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 우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 사무총장


농림수산식품부에서 1998년 가동한 ‘농산물유통개혁위원회’의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이듬해 현행 농안법의 기본골격을 이루는 내용으로 개정이 완료되었다. 사실 법이란 해당분야의 종사자들이 꼭 지켜야 하는 것을 확정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법 제40조의 하역업무 조항에는 그 당위성을 바탕으로 한 실천의지가 담겨 있음이 이채롭다. 제1항을 보면 도매시장 개설자는 ‘하역비의 절감으로 출하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의무사항을 서술해 놓았다. 그동안 관계당국이 하역체제 개선을 위해 이런저런 모습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당위적인 조항에 뒤이어 제2항이야말로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아니 되도록 한 실질적 제재조항이다. 도매시장의 업무규정에 규격출하품으로 정해진 농산물의 하역비 즉, 표준하역비는 수탁판매주체인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이 부담한다.’라고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괄호 안에 표준하역비를 ‘도매시장 안에서 규격출하품을 판매하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드는 하역비’라고 정의해 놓았다. 하지만 어떤가. 이렇게 되고 있는가? 우리나라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대표하는 가락시장의 경우 위탁상장수수료로 4%를 공제하고 있는데, 여전히 이와 별도의 하역비를 징수하고 있다. 그동안 가락시장에서 거의 모든 품목을 규격출하품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볼 때, 이는 제42조 수수료 등의 징수제한 조항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근래 이 조항이 문제가 되자, 법적인 부담주체 쪽에서는 2002년 당시 출하자 대표와 합의했으니 상관없다고 이야기한다. 이야말로 그렇게 법을 조성했던 취지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역비의 절감을 위해서는 하역업무의 사용자가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개정 이전에는 전국에서 가락시장에 출하하는 불특정 다수의 출하주가 사용자일 수밖에 없었다. 실재 하역비를 절감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주체가 형성되어야, 비로소 절감노력도 수행될 수 있음은 불문곡직이다. 그런 뜻에서 하역비의 부담주체를 도매시장안의 종사자로 하는 조항이 마련되었음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물론 하역단가 협상이 있을 때에 몇몇 출하조직의 대표들이 참여하였지만, 체제의 개선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도외시한 채 단가인상의 요인들에 대해서만 논의하다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제2항의 확실한 적용이야말로 하역체제 개선의 시발점이 될 것이며, 거기서부터 하역업무의 효율화는 비로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제4항을 살펴보면 하역노조가 수행하는 하역체제의 개선 필요성을 의식하여 하역전문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설정되어 있다. 이는 임의조항으로 필수적인 것이 아닐뿐더러, 10%의 부가세 별도부담 문제,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노동조건의 악화 내지 하역업무의 질 저하 등의 문제점이 커서 채택키가 참 난망한 체제다.

대체적으로 도매시장 안의 상인대중들은 하역인원의 도매시장법인 직원화가 가장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야만 자기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하역기계화를 추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정 당시의 학문적 자료들을 살펴보면, 파렛트를 사용하는 완전한 하역기계화가 이루어진다면 거의 1/5 수준으로 하역비가 절감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문제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지만, 보다 근본적인 체제개선은 시작도 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하역단가는 정액으로 계속 인상되어 왔다. 농산물가격은 일반적인 물가인상분 만큼의 가격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각종 사용료와 마진은 정율의 수수료를 통해 해결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하역, 진열, 배송, 배달의 그 단계마다 중복적으로 발생하는 물류비는 이제 공영도매시장의 경쟁력을 현저히 저하시키고 있다. 출하 농민과 직접적 유통주체, 그리고 소비자 모두의 불만을 사고 있는 이와 같은 체제는, 하루속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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