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중심의 현장기술 개발·보급 매진할 터”

취임 한달여를 넘긴 신임 전혜경 국립농업과학원장은 지난 21일 농업전문지 간담회에서 국가농업과학기관으로 농업기초과학기술과 바이오생명산업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농업의 6차산업화, 농산물 관측정보의 품질향상, 기후변화 대응, 밭작물기계화 등 농업현장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분야에 연구개발과 기술지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눈앞에 드러나는 연구성과에 만족하기 보다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사업을 전개하고, 최종 연구사업의 평가도 수요자의 만족도를 반드시 파악해 성과를 판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편 전 원장은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다닌다. 그간 전 원장이 밟아온 이력은 화려하다. 지난 2008년 3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농진청 R&D 총괄부서인 연구정책국의 국장과 같은 해 10월 한식세계화연구단(현재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을 개편하면서 초대 단장을 맡았다.
이어 2009년 12월에는 국립식량과학원장에 임명돼 농진청 역사상 최초 여성 기관장이 됐다. 그리고 이번에 농진청의 선임 연구기관이자 대표 연구기관인 국립농업과학원 최초 여성 원장의 소임을 맡게 됐다.


■ 국립농업과학원장으로 취임하셨다. 취임소감은?
‘농업이 95%의 과학기술과 5%의 노동으로 이루어진다’는 농정철학을 지닌 박근혜 정부에서 대한민국 농업과학기술개발의 메카인 국립농업과학원의 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새 정부는 ‘희망찬 농업, 활기찬 농촌’을 목표로 ▲농식품산업의 신성장동력화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농촌 건설 ▲농가소득 증대 ▲안전한 농식품의 안정적 공급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5대 농정과제’로 삼고 있다.
5대 농정과제는 농업과학기술의 뒷받침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앞으로 국가 농업·농촌 기초과학기술 연구 개발과 현장 실용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 우리 농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농식품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농촌 활력 증진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언제부터인가 자리를 옮기실 때마다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해왔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가?
그동안 공직에 있으면서 여성이라는 점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고 공직자로서 소임을 다해 왔다. 다만 과거 우리 사회의 ‘유리천장’을 조금이나마 깨뜨리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보람과 그 이상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여성이라고 별도의 대우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굳이 여성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최초보다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그 분야에서 처음 직분을 맡게 되는 초대라는 말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  
앞으로 여성 원장이 아닌 원장 소임을 맡은 공직자로서 농업인, 국민 그리고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업무를 추진하겠다.

■ 매사 합리적이고 섬세하면서도 남성보다 더 열정적인 업무추진력을 지녔다는 평인데, 실제 업무스타일은 어떠한가?
업무에 관해서는 ‘남들이 가지 않은 뒤안길에 꽃길이 있다’는 신념으로 합리적인 방법으로 일을 즐기면서 열정적으로 추진해 왔다. 여기까지 오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행복하고 즐겁게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즐겁게 업무를 추진할 것이다. 
생활에 있어서 ‘배려와 감사’가 매우 중요. 분주한 제 삶에서 가장 크게 배운 생활의 교훈은 ‘양 손에 떡을 쥘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직장에서건 가정에서건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그래서 늘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리더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쁨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기쁨을 줄 수 있듯이 농업인과 국민에게 행복을 주려면 우리 직원들이 먼저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일, 긍정적인 동료관계, 의미·보람, 취미활동 등 4가지 행복원천을 통해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 취임사에서 현장중심과 새로운 가치창출의 연구개발을 강조했다. 그 의미는?
농업은 자연과 함께 하는 종합과학기술의 산물이다. 따라서 연구개발의 대상이나 과제는 현장 속에서 찾아야 하며,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강조하는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차적으로 우리 농업생산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이 돼야 할 것이다. 시야를 넓혀 소비현장, 정책현장, 연구현장에서 우리 농업인과 국민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해 연구개발하고 기술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식품산업의 신성장동력화와 농가소득증대를 위해 전통농업과 신 과학기술과의 융합, 자연과학과 사회과학과의 융합 등 창조적이고 통합적 연구개발 촉진도 필요하다.
앞으로 국가농업과학기관으로 농업기초과학기술과 바이오생명산업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농업의 6차산업화, 농산물 관측정보의 품질향상, 기후변화 대응, 밭작물 기계화 등 농업현장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분야에 우리의 연구개발과 기술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 농과원에서 그동안 많은 연구개발 성과를 거뒀지만 그래도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농과원은 국가기관으로서 우리나라 농업과학기술 기초기반 및 현장애로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과 지원에 일익을 담당해 왔다. 지난해 정량적으로 정책제안 145건, 영농활용 243건, 특허출원 199건, 논문게재 523건, 기술이전 234건 등 많은 실적을 거뒀다. 또한 중앙우수공무원제안 대통령상을 비롯해 14건의 대외 포상 수상으로 우리 원의 위상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농현장 등에서 요구하는 실용화 기술수요 대응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개발한 농업과학기술은 실용화될 때 빛이 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농업인과 국민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수요자 중심의 현장기술 개발·보급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장명예연구관을 활용해 상시 현장애로기술을 발굴하고, 현장발굴 과제를 팩키지화해 파급력 있는 실용과제 기획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장조사, 중간평가 등 연구수행과정에 농업인과 국민 등 수요자의 참여 대폭 확대하고, 개발 기술에 대해서는 신속한 현장 보급 추진 및 미흡하거나 부족한 것은 없는지 상시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추진하겠다.
앞으로 국정과제와 관련된 연구과제와 함께 현장·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에 우선 순위를 정해 R&D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 올해 농과원의 주요 추진업무는?
국정과제와 관련된 연구과제와 함께 현장·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에 우선 순위를 정해 R&D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올해는 ▲ IT·BT 접목 농업생명공학 원천기술 개발 ▲식·의약 기능성 신소재 개발 ▲농작업 기계화·자동화 기술 개발 ▲농식품 자원 부가가치 향상 기술 개발 ▲기후변화 대응 기술 개발 ▲유전자원 확보 및 종자산업 육성 지원 ▲화학비료·농약 등 농자재 저투입 기술 개발 ▲토양 보전·복원 및 농업용수 수질 개선 ▲안전 농산물·식품 생산기술 개발 ▲농촌경관·전통자원 발굴 및 소득화 ▲고령·다문화 등 취약계층 맞춤형 복지 지원 ▲농작업재해 예방 및 안전관리 기술 개발 등 12개 과제에 매진할 계획이다.

■ 농업의 6차 산업화가 화두다. 농과원의 연구역량을 어떻게 접목시킬 계획인가?
기후변화, 시장개방, 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1차 산업만으로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 농업을 생산(1차)×가공(2차)×관광·외식(3차) 등이 결합된 6차 산업으로 육성해 농가소득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원은 6개부와 1개 센터로 구성, 부서 특성에 따라 생산(1차), 가공(2차), 관광/체험/외식(3차)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이를 융합하고 보완해 농업의 6차산업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패키지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기존과제를 서로 연계하고 보완하거나 신규과제를 추진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부서나 연구원이 공동연구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제도나 시스템 구축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 앞으로 창의적인 기관운영 방안이 있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 도약키 위해 국제 수준의 연구인력 육성 및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신진연구자 대상으로 전문성, 창의성, 현장감 등의 역량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워너비 Star 아카데미’ 운영할 계획이다. 중견연구자 대상으로 세계적인 학술지인 셀, 네이처, 사이언스 등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글로벌 우수인재 지원시스템 구축·융합과 창조·소통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내부협력 ‘메디치 프로그램(이질적인 분야의 결합을 통해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현상)’을 운영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창의적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경직된 조직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꿈 꿀 수 있는 유연하고 소통이 원활한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린다.
농업은 ‘자연과 함께 하는 종합과학’이며, 기후변화, 시장개방, 고령화 등 우리 농업·농촌이 지금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그 어느 때보다 농업과학기술의 뒷받침이 중요하다.
우리 농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농식품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농업인의 복지와 농촌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원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 농업과학원과 직원 모두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미래 농업의 변화를 빠르게 예측하는 가운데 새로운 시각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맡은 바 업무에 열과 성을 다해 농업인과 국민에게 사랑받고, ‘제2, 제3의 허문회 박사’를 배출해 ‘21세기 농업혁명’을 이끌어가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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