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밭 농부, 아너 소사이어티 되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잖아요. 농사도 여러 일꾼들이 함께 도와주었기 가능했고, 돈도 벌수 있었죠. 저도 도움을 받았기에 남을 돕는 것이고, 또 이것이 다시 나에게,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농업인 최초, 전라북도 최초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전북 김제시에서 인삼농사를 짓고 있는 배준식(60세)씨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만든 고액 기부자 모임으로 1억원 이상 기부하거나 5년간 1억원을 약정할 경우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배준식씨는 아들의 축의금 5천만원을 기부한 뒤 5년간 나머지 5천만원을 기부 약정 하면서 사회공동모금회 전북지회 1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자 첫 농업인 회원이 됐다.
충남 금산에서 4남 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난 배준식씨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난한 살림에 큰형이 군 입대를 앞두고 집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일을 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다. 이어 막내 동생은 지병에 걸리는 등 집안에 악재가 계속됐다. 배준식씨 가족에게 가슴 펼 날이 없었다.

이에 배준식씨는 초등학교 졸업 후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이렇게 남의 일을 도와주며 근근이 살아가던 중 일거리를 찾아 전북 김제로 내려오게 됐다. 35년 전 일이다. 타지인 김제로 건너온 배준식씨는 그곳에서 아내 황순이(59세)씨를 만나 김제에 정착했다.


결혼 후에도 배준식씨는 가난과 수많은 고난, 역경을 겪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악착같이 일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일한 결실로 20여년 전부터는 인삼농사를 시작해 지금은 8만평의 인삼밭을 경작하는 농업인이 됐다.
이렇게 알뜰살뜰 모아 김제에 번듯하게 터전을 이룬 배준식씨는 ‘초심을 잃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시작했다.

배준식씨는 “어린 시절 누군가로부터 공책 두 권과 연필 한 자루를 받은 기억이 있다”면서 “그때의 고마움을 잊지 못해 나중에 꼭 이 받은 기쁨을 어려운 이웃에게 돌려주겠다고 다짐했다”고 선행의 뜻을 밝혔다.

배준식씨 선행의 시작은  25년 전 여름 수해 재난 방송을 보고 성금을 낸 것으로 시작됐다.
배준식씨는 “오두막집 단칸방에서 아내와 세 명의 아들이 함께 살고 있었는데, 수해 방송을 보고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집에 있던 돼지저금통을 뜯어 기부했는데 7만원 정도가 됐다”고 전했다.

어려울수록 더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던 배준식씨는 자신도 어려운 처지임에도 아낌없이 나눠줬다.
또한 7년 전부터는 겨울마다 연탄 2만장을 구입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이동도서차량과 신간을 구입해 농촌 청소년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와 함께 2006년 백두산 여행 중 구걸하는 북한 어린이를 본 배준식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쌀 80kg 1000가마, 1억 6천여만원어치를 구입해 굶주린 북한 동포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배준식씨는 “한국에는 아직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나 먼저 몸소 실천해 가며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많이 확산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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