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위에 군림하는 정부 산하기관이냐!”


신경분리 후유증 심각…‘금융경쟁력’ 요원, 종합손익 감소 등

농자재 담합 등 농민 ‘등 친’ 사례 곳곳서 드러나




농협중앙회가 사업구조개편이후 전반적인 사업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지주와 경제지주, 농협은행이 함께 받은 국정감사에서는 금융부문의 부실대출과 늘어나는 연체금, 사업구조개편 관련된 회사채 추가 발행에 따른 부작용, 종합손익 감소 등이 확인됐다.
사업구조개편으로 농협개혁을 이뤘다는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자화자찬 ‘허풍’이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다. 그렇잖아도 방만운영에 성과급 잔치 등으로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터에 농협개혁 작업마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농민 조합원들은 울분과 동시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차후 서면답변 형식인 국감 특성을 감안, 질의형태의 확인자료를 중심으로 국감내용을 정리했다.


사업구조개편 부작용

민주통합당 김우남(제주시을) 의원은 사업구조개편 준비 소홀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지난해 중순 경 농협구조개편부에서 보수적으로 산정한 농협 신경분리 관련 비용은 총 9천812억원이었는데, 신경분리 후 예상보다 훨씬 많은 지출이 있었다”면서 “약 550억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을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또 대규모 손실이 가시화 된다면 사업을 강행한 최고경영진 등에 배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추가 손실액은 농협 신경분리시 해외 채권자 동의절차를 진행하면서 약 17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당초 연기금 등에서 인수해야 하는 농금채를 농협에서 인수하면서 발행 비용을 농협에서 부담하게 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지정에 대한 검토를 못한 결과, 업무제한으로 200억원의 금융 부담을 떠안게 됐고, 조세특례제한법, 고용보험법 등 타 법률상의 제약으로 연간 20억원 이상의 지원혜택이 감소될 처지다.
공공부문에 정보화 사업참여가 제한돼 연 매출액 60억원 감소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이밖에 사업구조개편 때문에 자산분할에 하자가 생겨 건물을 매각해야 하는 등 취득세와 등록세만 약 100억원이 넘는다는 분석이다.

부족자본금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달라짐에 따라 농협 금융지주는 지난 7월 1조7천억원 이내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을 마련했다. 농협은 올해만 9조2천억원의 차입 계획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농협 부채가 8월말 현재 316조7천571억원에 이른 것이다. 여윳돈을 손에 쥐지 않은 상황에서의 사업운영은 그만큼 불안요소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구조개편 후 종합손익 또한 8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무려 4천57억원이 감소했다. 우선 금융사업의 수익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란 점에서 ‘금융경쟁력 강화’라는 농협법 개정 작업이 ‘헛구호’였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방만한 사업운영

농협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문제가 지적됐다. 새누리당 경대수(증평·진천·괴산·음성) 의원은 “농협은행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이 올 8월 현재 4조1천154억원, 연체금액은 5천931억원에 달해 신한·국민은행의 2배, 우리은행의 3배, 하나은행의 25배를 넘고 있다”면서 “또 농협의 부동산PF 대출로 인한 손실처리금액이 매년 증가해 2010년 2천579억원, 2011년 7천777억원 손실처리했으며, 올 8월 현재 손실처리금액이 2천64억원에 달한다”고 따졌다.
경 의원은 “부동산 전망이 좋지 못한 시점에서 농협은행은 추가 위험성 부분까지 고려해 전체적인 부동산 PF 대출 리스크 축소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박민수(진안·무주·장수·임실) 의원은 “농협은행의 부실채권은 총 15만5천493건에 대손상각액은 6조8천542억원에 달한다. 하루에 90건 정도의 부실채권이 발생한 셈”이라며 “대손상각액이 크다는 것은 농협은행의 부실채권 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이로 인한 손해는 농업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자회사들의 경영실적 부진도 문제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김재원(군위·의성·청송) 의원은 농협경제지주 14개 자회사 중 농협한삼인 등 4개 자회사의 지난해 경영실적은 매우 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1년 당기순손실은 남해화학 84억원, 농협한삼인 79억원, 농협물류 157억원에 달했다. 김 의원은 “협동조합 목적에 따른 경제사업 손실은 불가피하지만, 운영의 비효율로 인한 경제사업 손실은 따져볼 일”이라며 “중앙회는 정부 지원을 받아 4조9천592억원을 경제사업에 투자할 예정인 만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치밀한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직원 ‘복마전’

새누리당 홍문표(예산·홍성) 의원은 “농가 인구는 줄고 농협 임직원은 늘고 있다”면서 “더구나 연봉 1억이상의 직원은 전체직원의 12.2%에 이르는데, 1년동안 일해서 3천만원 받는 농민들 입장을 생각해본일이 있느냐”고 다그쳤다.
홍 의원은 중앙회의 골프·콘도회원권 보유액이 각각 406억원(43좌수), 160억원(450좌수)이고, 급여대비 복리후생비 비율도 29.8%로 4대 국책은행 및 특수은행중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주택구입자금 이자 편법 지원, 자녀학자금 지원, 사업구조개편을 통한 임원수 대폭 증원 등 수도 없는 부조리와 도덕적 해이가 판을 친다”고 꾸짖었다.

박민수 의원은 예탁금 횡령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2008년부터 2012년 8월까지 고객이 맡긴 예탁금이나 예금 횡령은 총 24건에 27억9천500만원에 달한다”면서 “직원의 소양 교육과 엄중한 징계를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신성범(산청·함양·거창) 의원은 농협조합의 대출금리 조작 사례를 따졌다. 신 의원은 “대출금리 조작은 68개 농협에 1천여명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고, 금액도 359억원에 이른다”면서 “그런데 정작 책임 져야 할 해당 농협 조합장이나 상임이사 94명 중 47명은 임기를 채우고 퇴임할 정도로 징계가 가볍다”고 질책했다.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은 “농협은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으로, 군복무자와 정직중인 휴직자 등도 기본급 70%이상 지급하고 있다”면서 “농협의 과도한 휴직급여 지급과 상식밖의 과잉복지는 농민과 조합원을 배신하는 것이고 농협직원을 위한 농협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우남 의원은 “올 초 농협이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로 분리된 후 임원(상무 포함)수가 51명이 늘어 총 104명에 달한다”면서 “이들 중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나 전직 고위관료 등 ‘낙하산 인사’로 분류할 만한 사람이 20명이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 신동규 회장은 2007년 꾸려진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 출신이고, 청와대 국무총리실장을 지낸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은 농협중앙회 비상임 이사를 맡았다.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에는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의 저축은행 비리사건 전담 변호사인 박용석씨가 임명됐다. 농협은행 사외이사는 국정원 제3차장을 지난 김남수씨, 나동민 농협생명 대표는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을 지낸 인물. 민주통합당 김영록(해남·진도·완도) 의원도 비상임이사 지급금을 꼬집었다. 김 의원은 “중앙회가 수당 등 명목으로 비상임이사에게 지급한 금액이 1인당 연간 최대 8천600만원이 넘는다”면서 “국내 1, 2위 기업 삼성그룹(7천481만원), 현대그룹(8천401만원) 직원 평균 연봉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농협 본분…“몰라”

홍문표 의원은 농협의 (주)홈앤쇼핑에서 수입농산물을 취급하고 있다며 책임을 추궁했다. 홍 의원은 최원병 농협 회장에게 “농협판매장의 경우 수입농축수산물을 절대 팔수 없기 때문에, 홈쇼핑 채널을 이용해 수입농축산물을 무분별하게 파는 것이냐”며 “수입농축산물로 수익을 많이 내서 배당을 많이 받고자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홈앤쇼핑의 농산물 판매비율은 6.3%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수입농축산물 비중은 25.5%에 달한다는 게 홍 의원의 설명이다.

영일케미컬 담합문제와 관련, 김우남 의원은 “농협에 납품하는 9개 농약제조업체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8년간 매년 농협중앙회와 구매계약을 할 때 납품가격을 높이려고 사전에 합의한 ‘가격 인상·인하율’을 제시, 담합해왔다”면서 “그 결과 농민들은 8년간 농약을 사는데 최대 4천억원 가량을 더 지불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물었다. 김 의원은 “영일케미컬이 저지른 범법행위에 대한 처벌은 물론, 부당이익을 뺀 수준의 농약가격을 다시 책정해야 한다”면서 “농협중앙회는 실질적이고 진정성 있는 농업생산비 절감 방안을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의원은 중앙회 자회사의 담합 주도 사실을 폭로했다. 김 의원은 “중앙회가 발주한 비료, 농약, 상토 입찰에서 자회사들이 담합을 주도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고, 농기계는 현재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계통구매 담합의 후속조치를 보더라도, 농협중앙회는 농민의 자주적 조직이라기보다 농민위에 군림하는 농식품부 산하기관”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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