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현
국립종자원 종자유통과장




춥고 지루하던 긴 겨울도 슬금슬금 물러나고, 봄꽃 소식과 더불어 농사철이 시작되려 한다. 이때가 되면 농업인들은 올 한해의 풍성한 결실을 기대하며 농사에 쓸 씨앗부터 챙기게 된다.
예로부터 농부는 당장 굶을지언정 씨앗으로 쓸 곡식은 먹지 않고 소중히 간직해 두어왔다. 자기는 굶어 죽더라도 씨앗은 남겨 놓아야 자손이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볍씨 선택은 맏며느리 고르기와 같다.”는 옛말에서 알 수 있듯이 좋은 씨앗을 고르는 것은 농사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국립종자원은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하여 1975년부터 벼, 보리, 콩 등 식량작물의 정부보급 종자를 생산하여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벼는 기상재해 등을 대비한 안정적인 식량생산을 위해 내재해성 품종 위주로 종자원의 인적, 물적 능력으로 생산 가능한 최대한의 종자를 공급해 오고 있다.

벼 종자 공급량은 1980년에 2천 톤, 1990년에 8천 톤, 2000년에 13천 톤이던 것을 올해에는 2만2천500 톤으로 확대, 전국 볍씨 소요량의 약 50%를 공급할 계획이다. 콩, 보리, 밀 등의 종자는 농가의 희망에 따라 4년에 한번 종자갱신이 가능한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공급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국립종자원이 공급하는 벼 보급종자는 철저히 품질관리를 한 것으로서 농업인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종자생산과정의 논에서 1차적으로 다른 품종이 섞이거나, 특정병에 감염되지 않았나를 검사한다(圃場檢査). 포장검사에 합격한 논에서 수확을 한 벼에 대하여 발아율, 품종순도, 피해립, 이품종 등의 검사(種子檢査)를 하고 이 검사를 모두 통과한 농가의 벼를 수매한다. 수매된 종자는 국립종자원의 자동화된 현대식 시설에서 철저한 재선별 과정과 종자소독을 거친 후 우수한 종자만 농가에 공급한다.

특히 금년에 국립종자원은 생산된 종자가 농가에 공급되기 전까지 두 세 차례의 추가 발아시험과 모판에서 싹트임 상태와 어린모로 잘 자라는지 육묘시험을 하여 철저히 품질관리 점검을 하였다. 종자가 농가에 공급된 후에도 종자의 품질저하로 인한 농가 피해가 없는지 사후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보급종자를 사용하시는 농업인들에게 몇 가지 당부 드리고자 한다. 공급받은 종자는 햇볕을 직접 받는 곳이나 비닐하우스와 같이 온도가 높은 곳에 보관하면 발아가 잘 안될 수 있으니 반드시 온도 변화가 적은 창고에 보관하여야 한다.

또한 봄철에는 밤낮의 일교차가 커 저온 피해를 입기 쉬우므로 육묘장 보온관리를 철저히 하고, 너무 이른 시기에 파종하는 것은 피해야할 것이다. 또한 종자소독을 할 때에는 반드시 약제의 사용설명서에 따라 희석배수 등을 준수하고, 종자 침종기간에는 싹이 1~2mm 정도 틀 때까지 매일 물을 갈아 주어야 하며, 80% 이상 균일하게 발아한 것을 확인한 후 파종할 것을 당부드린다.
아무쪼록 올해에는 모든 농업인들께서 새 봄의 영농희망 이상의 풍성한 결실을 거두는 풍년 가을을 맞으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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