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자비를 베푸소서’


감독 김기덕
출연 조민수 (엄마라는 여자 역), 이정진 (악마 같은 남자 역)

[줄거리]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남자 ‘강도(이정진)’. 피붙이 하나 없이 외롭게 자라온 그에게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불쑥 찾아 온다.  여자의 정체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며 혼란을 겪는 강도. 태어나 처음 자신을 찾아온 그녀에게 무섭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사라지고, 곧이어 그와 그녀 사이의 점차 드러나는 잔인한 비밀을 그린 작품.
영화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것은, 김기덕 감독 생애 최초이자 대한민국 영화 사상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것으로 한국영화 역사에 큰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일이다.

김기덕 감독은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이래 8년 전 영화 <빈집>으로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같은 해 <사마리아>로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지만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기덕 감독은 이번 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 사자상’ 외 비공식상인 ‘젊은 비평가상(PREMIO AGISCUOLA LEONCINOD’ ORO’)에 이어 ’골든마우스상(MOUSE D’ORO)과 ‘나자레노 타데이상(Prernio P. Nazareno Taddei)’ 수상으로 베니스 영화제 4관왕의 주인공이 되었다.

더불어 김기덕 감독은 2000년 <섬>으로 베니스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입성 이래, 2001년 <수취인 불명>, 2004년 <빈집>으로 은사자상 수상 등 <피에타>로 국내 유일무이하게 4회 베니스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 진출 및 은사자상, 황금사자상을 모두 휩쓴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제69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피에타>는 지난 6일 개봉, 흥행 순항 중이며,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 김기덕이 선택한 배우

 지난해 11월, <피에타>의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 잔인한 악행을 서슴없이 저지르지만 내면은 유아기 상태에 머물러있는 남자 강도, 그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어딘가 정체가 묘연한 엄마라는 여자. 그리고 그 둘의 충돌에서 오는 거친 심리변화를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스태프들의 깊은 고민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기덕 감독은 단숨에 배우 조민수, 이정진을 캐스팅보드에 떠올렸다. 캐스팅 후보는 단 2명, 통상 한두 달간의 섭외 과정이 필요한 최종 캐스팅 결정까지는 단 10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거침없는 결단에 부응하듯 두 배우는 소름 끼치는 연기력으로 현장을 장악해 김기덕 감독의 혜안을 입증시켰다.

 산 닭, 산 장어를 맨손으로 휘어잡으며 얼음판 맨발 투혼까지 불사한 배우 조민수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한 장면에 a안, b안, c안을 모두 다 갖고 있어 연기 디렉션이 따로 필요하지 않은 배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놀라울 정도의 흡입력을 보여준 배우 이정진에 대해서도 “백지와 같은 배우. 그래서 그 백지에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배우.”라며 그의 놀라운 연기 흡수력에 애정 어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2 김기덕을 선택한 배우

 김기덕 감독은 자신이 배우를 선택한 동시에, 반대로 자신이 선택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 운명적 만남을 함께한 배우 조민수와 이정진이 <피에타>를 통해 그간의 이미지를 뒤엎는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두 배우는 세계적인 거장 김기덕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출연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며 지난 촬영 소감을 전했다.

 열일곱 편의 작품을 통해 그만의 색깔로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김기덕 감독. 그 색깔이 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출연을 결정했다는 배우 조민수는 “여태까지 연기를 하면서 돈을 받아왔지만 이 작품에서는 열정을 받아왔다.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준 작품”이라는 출연 소감을 밝혔다.

배우 이정진 또한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고민을 했지만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었기에 오히려 쉽게 풀이 됐다.”고 깊은 신뢰감을 표현했다. 한편 많이 알려져 있는 이미지와 달리, 유머러스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지닌 김기덕 감독에 대한 놀라움 또한 감추지 못했다. 배우 이정진은 “감독님은 예능 프로그램 제작자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며 언론과 대중들의 선입견과는 다른 인간 김기덕의 진짜 모습을 전했다.  독특한 캐릭터, 하지만 배우로서 놓칠 수 없는 강렬하고 매력적인 시나리오, 그리고 그 뒤를 견고하게 받쳐주는 김기덕 감독과 두 배우가 완벽한 호흡을 빚어냈기에 영화 <피에타>가 마침내 탄생될 수 있었다.
 
 #3 <피에타>의 촬영감독은 김기덕?

 : 고도의 집중력과 긴장감이 가득했던 현장 비하인드 스토리
 <피에타>의 촬영현장은 상대배우와 감독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촬영이 이미 끝나버릴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또한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두 대의 카메라가 동원됐다. 조영직 촬영감독이 A카메라 그리고 김기덕 감독이 연출과 동시에 B카메라를 잡았으며, 전체 촬영 분의 비율은 7:3 정도로 나눴다. 현장은 서로 약속한 앵글로 원활히 촬영이 진행되었지만, 중간중간 두 배우의 감정이 고조됨에 따라 김기덕 감독도 함께 몰입하다가, 자신이 들고 있는 B카메라가 A카메라에 점차 가까이 다가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B카메라가 깊숙이 들어올수록, A카메라의 앵글에는 촬영에 열중한 김기덕 감독의 뒷모습만이 담기게 된 것. 그러면서 김기덕 감독은 촬영감독을 탓한다며 배우들의 후일담 폭로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그만큼 대단한 몰입도를 보여주어 현장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처럼 효율성을 극대화한 동시에, 배우를 포함한 전 스태프의 고도의 집중력을 이끌어내는 김기덕 감독은 그들의 폭발적인 본능을 깨우는데 성공했다.
 
 #4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청계천

 과거 한국 산업 발전의 모태이자,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청계천. 청계천은 교과서가 든 가방 대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청계천을 오갔던 김기덕 감독의 유년시절의 기억이 담긴 곳이자, 여전히 작업 차 그가 자주 오가는 공간이다. 김기덕 감독은 청계천의 역사와 함께 잊혀져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주 촬영지를 청계천으로 선택했다.

 먼저 청계천에서 사채 청부업자인 강도의 집과 그가 찾아가는 채무자들의 일터를 찾기 위해 오래된 가게들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촬영에 필요한 판금, 금형, 절단, 프레스 등 다양한 기계와 금속이 즐비한 가게를 찾아 헤맸다. 특히 이 공간은 <피에타>의 시작이 됨과 동시에 미스터리의 키를 쥔 여자의 정체가 밝혀지는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야만 했다. 결국 촬영 날짜는 다가왔고,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공간에서 촬영을 시작해야만 했다. 그런데, 촬영을 하루 앞두고 제작팀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매일 다니던 길옆의 현대식 건물이 갑자기 눈에 띄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건물에 들어가보니, 그 안은 너무나 오래된 과거 청계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전 스태프들이 쾌재를 부르며 그 운명적인 공간의 역사적인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기록할 수 있었다.


황금사자상 수상소감

Q1. 수상 기분이 어떠한지?
김기덕 감독 : 매우 기분이 좋다. 이 황금사자상은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 영화계에 주는 상이라고 생각하겠다. 다시 한번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Q2.현지 뜨거운 반응으로 황금사자상을 예상하진 않았는지?
김기덕 감독 : 황금사자상이 얼마나 중요한 상인지 알기에 내심 받을 수 있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라고 생각한 적은 있다. 하지만 처음으로 영화가 공식 상영된 이래 내가 몸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영화 <피에타>에 대한 관객과 평가단의 뜨거운 관심과 애정이 상당했다. 특히 베니스에 있는 현지 이탈리아 팬들이 “황금사자상의 진정한 주인공은 피에타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솔직히 기대를 했던 부분이 있었다.

Q3. <피에타>가 상을 타게 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면?
김기덕 감독 : 일단 범세계적인 주제인 ‘자본주의’와 이로 인해 발생된 어긋난 도덕성이 모든 관객들 및 심사위원들이 통감했다고 본다. 특히 심사위원들의 평대로, 물론 영화의 시작은 폭력성과 잔인함으로 시작하지만, 영화 마지막에 다다르면서 인간 내면의 용서와 구원으로 마음을 정화시키는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Q4. 폐막식 전날까지 로이터 통신 등 세계 유력지에서 이번 베니스영화제의 영광의 주역은 대한민국의 <피에타>나 미국의 <더 마스터>가 될 것이라 예견했다. 이 경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기덕 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미국을 대표하는 이로서 그의 작품이었던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등 인간 내면에 대한 주제로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던 감독이었기에 그와의 경쟁은 너무 영광스러웠다. 특히 그의 이번 작품인 <더 마스터>가 은사자상 및 필립 세이무어 호프와 조아퀸 피닉스가 공동 남우주연상을 탄 수작이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된 폭력과 종교에 관한 쟁쟁한 감독들의 작품들이 많이 쏟아졌던 가운데, 그 중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타게 되어 다시 한번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

Q5. 무대에서 ‘아리랑’을 불러 전 세계가 놀랐고 앞 다투어 외신에서는 이 장면을 뉴스로 공개하고 있다. ‘아리랑’을 부른 이유는?
김기덕 감독 : 영화 <아리랑>으로 작년 칸 영화제 주목 할 만한 시선 대상을 타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 한국에서도 말했듯이 <아리랑>은 내가 지난 4년간의 나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 씻김굿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아리랑’을 부른 것은 세계인들이 영화 <피에타>의 메시지와 더불어 일종의 가장 한국적인 것을 수상 소감 대신 전하고 싶었다.

Q6. 앞으로의 계획과 남은 꿈이 있다면?
김기덕 감독 : 앞으로도 좋은 영화로 관객들에게 찾아뵙도록 하겠다. 한국에서도 영화 <피에타>가 며칠 전 개봉했으니, 많은 관객들이 영화 <피에타>를 보면 좋겠다는 것이 지금 현재의 가장 큰 꿈이다.
조민수: 영화 <피에타>를 통해 나의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 낸 것처럼, 좋은 작품을 만나 다시 한번 기회를 얻어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

Q7. 관객들에게 전하는 한마디
김기덕 감독: 영화 <피에타>는 극단적인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본주의 중심인 돈이라는 것에 의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불신과 증오와 살의가 어떻게 인간을 훼손하고 파괴하며 결국 잔인하고 슬픈 비극적 상황을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피에타>를 통해 돈이면 다 된다는 무지한 우리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더 늦기 전에 진실한 가치로 인생을 살기를 깨닫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