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중 석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처장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이하여 농업용수 공급을 알리는 ‘통수식’ 행사가 여기저기서 한창이다. 통수(通水)식은 마치 어머니의 젖가슴에서 갓난아기의 첫 수유를 하듯 겨우내 닫혀있던 수문을 열어 수로에 처음 물을 흘려보내는 행사이다. 이날은 지역농업인들이 모두 나와 풍년기원을 담은 제례의식을 거행한다. 드넓은 들녘에 젖줄의 원천이 되는 저수지를 비롯한 양수장, 배수장 등 각종 수리시설물들이 잘 가동되어 안전영농과 풍년을 염원하는 농업인들의 간절한 마음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행사의 기원은 ‘백파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백파제는 ‘한줄기 물이 백 갈래로 갈라져 김제 만경의 광활한 호남평야를 골고루 적셔준다’라는 의미의 ‘一源從是百派’(일원종시백파) 라고 새겨진 비문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1927년 섬진강 상류 운암저수지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시작되어 올해로 86해째를 맞는다. 금년에는 경북 청송군의 신풍저수지를 시작으로 전북 남원의 금풍저수지에 이르기까지 4월 초부터 5월 초에 걸쳐 전국 93개소에서 실시된다.

시설물관리자는 통수식 행사에 앞서 안전영농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를 한다. 한 해 동안의 농업용수 공급대책을 수립하고 광역단위 시설 관리실태와 자동수위계측기 운용실태 등 제반 준비사항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저수량은 충분한지 전국 강수량 등 기상전망은 어떤지를 고려하여 용수상황을 분석하고 시설별 용수확보계획을 마련한다. 저수율 50%미만의 저수지와 단위저수량 200mm이하 저수지에 대해서는 용수확보대책에 따라 한해(旱害)장비를 비치하고 정비 상태 등을 집중 점검하게 된다. 그리고 7만여명의 농촌형 일자리 창출을 통해 평야지역의 젖줄 역할을 하는 용수로의 퇴적토 준설과 잡목 제거, 환경정화 등을 실시하여 취약지역이 없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2012년에는 5월부터 6월까지 누적강수량이 평년의 43%인 110mm로 최근 32년 이래 가장 적은 강수량을 보여 104년만의 가뭄이 들었었다. 가뭄을 극복하고 농업인들의 풍년에 대한 염원을 채워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저수지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4월 12일 경주에서는 산대저수지의 둑이 무너지기도 했다. 규모가 작은 보조수원공이었고,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기는 하지만 시설물관리자들과 지역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을 터이다.

지속적인 농업용수개발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뭄에 안전한 용수공급기반이 미흡하다. 저수지의 95%가 30년 이상 경과된 시설로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용배수로의 60%가 흙수로로 이뤄져 용수손실도 크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가뭄에 안전한 용수공급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통해 농어촌지역의 재해재난 예방과 농업인의 안전영농을 위해 항구적인 대책과 투자에 더욱 힘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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