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농업의 ‘연결고리’


축산과학원, 실용기술에서 첨단바이오까지 광폭 연구

축산물 품질고급화와 축종별 안정생산기술 개발 주도


글 싣는 순서
 1. 여건변화와 연구개발
 2. 농업 기초연구 부문
 3. 농업생명공학 분야
 4. 식량작물 분야
 5. 원예특작 분야
 6. 축산 분야
 7. 농업기술실용화 부문
 8. 국제농업기술협력 분야
 9. 성과와 과제 Ⅰ
10. 성과와 과제 Ⅱ

농업은 연구개발(R&D) 부문을 잡도리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정책도, 고효율 예산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농업 연구개발의 대표기관인 농촌진흥청의 최근 성과를 집중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향후 10년 이상 농업현장에서 각광받을 기술들을 소개하는 한편 보완과제 제시를 통해 농진청의 분발을 촉구할 계획이다. 여섯 번째로 축산 분야의 최근 연구개발 성과를 짚어본다.

◇ 안팎 위기 돌파구 찾는 축산연구= 미국, 유럽연합에 이어 거대 중국까지 자유무역협정을 무기로 한국 농축산물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특히 축산분야의 경우 주축이랄 수 있는 소고기, 돼지고기를 비롯해 대부분의 축산물이 시장개방 폐해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축산분뇨 처리 같은 환경문제나 동물복지에 관한 국제규준문제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국내 축산기반의 훼손은 빤한 일이 되고 있다.

대내로도 축산분뇨의 해양투기 금지가 실시되는 한편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가축질병 예방과 폐해방지를 명분으로 갖가지 규제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축산과 관련한 환경민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축산물 시장도 뿌연 안개에 갇힌 듯 예측불허의 불안정성을 보인다. 축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불리하다. 축산농가의 대정부 시위가 올해 가장 많았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안팎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축산의 고민’이 깊다. 정부는 진흥과 규제, 축산과 환경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채 축산업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양상이다. 예컨대 가축분뇨 배출기준을 강화해 전면실시하기까지 이웃 일본도 20여 년에 걸쳐 현장에 적용했는데 환경부는 5년 만에 완료하겠다는 만용을 부리고 있다. 축산업을 살리는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약자의 요구’를 묵살해서는 안 될 일이다.

축산분야 연구개발이 새삼 주목받는다. 축산업 안팎의 위기도, 정책과 현실 간 모순도 그 간극을 좁히고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처방’이 연구개발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기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위기의 단초가 되고 있는 축산환경, 동물복지, 가축질병 등의 문제를 연구개발로 풀 수밖에 없다.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원장 장원경)은 전문화, 규모화한 농가가 국내산 축산물의 자급률 유지를 견인케 하는 한편 축산물의 차별화와 고효율의 생산성 달성을 위해서도 연구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출하는 축산업,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축산업이라는 위상정립을 통해 국내 축산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도, 벼농사 등 경종농업과 맞물려 지속가능한 자원순환농업 구현을 위해서도 축산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 종축개발부터 동물바이오연구까지= 축산과학원은 친환경축산기반 구축, 고효율 첨단생산체계, 가축생산비 절감, 한국형 종축개발, 축산물 소비촉진과 가치향상, 축산물과 종축의 수출활성, 동물생명공학 등 미래성장산업 육성 등을 연구개발 추진방향으로 두고 있다. 한우, 젖소, 돼지, 가금 등 맞춤형 종축개발부터 고부가가치 바이오신약 소재나 바이오장기 이용이 가능한 가축생산 기술까지 광폭의 연구를 진행한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성과도 많다는 평이다. 가축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용 절감기술, 고능력 종축 선발과 품종육성, 양질의 조사료 생산·가공과 사료자원 이용기술, 축산물 안전관리기술과 질병 예방·제어기술, 기능성 강화 고품질 축산물 생산기술, 생명공학 접목한 고부가가치 동물신소재 개발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 축산기술, 가축유전자원 확보와 관리기술, 반려동물산업 기반기술 개발 등에서 적잖은 성과를 얻고 있다.

▲ 한우 품질과 안전성 향상= 우량한우 선발과 고급육 생산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맛있고 안전한 한우고기 생산에 기여한 일이 주요성과로 꼽힌다. 거세한우 1등급 출현비율이 2002년 48.5%에서 2011년 78.3%로 오르고 소비자 신뢰도가 높은 안전축산물을 생산하기 까지는 식중독균 10종 동시진단기술 개발, 사료첨가용 유산균 선발, 연령별 적정비육기간 설정, 초음파 측정이후 출하시기 결정, 배합사료 급여기준 설정, 초음파 육질형질에 근거한 씨수소 선발, 소고기 맛 예측시스템 개발 등 갖가지 연구개발 성과가 일군 합작품이다.

▲ 고품질 우유생산기술 지원
= 젖소 국제유전평가에서 전 세계 씨수소 12만5000두 중 한국형 보증 씨수소 7두가 포함됨으로써 우리나라 젖소 개량능력이 세계적 수준임을 확인했다. 소비자 요구에 부응한 고품질 우유 생산과 고능력 젖소의 안정적 사육기반 조성기술, 다양한 유제품 제조기술 개발도 성과가 크다. 동물복지에 부합한 수유로봇과 송아지 유모(U-mo) 상용화, 어린이 두뇌 발달을 위한 기능성 우유와 생리활성 천연물질을 강화한 우유 생산기술, 현장에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우유품질분석기 개발 등이 현장호응도도 높다.

▲ 안전하고 맛좋은 돼지고기
= 국가단위 돼지 개량체계 구축으로 씨돼지 개량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맛있는 돼지고기 생산기술을 개발, 보급해왔다. 양돈 생산성 향상을 위한 종합기술, 사료 항생제 사용금지에 따른 기술, 돼지 뒷다리 한국형 발효생햄 제조기술 등의 개발, 보급이 이뤄졌다. 2011년 구제역 발생에 따른 국내 종돈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축산과학원이 개발한 우량 씨돼지 확대보급을 통해 피해농가의 조기복구에 힘쓴 일도 평이 좋다.

▲ 토종닭 복원, 수출용 부분육계= 국내 고유 유전자원인 토종닭 품종을 복원하고 이를 이용한 ‘우리맛닭’을 개발하는 한편 현장보급을 통해 권역별 명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건강, 다이어트, 간편조리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부분육과 가공용 생산을 통한 수입대체용 대형육계 개발, 위생적이고 안전한 닭고기를 공급하기 위한 사료첨가용 항생제 대체제 개발 등도 성과로 꼽힌다. 지열냉난방시스템, 발광다이오드(LED) 같은 친환경소재를 이용한 에너지 저투입 ‘녹색양계기술’ 개발, 보급도 평이 좋다.

가축분뇨 자원화를 통해 축산을 자원순환농업의 연결고리로 완성한 기술들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가축분뇨를 퇴비 펠릿으로 만드는 기술,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가스 생산기술과 이를 적용한 마을단위 자원순환형태 녹색기술 실증사업은 정부차원의 주요모델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극조생 이탈리안 라이그라스품종 ‘그린팜2호’ 개발과 거세한우 급여효과 분석, 미생물을 활용한 섬유질 발효사료 제조기술 등 고품질 조사료 개발 연구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인터뷰  장원경 축산과학원장


“‘수출축산’ ‘식량축산’ 위상정립에 힘쓸 것”

축산업이 안팎으로 곤경에 처했다는 것이 현장의 평이다. 축산분야 연구개발의 중요도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 미래 한국축산의 모습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소규모 농가가 대폭 감소하고 중규모 농가는 대규모로 전환할 것이다. 대규모 농가의 가축사육 점유비중이 지난해 34퍼센트에서 2027년 66퍼센트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따라서 향후 전문화, 규모화 된 농가가 축산물 자급률 유지를 견인토록 하기 위해서는 축산과학원의 임무가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축산농장이 쾌적하고 주위와 어울리는 목가적 풍경이 바로 우리나라 미래 축산의 지향점이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축산업이 악업(惡業)이란 누명을 벗고, 경종에 도움을 주는 자원순환농업 정착에 기여하기 위해서도 관련분야 연구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아이티, 비티 등 첨단과학기술의 광범위한 적용으로 축산물 품질 차별화와 고효율의 생산성을 달성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중요하다. 특히 현 위기를 극복하는 차원에서도 수출하는 축산업,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축산업으로 위상을 강화해 국내 축산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축산분야 연구에 분발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축산분야 연구개발 방향과 발전방안, 추진과제는 무엇인가?
= 축산과학원은 8대 추진방향을 두고 있다. 친환경축산기반 구축, 저투입고효율 첨단생산체계, 가축생산비 절감,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 한국형 종축개발, 축산물 소비촉진과 부가가치 향상, 축산물과 종축의 수출 활성화, 신성장산업 육성이 그것이다. 분야별로 추진과제가 망라돼 있다. 대표적인 과제를 꼽자면, 친환경축산기반을 위한 자원순환농업 내실화, 동물복지형 축산 조기정착 등이 있고 가축생산비 절감 분야에는 조사료 자급률 증진, 식품순환자원 재활용, 젖소 경제수명 연장 같은 과제가 있다.

저가부위 활용한 고부가 육가공품 개발, 자연치즈 등 로컬 푸드 정착, 축산물 수출단지 조성, 종돈과 젖소 정액 수출국의 기술지원, 동물생명공학을 이용한 바이오 의약소재와 장기 개발 등도 대표적 추진과제라고 할 수 있다.
축산과학원은 국민과 소비자 신뢰확보, 농업과 농촌의 발전 견인, 농촌어메니티와의 조화, 최첨단과학기술 적용이라는 핵심가치를 뿌리에 두고 축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