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안보산업’엔 모두 공감곳곳에 ‘뜬구름 공약’… 실속없어



박근혜

‘선거의 여왕’이란 칭송과 집권 여당의 후보답게 웬만한 공약은 세부사항없이 덩어리만 발표하고 있다. 공약사항을 살펴보면 현정권의 ‘과학기술 접목형 수출산업’에 근간을 두고 있는 듯하다.
박 후보는 “우리도 명실상부 선진국에 안착하려면 농업을 키워야 합니다. 농업은 각종 정보통신기술, 바이오기술 등 과학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우리의 내일을 책임질 미래 유망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한다.
농민의 소득을 높이고 농촌의 복지를 확대하며 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3가지를 농정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방침 또한 현정권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경쟁력’을 내세웠던 현 정권과 어떻게 달리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일까, 현재로선 비슷한 형태다.

‘행복농업 5대 약속’이란 제목으로 농정공약을 밝힌, 박 후보는 우선 농자재 가격 안정을 주요 사안으로 꼽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농자재 업체들의 담합을 막고, 농협이 농자재 유통센터를 건립해 저렴한 가격으로 농자재를 공급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료의 구매시스템을 개선해 원료 곡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250개인 농기계 DALEO사업소를 2015년까지 400개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 농기계 부담을 최소화시키겠다는 다짐도 했다.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책으로 현행 생산자, 수집상, 도매업 등으로 구성된 6단계에서 생산자, 협동조합 등의 생산자단체, 소매점의 3단계로 단순화될 수 있도록 잡아나가겠다고 공약했다.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첨단과학기술을 접목해 농업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대목이다. 박 후보는 IT를 활용한 첨단 생산·유통 시스템을 도입하고, 농업분야에 대한 R&D(연구개발) 투자를 더욱 강화해 가축이용 신약개발이나 특용작물 연구 등 농어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권의 선진화 농업정책과 유사한 계획이다.


문재인

MB정권의 농정실패를 앞세운 게 문 후보의 농정공약 초점으로 보인다. 일례로 최근 대선후보 토론에서는 “농가소득은 참여정부 말 도시가구 소득의 73%에서 59%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국제적인 식량위기 속에서 식량자급률은 22.6%로 역대 최저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라고 서두부터 현정권을 지적하고 나섰다. 현정권의 농정에 대해서 무관심, 무책임, 무대책 ‘3무정책’이라고 힐난을 덧붙였다.
더불어 문 후보는 ‘돈안되는 장사’로 규정한 현정권의 농업개념을 바꾸는게 농정공약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공약사항으로 우선 대형유통매장의 독과점을 지적한 게 눈에 띤다. 유통매장 때문에 농민들은 생산비도 못 건지는 불합리를 뜯어 고치겠다고 얘기했다. 이를 위해 매년 품목별 유통마진을 정밀 조사해 농민, 유통업체, 소비자, 각 주체들이 유통비용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상생의 유통질서를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박근혜 후보의 유통단일화 방안과 다른 대목이다.
또 도시생협을 육성하는 한편 농민들과 계약재배를 활성화해 생산비와 적정이윤을 보장하는 도농상생의 농산물 직거래 유통망을 대폭 확충, 농산물 소비의 30%를 담당토록 중장기 계획을 세워 추진하겠다고 피력했다. DJ정부 때부터 유통활성화 방안으로 제기되던 방안이어서 별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다만 추진력 여부가 관심 포인트다.

문 후보의 공약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유력 후보에 비해 FTA를 강조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문 후보는 한중FTA는 신중을 기하고, 밭작물 영세농을 철저하게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농민단체들이 요구해 온 ‘FTA 무역이득공유제’는 이명박 정부가 ‘과잉입법’이라고 반대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결사반대 입장보다는 물러선 답변이란 분석이다.

영세·고령농과 중소 가족농 보호대책도 눈길을 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기초노령연금 등 4대 사회복지망을 강화하는 한편, 중소 가족농에 대한 영농자금과 학비대출 등 이자율 차등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종합적인 이행노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우리 먹을거리 절반은 우리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고취시키고, 농지를 적정수준으로 보전·관리하는 동시에 기후변화에 대비해 생산기반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
이름도 생소한 ‘분권형 협치농정’도 눈에 띤다. 주요 농정현안에 대해 시민, 정부가 함께하는 정치를 펼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국민농업발전특별위원회를 재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정부 들어 없어진 기구를 5년만에 부활하겠다는 약속이다.


이정희

이 후보는 “농민들의 5대 걱정인 가격 걱정, 땅 걱정, 빚 걱정, 생산비 걱정, 재해 걱정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전제한 뒤 농정공약을 내놨다.
이를 토대로 우선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역설했다. 나락값과 송아지값 걱정을 겪었듯이 ‘국민기초식량보장법’제정을 통한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땅 문제는 ‘농지개혁특별법’을 제정해 농지를 농사짓는 사람에게 돌려주고, 농지를 국가가 직접 개입해 관리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하겠다는 설명이다.

또 농가부채에 대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저곡가 정책, 수입개방 정책, 분별없는 FTA 체결에 대한 정부의 실정을 책임지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해 농가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성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쌀 자급 요구량 850만톤을 생산하기 위해 남북 농민단체와 정부가 참여하는 ‘우리민족 쌀자급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북이 생산기반 시설장비, 생산기술연구, 수로 정부 및 연결,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기후연구, 재해대비에 협조해야 한다는 부연설명이다. 이 후보는 한미FTA를 폐기하고, 한중FTA협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공약으로 강조했다. 



공통된 공약

후보들은 공히 식량안보를 무게있게 공약으로 걸었다. 심상정 후보는 식량자급률 50%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삼았고, 이를 위해 기초농산물 국가 수매제 시행을 걸었다. 문재인 후보는 농지를 적정수준 보전·관리하면서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하겠다고 첨부했다. 안철수 후보는 ‘국가식품계획’을 수립해 식량부족과 기후변화에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소득안전망으로 농업직불금에 대한 사항도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후보는 고정직불금을 현재 ha당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하고, 밭작물 직불제 품목도 확대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농식품 예산의 15%에 불과한 직불예산을 대폭 끌어 올리고, 쌀 직불금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한편, 고정직불금도 현실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외에도 농축산물유통구조 개선, 친환경농업 육성, 농작물재해보험 지원대상 확대, 자연재해보장제 도입 등에서 세세한 차이는 있으나, 한목소리를 냈다.

빠진 공약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농연, 축단협 등 농민단체들이 촉구해 온 농정공약 요구사항들 중엔 각 대선 캠프에서 추가로 포함시켜야 할 항목이 남아있다.
우선 갈수록 줄어드는 농업예산 확충에 대한 추진력있는 대책이 빠져있다. FTA 대책마련, 직불제 확대 시행 등 내년부터 공약사항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 편성이 미온적이다. 2013년 전체 예산의 5.4%인 18조3천466억원의 농업예산은, 공약을 실행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규모다. 농민단체들은 전체예산의 7%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정희 후보외에 농가부채 해결에 대한 언급이 없다. 농민소득에서 농가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농업계 현실이다. 농가부채특별법을 제정해 농가들의 신용을 회복시킬 수 있는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1997년 농업 연구 및 지도직공무원이 지방직으로 전환되면서, 중앙의 연구개발된 신기술 및 시책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개선사항이다. 농업진흥기구의 국가직 환원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산물 생산비 반값 정책도 농민들의 숙원과제다. 농업용 면세유에 대한 지원 확대, 농사용 전기 요금을 농업용 시설에 적용하는 등의 세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지속 가능한 축산 사육여건 조성도, 최근 대두되는 이슈다. 무허가 축사를 양성화하고, 친환경 축산단지 공영개발을 추진하는 등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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