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농기업육성정책…“FTA보다 대기업이 무섭다”


동부팜화옹(주) 이어 새만금·영산강 기업농 본사업 ‘초읽기’

시설채소·축산 등 대기업 참여 일부 품목 전멸 위기



올해 영산강지구는 전기시설 설치가 끝나는대로 유리온실사업이 시작됩니다. 새만금지구도 3년 뒤부터 생산에 들어갑니다.”
MB정부의 대규모 농업회사 육성사업이 포문을 열고 있다. 타깃은 국내 농민을 향하고 있다. 경기 화옹간척지의 동부팜화옹(주) 토마토 생산으로 서막을 올린 ‘대기업 농업진출’은 당초 목적이었던 농식품 수출전문단지라기보다, 시설농업, 축산업 등의 분야부터 국내 농민들의 생존권을 먼저 떠미는 수순을 밟고 있다. 90%이상 수출을 조건으로 대기업들에게 농업생산을 허락했다는 정부의 결정이 오판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화옹지구 농식품수출전문단지’ 조성사업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이 영산강, 새만금에서는 더 크게 번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 이달부터 출하되는 동부팜화옹의 5천여톤의 토마토가 수출이 되건, 내수시장에 풀리건 충분히 시장을 교란시킬 것이고, 이는 토마토생산 농가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공산이다.
이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당장 기업농 육성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가족농 중심의 국내 농업기반을 수출주도의 기업농 구조로 바꾼다는 발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년사이 1만2천호(2012년 115만1천호)의 농가가 사라지는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결국 대기업 대 개별농민의 ‘전쟁터’가 만들어진 것이고, 그 결과는 간단명료하다.


대기업으로의 경지정리

대기업의 농업 진출은 2008년 이명박정부의 시작과 같이한다. ‘비즈니스프랜들리’는 정확히 농업에도 적용됐다. 1년여동안 준비된 MB농정의 농기업 육성정책은 2009년 1월29일자 농식품부 보도자료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농업, 미래형 첨단산업으로 거듭난다’는 제하의 보도자료엔 비농업분야의 농업분야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농업회사법인의 민간 지분제한 75%를 폐지하고, 축산업 진입규제를 철폐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유통사업 참여와 펀드 확대 조성을 통한 농기업 지원대책을 제시했다. 법인에 대한 법인세 감면과 외국인 투자유치 확대 방안도 덧붙였다. 더불어 정책자금 지원 방향도 ‘시장친화적 전환’이란 명목으로, 농기업들의 소득계획에 따라 지원대상을 선정할 수 있게 했다. 반면 농민들의 개인소유 시설과 장비에 대한 보조금은 줄였다.

농업정책이라기 보다 기업육성정책에 가까운 농어업선진화방안은 2011년 ‘식품산업진흥 기본계획200-200’으로 노골화됐다. 2017년까지 식품산업 시장규모를 245조원으로 확대하고 농식품 수출 200억달러를 달성하는 한편, 식품산업 종사자를 2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수출전문단지를 조성한다며 새만금지구(농산무역, 동부정밀화학·동부하이텍 컨소시엄, 새만금 초록마을), 영산강지구(한빛들주식회사, 장수채, 대영산업컨소시엄, 삼호용암영농조합) 등의 대규모 농업회사를 선정했다.
정부는 이들 기업들을 선정하면서 기존의 영세농과 경합하지 않는 부문과 지역으로 기업진입을 제한한다고 했다. 확실한 보호장치를 해놨기 때문에 농가들의 영농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옹 토마토는 초토화의 시작이다”

정부가 화옹간척지 유리온실사업에 FTA기금 87억원을 투입했다. 지반강화, 전기, 통신 등 인프라 구축에 쓰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기업인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화옹(주)는 이를 그대로 받아서 축구장 7배 크기인 4만5천평(15ha)의 유리온실을 짓고 토마토를 재배했다. 물론 처음 시작은 전량 수출 계획이었다. 그러나 연간 5천톤 규모의 토마토를 수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유일한 수출국인 일본에 수출할 수 있는 규모가 4~5천톤(2012년 3천500여톤)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량 수출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농가들이 개척한 시장을 빼앗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국토마토생산자협의회 임준택 회장은 “FTA 등으로 외국 농산물과 경쟁해야 할 마당에 대기업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싸우는 상황이 됐다”고 호소했다.

토마토 농가들은 정부나 동부팜화옹측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논산에 위치한 동부팜한농의 계열사인 동부팜에서 생산하는 토마토가 올 1월부터 국내 유통업체인 홈플러스와 납품계약을 맺은 것을 지적했다. 동부팜은 현재 1만2천평(4ha)의 유리온실에서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생산해 내수시장에 출하하고 있다. 그만큼 개별농가들의 판로가 닫힌 것을 의미한다.

이런 대기업의 개별농가 잠식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대규모 농업회사 육성사업으로 시작된 대규모 간척지 분양사업은 이미 농산물 생산을 준비중이다. 새만금과 영산강에 위치한 기업형 유리온실은 올해부터 본사업(시설채소 재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 실천 중이다. 2016년에는 선정된 대기업 모두 생산에 돌입하게 될 예정이다. 선정 당시 정부는 “대규모 농업회사가 수출형 영농을 실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등 미래 농식품산업 발전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시설원예, 한우, 종돈, 낙농, 새싹채소, 고구마 등의 품목이 새만금간척지(700ha)와 영산강간척지(713ha)에서 대량 재배되거나 사육될 경우 국내 농업 판도는 예상할 수 없는 지경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기업 농업진출 결사저지”

지난 정부가 농업분야의 대기업 진출 규제를 풀어주면서 벌어지고 있는 농업계의 위기는, 이전 상황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길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대기업들에게 간척지를 30년까지 장기 임대하고, 기반시설비를 국비로 지원하는 정부의 태도를 우선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리온실을 설치하고 있는 동부팜화옹측에 기반시설 설치비로 FTA기금 87억원을 지원했던 것이 농민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들의 농업 진출 의도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기업 생리상 농업진출은 농업의 발전을 위해서라기 보다, 이윤추구가 절대적인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농업부문의 수익성보다 일반법인이 취득하지 못하는 농지를 소유해 미래의 사업부지를 미리 확보하려는 계산이 많다는 것이다. 현대서산농장이나 SK임업, 한화도시개발, LG의 곤지암예원 등이 그랬듯이 저가에 부지를 확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론 농업의 새로운 부가가치에 투자하겠다는 판단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기술과 능력을 농업분야에 접목시켜 얻을 수 있는 시너지를 충분히 염두해 둔, 장기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동부그룹의 경우 새만금 간척지 100만평을 확보해 논 상태로, 유리온실과 한우단지를 계획하고 있다. 비료와 농약, 종자사업으로 비축한 노하우와 계열조직의 재배·가공·식품·유통업을 적용하게 되면 일반농가는 물론 해외농산물과도 경쟁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농가들이 동부팜한농의 농업계 진출을 결사 반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일반농민들을 몰아내는 ‘기업육성정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중단하라고 농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이 잇따라 성명을 내면서, 요구하는 것은 대기업의 농업생산 진출을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농민단체들은 농지규제 완화 조치를 다시 검토하는 한편, 출자제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 정부지원 정책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없이 소수 대기업으로 나라의 경제가 안정될 수 없는 것처럼 다수의 중소농이 뒷받침하지 않는 나라의 농업은 지켜내기 어렵다”면서 “대기업의 농업 진출은 한마디로 말해 농기업을 육성하고 중소농을 퇴출시키는 농업계 정리해고 구상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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