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중심 수급안정 모델… 농업회사법인 안심배추(주)


수탁 아닌 순수 ‘매취사업’…2012년 공동계산 300억 원


▲ 충북 진천군 진천읍 삼덕리 일대의 하우스 600동에서 출하용 김장배추를 계약재배하고 있다.
지금까지 산지유통정책은 정책자금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공동출하·통합마케팅 확대를 통한 산지 경쟁력 강화의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외형적인 성장에 치중하면서 집행된 정책자금의 절반 가까이가 단순수탁 용도로 사용되면서 내실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단순수탁 형태로 개별 출하되는 농가에 지원되는 자금이 오히려 산지 규모화·조직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판단 하에 2013년부터 산지유통활성화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신청자격을 공동계산취급액 15억 원 이상, 공동계산율 15% 이상인 법인조직(생산자 지분 51% 이상)으로 강화했다.
2012년 11월 말 기준으로 산지유통활성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직 가운데 공동계산과 통합마케팅의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우수 사례를 소개한다.


◆ 2010년 배추파동이 남긴 교훈

장바구니 물가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나 농업 및 유통 관계자 대부분의 기억 속에 2010년은 ‘배추파동’이 빠지지 않는다. 대형유통의 소비자 가격이 1포기 1만 5000원까지 치솟았고, 대통령은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를 식탁에 올려라”라는 발언으로 국민들의 비난을 샀다.

정부는 양파국장, 배추국장 등의 유행어를 생산하면서 품목별 담당자를 지정하는 등의 호들갑을 떨었고, 애꿎은 공영도매시장과 유통종사자들이 뭇매에 내몰렸다. 그 가운데 무, 배추 품목 유통 및 생산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던 산지유통인들은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집중감시 대상으로 떠올랐다.

채찍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정부는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무, 배추 유통에 있어 산지유통인의 역할을 일정부분 인정하면서 법인화를 도모했다. 산지유통인이 법인화를 통해 제도권 내로 들어올 경우 APC 사업이나 수매자금 지원 등의 정책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당근을 제시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무, 배추 관련 영농조합법인과 종자 및 농자재 업체, 김치업체 등 14개 법인이 참여한 통합 마케팅 조직으로 농업회사법인 안심배추(주)가 2011년 3월에 출범했다.

◆ 농업회사법인 안심배추(주)… ‘생산자 중심의 수급안정’

안심배추는 ‘엽·근채소류 가격안정화 구축’을 사업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2010년의 경험을 통해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민간의 사업적 판단이 맞물려 출범한 형태지만, 실질적으로 산지 및 유통활동에 참여하고 있던 개별 법인들이 하나로 뭉쳐 통합 마케팅 조직을 탄생시켰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안심배추는 전국단위 수급조절과 유통 효율화를 위한 기반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여러 법인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전국단위의 수급조절에 강점이 있다. 안심배추의 각 참여조직은 직접영농을 하거나 계약재배를 통해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배추의 경우 1년 동안 4번의 작기가 전국을 돌면서 쉼 없이 진행된다. 따라서 각각의 지역별 시기별로 생산과 소비에 따른 유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안심배추의 통합 마케팅은 판로는 물론, 엄격한 검수과정을 거치면서 브랜드 관리로 이어지고 있다.

▲ 안심배추는 올해 김장철부터 전국의 홈플러스 매장으로 무, 배추를 납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국을 강원권, 중부권, 호남권, 영남권, 제주권의 5개 권역으로 생산과 유통량을 조절하는데 산지유통센터(APC)의 역할은 중요하다. 안심배추는 정부 지원을 통한 APC 사업을 진행하며 우선적으로 강원도 영월에 1000평 규모의 APC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2013년 5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 영월 APC의 경우 한꺼번에 1000톤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안심배추 이상훈 기획실장은 “영월 APC 시설에는 시범사업으로 CA 저장고가 들어선다”면서 “CA 저장을 통해 6~8개월까지 저장기간을 늘리고, 참여조직인 김치업체를 통해 원물가공의 방식으로도 수급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CA 저장이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산소의 농도를 저장 농산물의 종류·품종에 알맞게 조절하는 장기 저장법으로 주로 과실류 저장에 이용되고 있다.

안심배추 여상식 부사장은 “지난 2010년과 같이 배추값이 급등할 경우 안심배추는 도매시장 출하를 우선으로 한다”면서 “정책자금수혜에 따른 책임과 함께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안심배추는 수급안정에 따른 조치가 최우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 농업회사법인 안심배추(주) 김병철 대표


“무·배추의 수급안정사업을 위해 탄생한 안심배추는 참여조직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공동 마케팅과 공동계산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권역별 APC 사업을 통해 생산자 중심의 수급안정 사업을 이끌어, 2010년과 같은 급격한 유동성을 방지하고 엽근채류의 전국단위 수급조절 및 유통효율화를 위해 땀 흘리고 있다.”

안심배추 김병철 대표는 “생산자가 대형유통을 비롯한 소비지 시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공동선별과 공동계산을 통해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내년부터 변화되는 산지유통정책이 그동안 실적만 강조하던 것에서 탈피, 생산자조직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 산지유통활성화사업의 경우 외형성장에 치중하면서 단순수탁 형태로 개별 출하하는 농가에게까지 자금이 지원되어 왔다. 단순수탁을 사업의무량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산지 규모화·조직화에는 걸림돌이 되어 왔다는 지적이다.

안심배추를 구성하고 있는 19개 조직 가운데 11월 30일 기준으로 산지유통활성화사업 통합조직에 참여하고 있는 조직은 7곳. 공동계산 실적은 22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12월 5일부터 산지유통활성화사업 통합조직에 1곳이 추가되면서 연말까지 공동계산 실적은 300억 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안심배추 참여조직은 규약을 통해 공동계산을 필수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면서 “이를 기본으로 안심배추가 19개 조직에 대한 산지유통활성화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로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안심배추는 참여조직이 직접 또는 계약재배를 통해 공급한 원물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대형유통업체, 농협중앙회 채소사업소, 공영도매시장 등에 판매하는 통합 마케팅 조직, 참여조직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통합 마케팅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생산원가 및 유통비용을 절감시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구조로, 생산자 중심의 수급안정에 방점이 찍혀있다.

또한 안심배추는 전국 5대 권역에 8곳의 APC 시설 완공과 6개 상시 작업반 운영 등, 종자·예비묘·농자재 및 김치가공업체 등이 출자법인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어 씨앗부터 재배, 저장 및 가공에 이르는 명실공히 엽근채류 계열화의 완성도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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