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농부, 도시농업으로 농업·농촌 알림이 역할 톡톡

“도시농업이 농업·농촌을 죽인다구요? 천만에요! 지속가능한 농업, 살맛나는 농촌 실현은 도시농업을 통해 이뤄질 것입니다.”

최근 회색의 도심을 초록빛으로 가꾸는 도시농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수도권,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말농장을 개설하거나 옥상텃밭, 베란다텃밭을 조성하는 등 도시농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원지동 소재 대원주말농장 최성희(56세) 대표는 우리나라 최초 주말농장을 시작하며 도시농업을 선두하고 있는 여성농업인이다.

최 대표는 1989년 23000m2를 3구좌로 나눠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그때 당시에는 서울 외곽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로 ‘도시 근교 농업’이라고 시작해 23년째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1989년도에 어느 중년의 남성분이 농장을 찾아오셨어요. 몸이 안 좋으셨는데 의사가 자연과 함께 하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대요. 저는 그분에게 농장 한 편의 땅을 제공해 주었고 농사를 짓게 했어요. 1년 장기치료 예정이었던 분이 6개월 만에 치료가 됐어요. 농업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줘 자연히 치료가 빨라진 것이죠.”

최 대표는 마음의 치유가 절실한 도시민들에게 농업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채소, 꽃을 기르던 땅을 시민들에게 분양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던 도시농업이 자리를 잡고 입소문을 타면서 구좌수는 해마다 늘어났다. 또한 1992년 서울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시민텃밭농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주말농장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1구좌 당 3평씩 1500구좌를 분양하고 있으며 매년 대원주말농장의 회원이 되고자 대기인원이 줄을 서고 있다.
대원주말농장의 인기는 전국에 주말농장의 표본이 되며 전파시켰으며 도시농업 붐을 일으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도시농업이 농업·농촌을 더 하향시키는 것이 아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농업·농촌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도시농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사를 지어보지 않고서는 농업을 알 수 없죠. 도시농업을 접하며 농업의 어렵고 힘든 점을 알게 돼 농업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커지게 되요. 때문에 장을 볼 때도 수입농산물보다는 국산을 더 애용하게 되죠. 또 내가 수확한 농산물을 먹기 위해 다른 농산물들을 추가로 구입하기 때문에 농산물 소비 촉진도 전개되고 있어요. 이밖에도 도시민들에게 농촌을 알리는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또한 최 대표는 대원주말농장에서 지역산지에서 바로 올라온 농산물을 마진을 받지 않고 팔아주는 중간상인 역할도 하고 있으며, 농번기에 주말농장 회원들과 함께 농촌 일손 돕기를 진행하는 등 농업·농촌을 알리기 위한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1980년에 시집와 농사를 짓고 주말농장을 운영하며 땅을 사겠다고 수많은 외지 사람들의 유혹이 있었다. 하지만 최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농업을 지켰다. 땅을 팔아 농업을 포기하고 깔끔한 옷에 뻔쩍뻔쩍한 구두, 모자를 신고 도시의 여느 여성처럼 살 수 있었지만 최 대표는 장화에 편안한 작업복 차림을 택했다. 그리고 지금의 모습이 더 멋지고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제가 여기서 흙 묻히기도 아까운 옷과 뾰족구두를 신고 있으면 주말농장 회원들이 저를 잘 따라주었을까요? 저는 여성농업인인 그 모습 자체가 가장 아름답고 자랑스러워요. 제가 당당하니 주말농장 회원들도 저를 인정해주고 대우해 주죠. 대기업 회장에게 ‘회장님’ 호칭을 듣는 것은 저뿐일 겁니다.”
농업을 택한 것을 후회한 적 없다는 최 대표는 앞으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주말농장과 더불어 체험승마장을 개설, 도시민들에게는 승마 기회와 체장애인들에게는 재활 치료 기회의 장을 만들 계획인 것이다.
농업을 통해 대원주말농장이 치유, 치료, 놀이공간, 여가생활을 함께 어우를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주소 : 서울시 서초구 원지동 254-21
홈페이지 : www.대원주말농장.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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