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현
농업과학원 발효식품과



역사학자, 철학자, 사상가 등이 인류 역사에 대해서 수많은 학설과 논리, 이론 등을 발표하였다. 아마 그 많은 이론을 소개하는 데만도 몇 권의 책이 필요할 것 같지만 나는 다른 관점에서 보고 싶다. 자원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원 쟁탈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원시 시대에는 생존에 필요한 양식을 얻기 위하여 자연과 다른 부족, 인종, 타인과의 갈등관계와 협력관계를 동시에 유지하였고, 더 많은 자원과 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수많은 전쟁과 죽음이 인류 역사에 늘 존재하였다. 최근에는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의 전쟁, 물을 확보하기 위한 인접국가 간의 갈등 등 수많은 자원다툼이 진행 중에 있다.

지금 진행 중인 자원전쟁이 끝나고 나면 2단계 자원전쟁의 주인공은 유전자원의 전쟁이다. 유전자원은 기후변화 등으로 촉발될 수 있는 식량위기의 해답이 될 수도 있고 산업소재, 천연물 신약 등 미래 성장동력의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품종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재래 유전자원 등에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원을 이용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그 단적인 예가 고급채소류로 사용되는 파프리카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살리신을 분리해 개발하였고,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도 식물종자에서 추출해 만들어졌다. 이 이외에도 수많은 활용사례가 있어 식물 유전자원에 대한 중요도가 증대되고 있다. 따라서 각 나라에서는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확대하기 위하여 열을 올리고 있고, 우리나라도 여기에 합류하여 적극적으로 국내외 유전자원 수집에 열 올리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도 세계 5위의 유전자원대국이 되었다. 하지만 이 유전자원 확보 전쟁도 그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각 나라에서 자국의 유전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정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수집보다는 국제협력을 통한 교환 등으로 그 방법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 아마도 미생물이 될 것 같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수는 약 5×1030정도이다. 세계인구가 약 6×109정도이니 인간의 수에 비하여 1021배이다. 인간의 몸에 자라는 미생물의 수가 약 1013〜 1014로 전 인류의 수 보다 약 1000배 이상 많고, 미생물의 무게만 해도 약 5조 톤에 해당하고 길이만 해도 약 530광년에 해당할 만큼 길다. 또한 미생물은 지구상 생물이 가지는 탄소와 질소의 50%와 90%를 미생물이 가지고 있고, 지구상의 산소 50%이상을 미생물이 만들어 낸다. 어찌 보면 지구의 진짜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미생물일지 모른다. 보이는 세계는 인간이 지배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의 주인공은 미생물일 것이다.

이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주인공들은 서로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하여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견제와 공생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다. 이러한 공생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이용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데 현재 이 미생물중 1%정도만 인간이 이용하고 있고 대다수는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미생물 자원은 식품과 사료를 만들기도 하고, 미래 에너지로 각광받는 바이오에탄올 등도 미생물의 역할에 달려 있다. 또한 자연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생활 쓰레기의 분해, 친환경 소재의 개발, 천연물 신약 등 그 가치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러한 미생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미생물자원 은행 등을 통하여 자원의 확보 및 보급의 역할을 뛰어넘어 자원의 활용성 및 신기능 개발을 통한 가치제고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미생물 자원 확보 노력에 치중해 왔으며 미생물 자원의 활용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미흡한 상태이다. 따라서 산업미생물, 농업미생물뿐만 아니라 식품미생물 등을 포함하여 국가차원의 미생물 자원 수집 및 분류, 특성 검정을 통한 자원화체계를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영과도 지극히 부합되는 일이며, 미래 우리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게 될 마지막 자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