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영농 생활 속 ‘쉼표 하나’

여성농업인들에게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안정적인 영농생활, 자녀 양육 문제 해결, 평생교육, 여가활동 등 여성농업인들이 꿈꾸는 생활은 단순하다. 그러나 농촌은 이들이 바라는 여건을 충족시켜 줄 수 없는 환경이 대부분이다. 이에 모든 환경을 여성농업인 스스로 개척해 가고 수많은 역할을 떠맡고 있는 실정이다.
합천여성농업인센터(센터장 이춘선)는 지난 2004년 설립돼 10여년간 여성농업인들이 행복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 그들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역할을 분담해 주며 여성농업인의 희망이 되고 있다.


■여성농업인 짐 덜어줄 수 있다면…

합천군은 경상남도에서 최고로 꼽힐 만큼 면적이 어마어마하다. 큰 규모로 인해 문화·편의시설이 모여 있는 합천읍과 대다수의 면들이 떨어져있을 수밖에 없다.
합천여성농업인센터가 자리한 가회면 덕촌리도 합천읍과 자가용으로 1시간정도 걸릴 정도로 거리상 멀리 위치해 있다. 거리만큼이나 생활여건의 질도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
특히 아이들의 교육 여건은 심각했다. 학교이외에는 교육과 놀이 시설이 전무했고, 읍으로 학원을 보내자니 교통편이 없어 아이들은 방과 후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다문화 가정, 조손가정, 귀농인 가정 등이 늘면서 아이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며 교육·보육 문제가 시급했다.
아이들의 교육을 전적으로 맡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이에 가회면 여성농업인들이 모여 공부방을 만들었고, 이것이 모태가 되어 합천여성농업인센터가 설립됐다.
합천여성농업인센터는 지역의 문화적 욕구충족은 물론 생업 전념으로 농가소득 증가와 더불어 어린이들에게 교육격차해소와 올바른 인성을 심어주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여성농업인들의 오아시스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아이들의 행복한 터전 마련

합천여성농업인센터는 가회면, 쌍책면, 가야면 등 3개면에 분소를 마련해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각각의 공부방은 지역 여건에 맞게 자체 사업을 꾸리고 있으며, 학교와 연계해 사업을 펼쳐 시너지 효과도 창출하고 있다.
합천여성농업인센터는 최근 학교에서도 방과 후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 다양한 취미·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가회면 공부방은 청소년 아이들의 진로 탐색에 관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교를 방문한다던지, 지역에 다양한 직업인들을 탐방하며 진로에 관한 꿈을 구체화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쌍책면 공부방은 유치원 아이들부터 청소년까지 폭넓은 아이들을 보육·교육하고 있다. 대부분 하우스 농사를 짓는 지역의 특성상 늦은 시간까지 영농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지만 병설유치원은 오후6시면 끝나기 때문에 이후에는 쌍책면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보육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농업인들은 마음 놓고 영농에 집중할 수 있어 공부방이 든든할 따름이다.

가야면 공부방은 지역민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도서관과 문화센터를 운영하며 제2의 합천여성농업인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가야면 여성농업인들과 아이들은 공부방에서 취미·여가 활동을 하며 생활의 활력을 찾고 있다.
또한 3개 공부방은 공통적으로 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부모가 바로서야 아이들도 올바르게 자라고,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합천여성농업인센터는 부설 기관으로 ‘우리아이 희망합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픔을 가지고 힘겨워 하는 아이들과 집중상담을 통해 아픔을 치유해주고 지원해주고 있다.


■즐거운 영농생활을 위하여
공부방 운영과 함께 합천여성농업인센터는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사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잠깐의 휴식시간이 주워지면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즐기며 즐거움을 찾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마음일 것이다. 여성농업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 휴식과 놀이가 필요했기에 합천여성농업인센터는 다양한 취미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그런데 전에는 농번기, 농한기가 구분이 되었다면 지금은 4계절 모두 농번기로 쉴 새 없이 바쁘다. 이런 여성농업인들이 합천여성농업인센터를 방문해 취미생활을 즐긴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에 합천여성농업인센터는 동아리 형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을 바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 모임별, 취미가 같은 사람으로 동아리를 구성해 원하는 강좌를 지원해주는 형태로 사업을 변화시킨 것이다. 이에 난타, 홈패션, 한지공예 등 동아리 개수를 늘려가면서 여성농업인들의 여가활동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인터뷰 이춘선 합천여성농업인센터장


“여성농업인 주도로 운영됐으면”


여성농업인센터는 여성농업인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합천여성농업인센터는 여성농업인들이 더욱 많이 이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여성농업인센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소모임인 동아리 형태로 여성농업인을 위한 부정기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각각의 동아리가 주도적으로 원하는 교육이나 취미활동을 계획하면 여성농업인센터는 지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 형태가 발전해 시간이 흐르면 합천여성농업인센터가 센터장이 아닌 여성농업인 스스로에 의해 운영되는 곳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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