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가공산업… 소비확대로 농가소득 지지

지난해는 쌀 가공산업에 있어 기념비적인 해 이다. ‘쌀 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2012년 5월 23일 시행. 이하 쌀 가공산업육성법)을 통해 그 동안 정부양곡의 잉여분을 처분하기 위한 창구 정도로 인식되어 온 쌀 가공산업이 당당한 ‘산업’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쌀 가공산업은 법률적 근거 뿐만아니라 쌀 생산농가의 소득증대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의무까지 부여받았다.

최근 쌀 가공산업은 다양한 방면에서 발전하고 있다. 쌀가루를 통해 수입 밀가루를 대체하고, 쌀의 기능성 강화와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한국형 미곡종합처리장(RPC)은 수확후 관리기술이 미흡한 동남아시아에 수출됨으로써 해외농업 투자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쌀 가공산업의 2013년은 기대가 가득하다. 쌀 가공산업육성법에 근거한 쌀 가공산업발전 5개년 계획이 처음 시작되고, 원료의 자급을 위한 가공용쌀 계약재배의 기틀도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 동안 진행되어온 R&D 및 소비촉진 등에 대한 주요 실적을 통해 쌀 가공산업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


 쌀가루 제분 및 기능성 연구…“쌀 가공제품의 다양화 견인”

다양한 쌀 가공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중간소재인 쌀가루의 품질이 중요하다. 빵, 과자를 만드는데 밀가루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와 같다. 밀가루와 달리 글루텐 성분이 없는 쌀가루는 각각의 제품에 맞는 제분기술이 더욱 강조된다.
또한 밀가루의 제분비용은 kg당 200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쌀의 제분비용은 kg당 500~700원 정도로 비싼 것이 현실이다. 쌀과 밀의 원료가격 차이와 함께 제분비용에 대한 차이 역시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다. 이러한 밀가루와의 격차를 해소시켜야 수입 밀가루에 길들어 있는 국민 식생활을 우리의 쌀가루로 대체할 수 있다.

지난 2010년부터 한국식품연구원에서는 ‘쌀가루 용도별 제분기술 고도화 및 고품질 쌀 가공제품 개발’(이현유 박사)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제분기술 고도화 연구는 다양해지는 소비패턴과 줄어드는 쌀 소비를 확대시키기 위한 전략에서 출발했다. 면류와 제과, 장류 등에 맞게 쌀가루의 품질규격화 지표를 확립하고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한 쌀 가공제품의 다양화, 고품질 제품 생산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연구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밀가루 20만 톤을 쌀가루로 대체할 경우 매년 창고비용으로 사용되는 470억 원과 밀가루 수입비용 700억 원 등 12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지난해 11월 22일 준공된 캄보디아 시범RPC는 동남아시아 한국형 RPC의 수출모델이 될 전망이다.
가공식품용 쌀 소비는 매우 다양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쌀가루 수요전망과 공장건립 타당성 분석. 2010)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음식료품 제조업의 쌀 소비량은 34만 9372톤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내산 쌀이 18만 4450톤, 수입산이 16만 4922톤을 차지했다. 국내산 쌀의 경우 대부분 식품 제조업에서 소비했고, 수입산의 경우는 주정제조에 가장 많은 소비가 집중됐다.
2008년 기준으로 쌀 가공식품산업의 시장규모는 1조 8000억 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밀가루의 10%를 쌀로 대체하는 ‘R10 프로젝트’와 쌀가루 제분기술의 확립으로 인해 고품질 쌀 가공제품 개발이 활성화될 경우 4조원 시장으로 확대가 기대된다.

제분 및 제품화 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쌀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성분과 미강, 쌀눈, 파쇄미 등 연간 50만 톤에 달하는 쌀 가공 부산물의 기능성에 대한 연구도 중요한 분야다. 이에따라 ‘쌀 유래 기능성 소재 개발 및 쌀의 건강 기능성 구명’(한식연 하태열 박사)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이미 쌀과 쌀 부산물에서 쌀단백질, 팹타이드, 세라마이드, 감마 오리자놀 등을 비롯한 유용성분을 분리, 소재화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까지 흑미 안토시아닌 등에 대한 기본적 분리, 분석 등의 기초연구가 수행됐다. 특히 흑미 안토시아닌의 경우 효율적인 추출기술 확보로 제품을 생산한 바 있지만, 다양한 식품조건에서 안정화 기술의 미비로 산업화에 애로를 겪고 있다.

 한국형 RPC 동남아 수출…‘캄보디아 쌀 산업 일관체계 구축사업’

미곡종합처리장(RPC)은 1988년 한국식품연구원에서 개발되어 정부 정책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에 보급됐다. RPC는 벼의 수확후 양적·질적 손실을 줄였고, 쌀의 품질개선과 처리비용, 노동시간을 절감시켰을 뿐만아니라 정부 수매기능을 보완하는 등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했다.
또한 단위기계와 시스템 개발을 촉진하는 등 관련산업을 발전시킨 성과로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의 성공사례가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캄보디아 반테이 메아 체이(Banteay Mean Chey)주 쁘리넷 쁘리(Preahnet Preah)군에 한국형 RPC가 준공됐다. 벼의 수확후 관리기술이 부족한 동남아시아에 한국형 RPC가 준공됨에 따라 RPC 관련 시설과 설치업체의 수출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지난 2010년 6월 캄보디아 정부가 우리에게 쌀 산업 발전방안 관련 사업수행을 요청했고, 우리 정부는 한국식품연구원을 중심으로 한국형 RPC와 건조저장시설 및 관련 기술을 지원해 쌀 산업 일관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에 합의했다.

캄보디아 경제는 농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그러나 재배나 수확후 처리기술, 유통 등의 인프라가 미흡해 낮은 미곡생산성이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캄보디아에 준공된 한국형 RPC는 벼의 반입, 건조, 저장, 가공 및 유통을 담당하는 DSC (Drying Storage Center 벼 건조 저장 시설)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반입시설은 연간 3600톤, 건조시설은 연간 3000톤의 처리가 가능하다. RPC 가공능력은 하루 최대 24톤의 처리능력을 갖추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한국형 RPC 수출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농림수산식품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진행되며, 국내 플랜트 수출 증가 뿐만 아니라 수혜국의 농업농촌 발전과 한국형 RPC의 세계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술 품질인증제…우리술 산업발전 및 전문가 양성

쌀 가공식품이 한식세계화와 맞물리면서 소비시장에서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떡볶이다. 한식세계화의 첨병으로 불리던 떡볶이가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켰다면 바통을 이어받은 다음주자는 막걸리다. 막걸리는 국내보다 해외, 특히 일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수출량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막걸리 열풍으로 높아진 우리술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고, 품질 보증과 소비자 신뢰 제고를 목적으로 품질인증제가 도입됐다. 우리술연구센터(한국식품연구원)는 품질인증제를 전담하는 기관으로 효모와 누룩 곰팡이 등 양조미생물 분야 연구와 우리술의 우수성 구명,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및 네트워킹을 위한 종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1년부터 시행된 ‘술 품질인증제’는 탁주(막걸리), 약주, 청주, 과실주, 증류식 소주, 일반증류주, 리큐르 등 7개 주종에 대한 품질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우리술연구센터 김재호 박사는 “우리술의 품질 향상과 고품질 술의 생산 장려 및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센터가 설립됐다”면서 “질 좋은 우리술의 소비확산을 통해 우리 농산물 소비 촉진에 기여하고, 술 산업 활성화로 우리술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12년 말까지 술 품질인증은 111개 제품이 신청했고, 이 가운데 74개 제품이 현재까지 품질인증을 유지하고 있다. 주종으로 보면 탁주(막걸리)가 66개 제품으로 약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약주(4개)와 과실주(4개)가 다음이다. 이 가운데 100% 국내산 농산물로 제조하는 경우가 57개 제품 77%를 차지하고 있다.

술 품질인증을 획득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65.2%에 해당하는 업체가 “품질 유지를 위한 지속적인 개선에 도움됐다”고 응답했다. 약 40%의 업체는 “술 품질인증에 따른 인지도 상승”을 밝혔고, 26.1%의 업체는 “매출증대가 나타났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술 품질인증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전체적으로 향상되지 않았다”는 의견들이 상당수 있어, 소비자 인식이 크게 변화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김재호 박사는 “우리술 소비 확산을 통한 국산 농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서는 제도 홍보에 노력해야 한다”면서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져야만이 소비자와 제조자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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