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 화성 연쇄 살인사건부터 1990년대 이형호군 유괴사건, 지존파, 막가파사건. 2000년대 유영철, 조두순, 강호순, 김길태, 김수철 사건, 최근 오원춘, 나주 초등생 납치 성폭행 사건까지 미디어 모방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다.

영화, TV와 같은 대중매체의 등장 이후로 끊임없이 진행되는 논쟁은 폭력적인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아동이나 청소년들의 태도, 가치관 및 폭력적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금은 성인들에게도 해당되는 상황이다.

폭력적이고 잔혹한 컴퓨터 게임이 아동과 청소년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고, 야한동영상은 성인들에게도 공격적 행동을 학습시키고, 활성화시킨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연구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일관적인 결과는 아동과 청소년, 성인들의 폭력적 프로그램 접촉이 폭력적 행동에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미디어 컨텐츠로부터의 모방 범죄 사례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1994년 6월 박한상 친부모 살인 사건과, 같은 해 9월의 지존파 사건 및 온보현 택시 살인사건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미디어 모방 범죄는 실제 유괴사건을 다룬 영화 ‘그 놈 목소리’를 모방한 인천 초등학교 유괴 살인 사건에까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매번 가장 큰 쟁점은 이들 범죄가 영화나 소설 등 각종 미디어 컨텐츠로부터 그 수법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특히 ‘조폭마누라’와 ‘친구’, ‘공공의 적’과 같은 조폭 영화가 흥행의 중요한 소재로 부각되던 2000년대 초반에는 미디어의 과도한 폭력 묘사와 폭력 미화가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으며, 실제 영화에서 묘사된 잔인한 수법이 실제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등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리이버트(Robert M. Liebert) 박사와 그의 동료들이 밝힌 것처럼 어린이에게 공격적인 화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 어린이는 자기가 본 것을 자기의 행동에 대한 어떤 길잡이로 받아들인다. 나주 초등생 납치 성폭행 사건 피의자인 고종석 역시 광(狂)적으로 야한동영상을 반복 시청했다고 알려졌다.
미디어 기능은 미디어 컨텐츠의 생산자의 의무와 주의 노력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미디어 효과는 소비자들의 소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흔히 말하는 황색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 옐로 저널리즘)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범죄·괴기 사건·성적 추문 등을 과대하게 취재·보도하는 저널리즘 형태를 보인다. 하지만 미디어의 환경 감시 기능은 미디어가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정보를 수집, 정리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해주는 일종의 위험 예방적 측면이 강해야 한다.

문제는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미디어가 제공해주는 정보가 오히려 우리 사회의 위험 요소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다. 또한, 위험 요소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중복되고 확산되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과다한 심리적 긴장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모방 범죄의 경우도 미디어를 통해 접한 정보가 유사 범죄를 유발할 수 있고, 실제 그런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공포심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 컨텐츠를 제작해서 제공하는 언론인들의 경우 미디어 컨텐츠의 역기능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범죄 수법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묘사한다거나 이번 나주 초등생 납치 성폭행 사건에 대해 너무 세세한 미디어 보도를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베르테르의 효과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자살이 전염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베르테르효과란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던 사람이나 영향력 있는 인물이 자살하거나 죽었을 경우, 그 사람과 스스로를 동일시해서 자살 시도를 따라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처럼 미디어는 자살이나 범죄의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미디어가 범죄나 자살 사건을 보도해야 하지만, 그러한 보도를 통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나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어려움에 처한 성인들이 영향을 받는다면 그에 대한 예민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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