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담아라”…농정특보 등 여론수렴 창구 설치 우선


FTA·농산물수매 등 ‘누수’ 뚜렷, 인수위 보완 촉구
기술농업 강조…MB농정과 차별 분명해야
농산물 가격보장·소득보전 등 현안 해결책 절실





“농업을 직접 챙기겠습니다.”
대선 직전에 한 농민단체가 마련한 대선후보 토론회장에서,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이 방명록에 남긴 글귀다. 박 당선인는 글을 쓴 후에 “이게 오늘(토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하기 전이란 점에서 어떤 굵직한 공약보다 박 당선인의 농업에 대한 입장과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멘트로 믿고 싶다는 게 당시 농민들의 여론이었다. 말대로라면 청와대에 농정특보를 별도로 개설한다는 약속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객관적인 농정공약 부재. 그간 대선 후보들과 농정공약을 비교 분석한 결과, FTA관련 사항이나 농산물 가격지지 정책 등에서 대책이 결여된 것이 발견됐다. 이에 농업계는 MB정권과 똑같은 상황이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농업계는 박 당선인이 대선 활동을 펴면서 농업분야에 관심을 피력한 사안이나 공약사항으로 꼽은 내용을 간과할 수 없는 처지다. 며칠 뒤부터 전문가들로 꾸려진 인수위에서 대안을 만들고 이에 대한 박 당선인의 최종 판단이나 관심도를 관측할 수 있는 척도는, 현재로선 농업계를 접한 그때그때의 발언에서 찾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세간에 짧고 감성적인 어록으로 유명한 박 당선인의 표현을 고려하면, 더욱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의 농정공약과 관련 발언을 다시 요약한다.  

“농정공약 손질 제대로 해야”

박 당선인은 5대공약을 내놨다. 그 배경으로 농민의 소득을 높이고 농촌의 복지를 확대하는 동시에, 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농정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고 목표를 설정했다.
‘행복농업 5대 약속’이란 제목으로 내논 농정공약은 △직불금 확대, △농자재값 안정, △농어민 안전재해보장제도 도입과 농어업 재해보험 확대, △농축산업 유통구조 개선, △첨단과학기술 접목을 통한 농업경쟁력 상승을 내세웠다. 하지만 많은 농학계 전문가나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대대적인 농정공약 재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FTA에 대한 언급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한미FTA를 지속하고, 한중FTA를 찬성한다는 입장도 농업계와 마찰요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농민들의 숙원과제인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 도입 문제, 농지개혁 특별법 제정, 농가부채 해결책, 협동조합 개혁 등의 부문에 있어서도 공약사항에 추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볼라벤’으로 경험한 농업피해

이중 박 당선인이 대선활동 중에 먼저 언급한 게 재해보장과 재해보험 관련 얘기다. 9월1일 태풍 ‘볼라벤’과 ‘덴빈’으로 피해를 입은 충남 논산지역 인삼밭과 딸기재배단지인 비닐하우스 시설을 돌아보면서 였다.
이때 박 당선인은 마을회관에서 만난 현지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인삼밭이나 낙과 피해가 많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 걱정이 크다. 대책을 많이 내고 그래도 못미치는 부분들은 같이 오신 국회의원들과 대책을 논의해 빨리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5대 공약에 오른 재해보장제도와 재해보험 확대 방안으로 강조된다. 이 공약은 일반 산재보험 수준의 농어민 안정재해보장 제도를 도입하고, 농업 재해 품목을 현행 35% 수준에서 2017년까지 50%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별도의 농어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해야 하고, 농업 작물 재해를 공공재의 피해 성격의 공보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얼마나 수렴할 수 있을지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통구조 개선 ‘헛구호’ 막아야

농자재값 안정대책 또한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박 당선인 공약에는 농자재 업체들의 가격담합을 막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사료구매 시스템을 개혁하는 등의 목록이 기재돼 있다.
농업계는 이와 관련, 사료구매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성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농자재원가를 공개하는 것,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담합행위를 정기적으로 조사토록 명시하는 등의 내용도 첨부토록 요구하고 있다.
현행 6단계의 농축산물 유통구조를 3단계로 개선하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는, 가장 어려운 과제를 아무런 방안없이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비난이 강하다. 농업개혁으로 일컬어지는 유통구조문제는 공개적이고 다각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업 ‘효율성’ 인식, 재해석 필요


무엇보다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첨단과학기술 접목을 통한 농업경쟁력 제고 사항이다. 농업분야 R&D투자를 확대하고, IT를 활용한 첨단 생산유통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등의 방안은 MB정부의 농정실패 요인이 됐던 경쟁력제고 항목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 당선인은 9월 11일 농촌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지난해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 농업정책전문가가 네덜란드 농업에 대해 95%가 과학기술이고 5%가 노동이라고 했다”면서 “우리 농업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학기술과의 접목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다소 농업의 다원적기능을 무시하고 시장경쟁에만 매달렸던 MB농정과 비슷해 보이는 문제로 지적된다.
더불어 MB정부의 시장주의에 편승한 농업정책에 대해 정확한 비판이 선행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를 통해 박 당선인도 농업발전을 경쟁력 강화, 효율극대화 등으로만 해석할 것이라는 의혹을 말끔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감성적 표현…“오해없도록 실천해야”  

“농민들에게 부족한 면이 없도록 꼼꼼히 챙기겠다.” “일관성을 갖고 농정을 추진하겠다.” “현장에 답이 있고 길이 있다는 것이 확고한 소신이다.” “농촌에서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구제역 파동으로 눈물을 흘리셨다.”
남성이 지배적인 정치현실에서 말투 또한 남성 중심의 건조한 언사가 대부분이다. 박 당선인의 발언은 농민들에게 충분히 감동으로 다가선다. 하지만 농정공약은 감성적 표현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농업직불금을 올려준다면서도 농가소득 보장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어떠한 감언이설도 결국 농민들의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농산물 가격보장 정책과 소득지지 대책을 병행해야 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여론수렴이 중요하다.
이와관련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는 최근 논평을 통해 “겸허한 마음을 갖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국정을 수행하겠다는 당선자의 초심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 “중요한 것은 공약이 ‘헛구호’가 되지 않기 위해 실행여부를 가름할 수 있는 농업예산 확충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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