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준 영
KRA 경마전문가강좌 강사



경주마에게 있어 발굽은 허파와 심장에 비견될 만큼 중요하다. 체중 500kg 대의 경주마가 전력질주를 말하는 습보 착지 땐, 무려 2톤의 하중이 가해진다고 한다. 이처럼 엄청난 중력을 지탱하는 게 발굽인데, 연약해 보여도 실은 놀라울 정도로 견고하다. 
발굽을 가진 동물은 유제류로 불리고 발굽의 모양에 따라 말처럼 굽이 하나인 것은 기제류, 굽이 두 개인 소, 돼지, 노루 등은 우제류로 대별된다.
참고로 강한 전염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염되면 굽이 빠지고 탈락돼 기립하지 못하게 되는 피해를 낳는 무서운 가축질병 구제역의 의심신고가 양성으로 확진되면, 소, 돼지 등 우제류 가축 사육농가, 목장들은 초긴장 속에 비상이 걸리기 마련인데 말 사육목장은 긴장하거나 심려하지 않는다. 말은 구제역과 무관한 기제류 동물이기 때문이다.

건장하게 성장한 아이들을 흔히 ‘말만하게 자랐다’고 표현하거나 얼굴이 긴 관상을 ‘말상’이라 칭하는데, 이는 육상의 포유동물 중 말의 체격이 큰 편에 속하는 데서 유래했다. 참고로 기록상 체중이 가장 가벼운 말은 26kg, 가장 무거운 말은 1500kg 대로 알려져 있다. 말의 뼈는 205개로 사람의 뼈와 동일하다. 말의 시력과 청력은 비범할 정도라고 한다. 육상의 포유동물 중에 이런 동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뛰어나기 때문에 함부로 접근하거나 대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포유류 중 안구가 가장 큰 말의 눈은 머리 좌우에 위치해 있어 사방을 주시할 수 있는 데다 각막과 망막 사이의 간격이 약 38mm로서 안구에 달려 있는 7개의 신경근육들이 상호 작용을 함으로써 동시에 움직임과 회전이 원활하다.
 
말의 귀는 귓바퀴를 깔때기처럼 쫑긋 세워 180도로 움직이는 기능인데, 이러한 기능 때문에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전·후방과 측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감청할 수 있다. 말에게 장난을 치거나 놀라게 할 심사로 뒤에서 살금살금 접근할 경우 뒷발에 채임을 당할 수 있다. 그래서 접근할 때는 항상 측면에서 먼저 눈빛으로 교감한 뒤 다가서 손등으로 목을 어루만지거나 스킨십을 하라고 일렀다.
말은 초식동물이다. 그래서 경주마의 경우 사양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감독, 관리사들이  말의 안부나 트레이닝 적응 및 반응도, 컨디션 등에 관한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채식상태 양호’란 표현을 흔히 인용하고 사용한다.

초식동물은 소나 염소처럼 반추위, 즉 되새김위에서 사료(풀)를 소화시키는 반추동물과 말과 토끼처럼 맹장에서 발효시키는 동물 부류로 구분되는데, 말의 경우 위가 작은 대신 큰 맹장을 지니고 있는 큰 게 특징이다. 말의 맹장은 ‘발효탱크’로 불리는데, 그 배경엔 말과 사실상 공생관계인 미생물들이 맹장 속에서 섬유소분해효소를 분비, 분해되는 포도당 등을 말이 에너지로 취해 쓰는 구조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말의 염색체는 64개, 임신기간은 약 335~340일이다. 한 배에 한 마리 수태가 보통이고 절대적이나, 희귀할 정도지만 쌍태도 있다. 말의 분만 과정에서는 야성의 습성이 드러난다. 뱃속에 있던 망아지가 세상 밖으로 나올 때 머리가 아닌 다리부터 내밀고 나오는 것과 태어나자마자 자력으로 기립하고 걸음마를 하는 게 바로 그 습성이다.

이 습성은 호시탐탐 사냥감을 노리고 맹렬히 달려드는 육식동물, 맹수들의 먹이사냥과 공격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천성이라고 한다.  감각 기능이 참으로 예민한 말의 습성 가운데 군집성과 사회성은 대표적인 습성으로 꼽힌다. ‘동고동락’,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떠올리게 만드는 말의 군집성도 천적들 때문에 갖게 된 보호본능으로 유추되고 해석됐다.
야생에서 무리지어 생활하고 이동하는 말의 무리는 우두머리로 입지를 굳힌 수컷 한 필이 보통 20여 마리의 암말을 거느리는 것으로 관찰돼 보고된 바 있는데, 실은 무리지어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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