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을 든 행복한 여자”

‘Honest(정직), Hope(희망), Happy(행복)’
용인시 원삼면에 자리잡고 있는 한강영농조합법인은 초화, 야생화와 같은 꽃묘생산을 하는 한행하(47)대표는 이름 이니셜 ‘H’처럼 늘 정직함, 희망을 갖고 있는 여성농업인이다. 그래서 그녀는 행복하다. 1만여평의 부지에 화려하게, 또 청순하게 핀 꽃들은 보기만 해도 멋과 향기에 취할 정도다.

1991년 남편 황화정씨와의 결혼과 동시에 화훼업에 뛰어든 한 대표는 23년이 지나 지금의 한강영농조합을 에버랜드와 같은 유수의 놀이동산과 지자체에 꽃을 납품하는 선두주자로 발돋음 시켜놨다. 이와함께 서울 서초동과 경기 과천에도 사업장을 마련해 놓고 있다.

자그마한 체구에도 품종선택부터 납품 입찰까지 전과정을 손수 다 해내는 한 대표는 감히 꽃박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꽃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또 이에 걸맞게 경기농업 마이스터대학 화훼과에서 지금도 공부를 하고 있다.

“결혼전에 남편이 화훼를 하고 있었는데 저 역시도 농사가 좋아 결혼을 하고 곧바로 뛰어들었어요. 꽃도 좋았고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확신했고, 그간 고생은 했지만 후회되는 시간은 보내지 않은 것 같아요.”


하우스 25개동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인터뷰를 하는 내내 한 대표는 베고니아, 맨드라미처럼 익숙한 이름의 꽃들부터 디기탈리스, 오스테오스펄멈, 라넌큐러스와 같은 낯설면서도 예쁜 꽃들을 하나씩 소개시켜줬다.

“저는 디기탈리스도 좋아하고요, 오스테오스펄멈도 예뻐해요. 외국 품종들은 어지간하면 직접 들여오는데 매년 신품종을 찾아서 선보이는 것도 즐거워요. 또 꽃은 수입해 적응 테스트를 해 보는데 같은 종류라도 꽃이 좀 더 크고 경관성이 좋은 것을 찾아요. 화려하고 오래가며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색을 지닌 꽃으로 선택하는 것이 저의 농장의 특징이고요.”

한 대표에 따르면 식물도 주인의 성격을 닮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강영농조합법인의 꽃들은 야무지게 피어있는 듯 했다.

특히 한 대표는 씨앗을 뿌리고 발아, 월동을 시키며 까다로운 조건에서의 촘촘한 관리와 관찰을 거쳐 도태된 종은 과감하게 버릴 정도로 최고 상태의 꽃들을 출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대표는 늘 승승장구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많은 화훼농가들의 고민이겠지만 꽃은 예측이 안되는 작물인데 그 해 수요나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아요. 제 때 출하가 되면 가장 좋지만 만약에 안되면 농가들이 많은 피해를 입기도 해요. 또 그 해에 유행하는 색상이나 품종도 맞춰야하고, 놀이동산이나 지자체의 요구조건도 맞춰야합니다.”

이와함께 한 대표는 23년전의 자신처럼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는 여성농업인들에 대한 진심어린 조언도 덧붙였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두려움이 앞서요. 하지만 소신을 갖고 즐겁게 임한다면 우는 날 보다는 웃는 날이 많을 것이라 확신하고요. 이것 조금, 저것 조금 하는 것처럼 조바심을 내지 말고 한 작목에 진득하게 도전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꽃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은 꽃을 가꿀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꽃을 곁에 두고 아름다움을 아는 한행하 대표에게서 꽃냄새 만큼 향기로운 사람냄새가 나는 이유는 왜일까.
전화번호 : 010-8908-4289
주소 :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좌항리 665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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