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창 범
농촌진흥청 축산자원개발부장
한국유기축산연구회장



1970년대 가수 남진이 부른 ‘님과 함께’라는 노래가 있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로 시작하는 노래로서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불렀고 사랑을 받았던 인기곡이다. 또한 어려운 시대를 살았던 국민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활기가 넘치는 노래였다. 21세기인 오늘날에도 회자되고 아직도 노래연습장에서 인기곡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님과 함께’의 배경이며 우리국민들에게 희망의 상징인 저 푸른 초원(초지)의 부활은 어려운 것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한우와 젖소 등 되새김 동물인 소들의 주된 먹이인 사료용 풀을 생산하고, 소를 방목해 키우기 위하여 조성된 초지면적이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9만5천여 헥타르나 되었다.

그러나 가축사육의 형태가 곡류사료 위주 사양으로 바뀌고, 초지에 놓아먹이는 방목방식보다 축사 내 집단사육으로 전환되면서 초지의 활용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현재 초지면적은 3만8천 헥타르까지 줄어들었다. 또한 외국에서 육성된 목초종자를 수입하여 조성된 초지는 여름철 지속되는 무더위와 가뭄 등 이상기후로 인하여 환경적응이 어렵게 되어 결국 황폐화되기에 이르렀다.

다행하게도 최근에 농촌진흥청에서 우리나라 기후환경에 잘 적응하고, 영양가치도 풍부한 목초인 ‘톨 페스큐’를 육성하여 초지조성용으로 보급하게 되었다. 톨 페스큐는 여러해살이 벼과 목초이다. 초지 조성을 위한 목초는 그 특성을 따져보고 적합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예컨대 일년생 또는 몇 개월 동안만 자라는 특성을 가진 목초로는 가축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와 함께 잡초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병해충이나 더위 및 추위에 잘 견디어 여러 해 동안 이용이 가능한 목초가 초지 조성에 적합한 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톨 페스큐 목초는 이러한 특성을 잘 고려하여 10여 년간 노력하여 개발된 것으로, 종자의 국산화는 물론 풀 사료 증산에도 크게 기여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초지의 기능은 소 먹이용 풀 사료로만 이용하는데 그치는 것인가? 아니다. 초지는 친환경적인 축산물 생산은 물론 숲과 풀밭이 어우러진 목가적 풍경 조성을 통하여 쾌적한 국민정서 함양, 관광체험 산업까지 연계가 가능한 것이다. 더 나가서 독일, 일본의 경우처럼 산불방지를 위한 방화대(防火帶) 역할까지 많은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 초지인 것이다.

가수 남진의 노래인 ‘님과 함께’의 가사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모두가 낭만의 정취를 느끼면서 살 수는 없을 것이고, 전 국토를 늘 푸른 초지로 만들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국토의 약 60%가 산지로 덮여 있는 우리나라의 여건을 고려할 때 산림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초지 조성을 확대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산지, 초지 조성은 풀 사료 증산을 통한 국토이용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농업과 관광을 연계한 6차 산업까지 다양한 역할과 기능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공익적 가치까지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등 유럽을 여행한 사람이라면, 산 중턱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와 푸른 초지의 동행을 보면서 부러움과 함께 감탄만 하고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돌아왔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저런 풍경, 저런 평화로움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제주도나 강원도 등 여러 지역에 많은 초지가 조성되어 있으나 그간 잘 가꾸지 못하였다. 관리 소홀뿐 아니라 효율적으로 활용을 못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 ‘감탄할 만한 풍경’을 만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제 초지의 부활을 위해 노력할 시기이다. 기존에 조성된 초지를 다시 잘 가꾸어 나가면서 활용 목적을 다양화함은 물론 산지초지 조성도 친환경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에 ‘님과 함께’라는 노래와 함께 가수 남진이 부활하고 있으며, 가왕(歌王) 조용필이 10년 만에 열정적으로 국민 곁으로 귀환하듯이 초지산업은 다시 일어나야 하고, 국민들에게 한국의 알프스 초지 풍경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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