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사랑한 여인, '전자상거래 달인’ 되다
그 가운데서도 지은농산 임희순(69)대표는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생생한 40~50대 젊은이들과의 활동에서 뒤쳐지지 않는 최고참 여성농업인이다.
지난 5일 ‘지은농산’이라는 빛바랜 나무간판을 따라서 들어간 그녀의 집 마당은 막 작업을 마친 탐스러운 배로 가득했다. 지금 이곳은 온라인을 통해 예약된 배들이 전국 각지로 배송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임희순 대표가 생산한 배는 신고품종으로 제3회 우리농산물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로 맛과 품질을 자랑한다.
또 지은농산의 배는 친환경으로 재배돼 믿을 수 있고, 무엇보다 ‘손녀에게 들려주는 배꽃이야기’라는 감성마케팅을 활용해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지은농산의 ‘지은’은 손녀딸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하지만 임 대표의 저력은 환갑을 넘어서 배운 ‘전자상거래’를 활용하면서부터 나타났다. “2005년쯤에 예천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해서 우연찮게 컴퓨터를 배웠어요. 나이든 할머니가 할 수 있겠나 싶었죠. 그런데 블로그와 카페를 만드니까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그녀가 전자상거래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는 순간이었다. 그 길로 임 대표는 예천군농업기술센터와 인근 경북도립대학에서 수시로 전자상거래 관련 교육을 받았다. 또 농산물 교육이라면 서울, 대구를 막논하고 어디든 달려갔다. 그 사이 블로그와 카페는 일일이 댓글을 남기기에도 벅찰 정도로 방문객이 가득했다.
“교육이 있다는 소리만 들리면 열일을 제쳐 두고 찾아갔어요. 한국벤처농업대학도 졸업했고, 전국의 웬만한 교육은 다 마스터했죠. 하도 교육을 받다보니 이맘때면 어떤 교육이 있겠구나 하고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에요.”
이런 열정으로 임 대표는 전자상거래의 달인이 되어갔다. 임 대표에 따르면 전자상거래의 관건은 초심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 처음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할 때 소비자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계속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 끝에 임 대표는 한국사이버농업인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진흥청과 같은 정부기관에서 주최한 농업인 정보화 관련 각종 경진대회에서 당당히 입상했다.
또 컴퓨터를 다루는 실력은 포토샵과 동영상제작을 완벽하게 다루게 됐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같은 쇼셜네트워크까지 섭렵했다.
요즘 임 대표에게는 늘그막에 배운 전자상거래가 인생 황혼기에 찾아온 새로운 활력소가 된 것 같아 고마울 따름이다. 또 젊은 시절부터 바이올린, 서예, 고전무용까지 두루 접한 문화활동은 노년에도 무엇이든 즐겁게 해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농사생활 50년, 결혼생활 50년동안 교육이나 문화와 같은 많은 사회활동을 하게 해준 우리 남편 우병윤씨에게 감사를 드려요. 그리고 다시 태어나도 멋진 인생 한 번 더 살아보자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임 대표는 말한다.
“젊든 늙었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 한다면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나처럼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고, 열정만 있다면 과감하게 뛰어드시면 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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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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