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제  편집국장
여성농업인신문


지난 2007년 대한민국의 전남 보성 앞바다. 70대의 한 어부가 배에서 20대 여성을 범하려다 살인을 했다. 생물학적으로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들지만 수사의 결론과 현실은 그렇다가 대답이다. 당시 그의 나이 74세로 20대 여성 등을 배에 태운 뒤 성폭행하려다 뜻대로 안되면서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이었다.

노인은 70대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이 셌다. 뱃전에는 여행 온 열아홉 청춘 남녀 둘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고, 노인은 그들 뒤로 몰래 다가갔다. 그러곤 순식간에 청년을 뒤에서 떠밀어 물에 빠뜨렸다.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며 배에 다시 기어오르려는 청년을 삿대로 내리치고 찍고 떠다밀었다. 얼마 뒤 청년은 어깨, 팔, 정강이가 부러져 물 아래로 사라졌다. 이어 노인은 여자에게 다가갔고, 싫다고 발버둥 치던 여자도 바다 밑으로 사라졌다. 한달 뒤 스물서넛 나이 여자 둘도 같은 바다에 떠밀려 죽었다.

노인은 고령임에도 평생 어부로 살아온 탓에 어렵지 않게 여성을 제압할 수 있었다. 자신보다 약한 여성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의 전형이다. 남자들끼리 하는 말로 혹은 여성들이 말년 남자들에 힘을 빗대는 말로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라는 말을 한다. 숟가락을 들 작은 힘만 가져도 기본적인 욕망의 분출이 가능하다란 얘기일 것이다.

최근들어 등장한 노인의 성(性)이 세상밖으로 등장하고 있다. 70대 노인과 10대 여고생의 만남을 그린 ‘은교’, 그리고 젊은 남자비서와의 은밀한 관계를 노골적으로 그린 ‘돈의 맛’, 모두가 노인들도 당당하게 욕망을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올림픽 열기가 뜨거웠던 8월초에는 대학교수와 70대 노인 등이 낀 역대 최대 규모의 음란물 유포 조직이 인천지방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적발됐다. 더 놀라운 일은 붙잡힌 음란물 동영상 유포자 중에 70대 노인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2년 전 부터 이러한 음란 동영상을 유포한 노인은 평소의 능숙한 일본어 실력을 활용해 일본 음란 동영상에 한글 자막을 직접 넣어 왔다고 한다.

최근들어 이렇게 노년 남성의 성(性) 일탈 행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배경은 성생활이 가능한 노년 계층 인구가 늘어나면서다. 과거 환갑만 되면 꼬부러져 죽음을 기다리던 시기와 달리 요즘에는 사회활동이 왕성하고 육체적으로 건강한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를 노려 일명 ‘박카스 아줌마’라는 새로운 성매매 형태까지 등장했다.
비단 성(性)의 일탈 행위 뿐만 아니라 숭례문의 방화범도 60대였고, 아파트 배관을 타고 절도행각을 벌이던 사람도 70대의 노인이었다.

이처럼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크고 작은 사건 속에는 평범해 보였던 이웃 할아버지, 별다른 경계를 보내지 않았던 노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노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말은 노인 내면에 잠재한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꿈틀거리는 욕망의 충동을 여실히 보여준다. 변화되는 사회의 속도감, 점차 좁아지는 활동 공간, 자식과의 의사소통 부재에서 오는 소외감은 노인들의 사회 부적응, 증오심으로 연결된다. 사회가 따뜻하게 감싸 주어야 할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귀찮고 거북한 존재로 간주할 때 노인은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노인들에게 슬기롭게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시간감각과 그 대응법을 알려주고 아파트로 대변되는 개인화되는 주거, 활동공간에서 노인들의 자리와 입지를 챙겨야 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게 마련이고 노인이 된다. 노인들은 우리의 미래모습이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사회적 의사소통 경로만이라도 지속적으로 유지, 확대시킨다면 노인들의 아름다운 말년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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