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묻지마 범죄와 아동 성폭행문제로 여성농업인들은 대문밖을 나서기도 무섭다. 계속되는 범죄의 끝은 살해이고, 특히 아동성폭행 피해자의 경우 살아있다 하더라도 평생 고통을 안고 가야하는 입장에서는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지난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2003년부터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세계자살예방의 날(World Suicide Prevention Day)이다. 이날은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42명씩 자살해 OECD국가 중 자살률 단연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65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률은 65세 이상 기준은 10만명당 81.9명으로 다른 나라의 노인 자살률보다 4배 가까이 높다. 참고로 일본 17.9명, 미국 14.5명이다.
물론 청소년 자살률도 높다고 하지만 자살률 1위 오명을 벗고싶으면 노인들이 왜 이렇게 자살을 많이 하는가부터 먼저 고민해야 한다.

농촌 지역에도 예외는 아닌데 2010년 충남의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123.2명으로 서울65.1명의 두 배에 달한다. 지난 2007년에는 충남의 한 마을에서 일주일 새 5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곳은 50~60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노인 자살의 주요 원인은 ▲경제적 빈곤 ▲신체적 질병 ▲사회적 고립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 노인 자살률이 높은 것은 산업화 이후 급속히 고령화했지만 사회적 안전망이 아직 부실하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농촌 노인들은 신체적·경제적 문제가 생겨도 해결방법을 못 찾는 경우가 많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의 56%가 농약을 자살 도구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우리나라는 농약에 대한 관리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그렇다면 자살률이 높은 우리나라와 우리사회는 왜 이렇게 극단적일까.

이렇게 스스로 세상을 버리는 이웃이 많은 까닭에 50-20클럽이나, GDP 세계 10위권의 의미는 무색해 질 수 밖에 없다. 노인들을 비롯해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살에 이르기 까진 수만번 헤아렸을 것이고, 그 만큼 세상을 증오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많은 시간 동안 무관심했던 우리가 이웃이고 가족이라면 모두에게 윤리적 책임은 있다고 생각한다.

자살 막으려면 소통을 해야한다. 자살은 충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눈높이에서 보면 징후가 있다. 옛날에는 이웃끼리 서로 드나들었기 때문에 대형사고는 없었지만 요즘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이웃간에 사건이 발생한다. 음지에 있는 이들을 밖으로 끌어내어 함께할 수 있는 사회적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아울러 사회복지사 처럼 전문상담사를 행정기관 단위로 배치하여 사전 대처하는 것이 경찰력으로 사후 대응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이제는 삶의 질 평가를 GDP(국내총생산)아닌 GNH(국민행복지수)로 바꾸어야 한다. 최근 영국 정부와 일본, 중국도 행복지표를 개발 실천하고 있다. ‘GDP와 행복수준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미 경제학자 이스털린의 보고서처럼 우리는 GDP 세계 10위지만 행복지수는 OECD 34개국중 26위로 처져 있다.

경제지표와는 별개로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행복지수가 높은 국가들을 벤치마킹하여 우리 모두에게도 행복이 최고의 선(最高善)이 되었으면 한다. 생사의 문제는 인간에겐 논외의 영역이며, 이 시간 자살을 되뇌이는 그들도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 소중한지를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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