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현 석
축산과학원 난지축산시험장 연구관


말은 집에 가둬 기르는 가축과는 달리 부지런히 움직여 에너지를 소비해 버리기 때문에 지방질은 몸에 잘 축적되지 않는다. 그래서 말고기는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은 육류에 속한다. 특히 살코기가 많은 등심과 앞뒤다리, 엉덩이 부위는 지방이 거의 없고 대부분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들어 국내 말 사육 두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대개 경주용, 승마용과 고기용으로 사육되고 있다. 말고기 쓰임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면 삼국시대부터 말고기 육포 등을 일본과 교역한 사실이 일본서기에 기록되어 있고, 고려 문종 27년에는 제주도에서 말을 진상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말이 제주도의 특산물로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제주도에서 매년 섣달에 암말로 만든 육포를 조정에 진상했으며 말고기가 제사에 이용됐다는 기록도 있다. 연산군일기에는 말고기가 양기를 돕는다 하여 즐겨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말 사육규모는 성장 추세에 있다. 1980년에 3천894두에서 2010년 3만402두로 30년간 8배 정도 증가했다. 이러한 사육두수의 증가는 말고기 소비 증가로 이어져 말 도축도 2004년 359두에서 2010년 781두로 급증했다. 말고기는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질기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말고기의 대부분이 식용 목적이 아닌 경주를 목적으로 사육되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경주에 부적합하거나 또는 나이든 말을 단기에 비육해 말고기로 유통시키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비육 기간을 거친 말고기는 살코기 사이에 지방이 침착돼 구우면 맛있으나, 경주용 퇴역마는 적정 사육기간이 지났을 뿐 아니라 경주에 적합하게 근육을 늘리는 사양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고기의 육질이 질길 수밖에 없다.

말고기를 즐겨먹는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비육전용 말 품종을 육성하고 비육기술을 개발해 마블링이 잘된 말고기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도 말고기 소비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비육 전용마를 육성하여 고품질의 말고기를 생산·공급할 필요가 있다.

말고기는 쇠고기에 견줘 지방함량이 낮을 뿐 아니라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 우리 몸에 좋다. 특히 말고기에는 생선이나 어유에 많이 있다고 알려진, 인체 세포막 구성성분이자 심장병이나 암 예방, 성장기 어린이 두뇌발달에 중요한 오메가쓰리 지방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또한 말고기는 타 육류에 비해 팔미톨레익산이 훨씬 많이 들어있다. 팔미톨레익산은 사람 피부를 보호하는 피지의 주요성분으로, 항균작용을 통해 피부를 보호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말기름은 오래전부터 민간요법으로 사용되어 왔다. 농사철에 손발이 거칠어졌거나 겨울철 아이 손등이 갈라졌을 때 사용했으며 뜨거운 물이나 불에 화상을 입었을 때 환부에 발라 치료했다.

말고기 색깔은 진한 적색을 나타내는데 이는 철분을 함유한 미요글로빈 함량이 높다는 증거이다. 빈혈예방은 물론 효소 활성화 기능을 갖고 있는 말고기의 철분은 쇠고기의 1.8배, 돼지고기의 3.9배나 된다.
또한 말고기의 칼로리도 다른 고기보다 낮아 현대인들의 비만 해소 등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어서도 건강 참살이 식품으로 손색이 없다.

한편 최근에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같이 말고기에도 등급제도가 시범 시행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고품질의 말고기를 선택해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과 프랑스에서 말고기가 고급 요리이자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은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말고기가 식용으로 활성화될 때 말산업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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