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엘리트농, 99% 중소농보다 중요


가족농→기업농, 중소농→영세농, 보조금→민간투자

규모화·고부가가치화 실패…모태펀드규모의 9.4% 투자 그쳐


 

글 싣는 순서
1. 기업농과 중소농 ‘맞트레이드’
2. FTA 허브국가, 농업을 밀다
3. 선진농업 장막 ‘시장경제’
4. 협동조합에 길을 묻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직후인 2008년 3월18일 농림수산식품부 업무보고 때 “네덜란드나 덴마크처럼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운을 떼며 ‘기업형 수출농업’ 정책 개시를 알렸다. 영세하거나 규모가 작은 환경은 생리적으로 싫어했기에, 경지정리하듯 바꿔 나갔다. 농정에 가장 걸림돌이었던 중소농에 대해서는 보조를 없애고 이농을 권장했다. 대기업 몇 개만 존재하면 MB농정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기 때문에 ‘중소농 죽이기’ 정책은 쉼없이 만들어졌다. 더불어 ‘비즈니스프랜들리’에 맞게 대규모 영농회사, 마케팅 CEO 등을 내세우며 ‘세계와 경쟁하는 강한 농식품산업’ 정책 또한 줄기차게 세워졌다.

MB농정 5년이 끝자락을 보이고 있다. 기업농 위주의 지원 정책과 시장주의에 입각한 경쟁력 강화 정책이 농업·농촌·농민에 어떻게 접목돼 있을까. 정부의 표현대로 부가가치와 효율성이 떨어지는 중소농의 형편은 어디에 머물러 있을까.
MB농정의 종합적인 진단이 필요할 때다. 이에 본지는 송년특집으로 지난 5년간 현정부가 농정철학으로 내세웠던 ‘돈버는 농업’에 대해 다각도의 분석을 시도코자 한다. 우선 기업농 육성정책에 대해 알아본다.




개별농가 ‘아웃’…기업농 육성제도

이미 예고됐던 대로 정부는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농정 패러다임 전환이란 명목으로 2009년초 기업농 육성 정책을 만들었다. 개별농가 중심 정책에서 기업형 주업농 정책으로의 전환을 기본틀로, 비농업계의 자본투자 제한을 풀면서 민간투자를 추진했다. 그간 농업을 보호하는 취지의 특별지원에 대해서는 경쟁을 유도하고 시장중심으로 체계를 바꿨다. 밀리면 도태되는 구조인 것이다.

그해 1월에 마련된 ‘농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르면 작목반 형태 또는 개별농가 형태로 품목관리를 하고 있는 국내 농업으로는 수급조절과 신상품 개발 등 품목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품목단체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조직화 단계별로 정책자금 지원업무를 단체에 이양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즉 개별농가 지원정책은 없애겠으니, 중소영세농의 이농을 유도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농업분야 투자유치 촉진을 이유로 진입규제를 완화하고, 유통·식품업체 등의 농업분야 참여 확대 정책을 폈다. 농식품 전문투자펀드 사업도 만들었다.

농업의 규모화와 고부가가치화가 이뤄졌을 경우 대규모 자본 유입이 가능하다는 분석 하에 2011년까지 1천억원 수준으로 펀드조성을 확대한다고 계획을 세웠었다. 예정대로 2011년 말 현재 조성된 펀드조성 자금은 9개 펀드, 2,3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허나 이중 투자된 금액은 215억원(9.4%)에 불과, 민간투자자의 농업 규모화·고부가가치화에 대한 시선은 저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식품분야 모태펀드 조성은 농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서 출발했다. 2010년 기획재정부와 KDI(한국개발연구원)이 주최한 ‘국가재정 운용계획 농림수산식품분야 공개토론회’에서 정부는 “1990년대 말부터 이뤄진 농가·농촌 지원정책이 계획되거나 실현되면서 비효율적 요소가 축적됐기 때문에 당분간 지원정책을 재정비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농정정책자금 지원을 줄이고, ‘돈되는’ 사업에 따라 선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농업을 기업구조로 해석하는 것이다.

“다방농민…거지근성…”

기업농 육성 정책이 중소농 말살 정책임이 입증된 것은 정책 발표한지 2개월만의 일이다. 이명박대통령은 2009년 3월 뉴질랜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잘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농업개혁을 해야 한다”면서 “뉴질랜드와 네덜란드를 롤모델로, 보조금을 없애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핵심 수출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뉴질랜드 농업 개혁의 핵심이 정부의 각종 보조금을 없애고 농업에 시장 원리를 도입했기 때문이란 점에 크게 공감했다는 전언이다. 실제 이들 국가의 농정이 MB농정에 상당히 반영돼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보조금 정책을 농업의 경쟁력과 연계시킨 점이 눈에 띤다. 즉 융자사업이외의 농업지원사업이 농민들에게 불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 대통령의 농업에 대한 기조 자체가 중소농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채워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데, 정부 지원정책에 기대서 나약해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농업 무시 풍조는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있던 ‘김종훈(새누리당 의원) 망발’로 좀 더 확연히 드러난다. 김 본부장은 2010년 12월 1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있었던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조찬 세미나에서 “다방농민이란 말이 있다. (농민의)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할것이냐”고 말했다. 국내 농업현실을 다방에서 공무원들과 커피를 마시며 보조금을 타먹는 부도덕한 농민들로 매도한 것이다. 결국 정부의 정책에, 보조금지원사업을 ‘암’적인 존재로 인식한 것이다. 하지만 보조금을 삭감한 농촌은 경쟁력 대신 소득양극화, 도산 등의 단계를 밟고 있다.

대형패커&빚쟁이 고령농

현정부의 대표적인 기업농 정책이 대형패커(축산물 생산·도축·가공·판매 일관 추진)육성사업이다.
올초 농식품부는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책으로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사업을 들고 나왔다. 2017년까지 농협이 운영하는 정육점식당 100개소를 추가 개설하고, 일반정육점을 2015년까지 1천개 프랜차이즈(안심축산물 전문점)화해 판매망을 구축, 다단계 유통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과 정육점 1천개소에 대한 ‘안심축산’브랜드화는 농협중앙회에 일감을 몰아주는 형식이란 진단이다. 수직계열화 구축으로 영세농가들이 자진폐업하거나 위탁농으로 유도한다는 게 본래 목적이란 전언이다. 결국 축산농가 정리작업의 일환인 셈이다.

중소농을 전업규모 기업농, 돈버는 농업 등으로 바꾼다던 현 정부 농정 청사진은 농가 경제조사에서 여실히 실패가 입증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농가 평균소득은 2007년 3천200만원에서 2011년에 3천10만원으로 줄었다. 도시근로자 소득의 59% 수준이다. 국내 농업의 근간인 중소농이 영세농으로 떨어진 것이다.

중앙대학교 윤석원 교수는 “MB정부는 단기간에 드러나는 전시농정에만 치중했다”고 지적한 뒤 “산업으로서의 농업만 인식해 경쟁력만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일부 엘리트 농민과 농기업만 육성하면 될 것이라는 안일한 정책으로 일관했다”고 진단했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정확히 말해서 현정부는 농업에 대한 철학이 없었다”며 “경쟁력은 고사하고 식량자급률, 농가부채, 소득양극화, 가족농 대책 등 어느하나 시도조차 안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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