지붕이나 배관이 막힌 화장실을 고쳐주고, 싱크대 등 입식 부엌시설을 갖추고 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휠체어 통행을 위한 경사로도 만들어준다.
주로 기초생활 수급자들로 비용이 엄두가 안 나 불편함을 감수했던 이들 노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도움의 손길이다.  



이곳에 사는 정정순 할머니는 “나이가 들면서 허리하고 다리가 불편해 부엌하고 화장실 고치는 것은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말도 못하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촌에는 옛날집이 많아 겨울에 웃풍이 세고 난방비도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덕분에 겨울을 잘 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웃의 한 할머니도 “젊은 친구들이 멀리까지 와서 이런 활동을 해줘서 고맙다”며 “자식들도 하기 힘든 일을 해주는데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고 전했다.
이날 집고치기 집고쳐주기 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여름방학이라 여행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법함에도 불구하고 너나 할 것 없이 노인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일손돕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강동대 박희윤 학생은 “집 고쳐주기 운동에 두 번째로 참여하고 있는데 집을 고치면서 우리농촌에 대한 관심과 문제점들이 더 깊어졌다”면서 “여행도 좋고 아르바이트도 좋지만 땀흘리면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하는 이 시간이 사회에 나가서도 밑거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근 교수 역시 곡괭이로 구덩이를 파고 도배를 도우며, 현장의 대학생들과  똑같은 작업을 펼쳤다.
김승근 교수는 “6~7년동안 이 운동에 참여하면서 우리 농촌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석이 많다는 것을 늘 느낀다”면서 “하지만 젊은 대학생들이 농촌에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찾는다면 곧 살기좋은 농촌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농촌 노인들의 주거형태는 공동생활홈으로 변화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승근 교수가 말하는 공동생활홈은 마을의 노인들이 한 건물에서 따로 또 같이 생활하는 형태로 농어촌이라는 정주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주택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승근 교수는 지난 2011년 11월 괴산군 청천면 월문리 옛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해 3가구의 원룸형 주택으로 꾸몄는데 당시 큰 호응을 받았다.

▲ 강동대 김승근 교수
한편 ‘농어촌 집 고쳐주기 운동’ 사업은 지난 2007년부터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마사회, 한국농촌건축학회, 다솜둥지복지재단 등이 힘을 합쳐 농어촌 독거노인에게 활력을 주고 희망을 주기 위해 시작했다.

현재 농어촌 주택 중 20%에 해당하는 64만채가 지붕에 빗물이 새고, 웃풍이 심하며 심하게 낡은 상태다. 
농촌 집 고쳐주기 운동으로 지난해까지 309가구의 집을 수리했으며, 연말까지 400가구의 주택을 손보는 것이 목표다. 또 집고치기에 참여하는 인원은 2007년 220명이었다가, 올해는 16개팀 510명으로 두 배이상 늘어났다.

김승근 교수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농어촌 복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며 “이같은 활동이 좀 더 활성화돼, 더 많은 농어촌 지역이 혜택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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