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순 호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연구관



자신이 키워온 7개월 된 송아지를 불법으로 도축하다 현장에서 검거된 내용이 텔레비전 방송에 보도된 바 있다. 보도내용은 400킬로그램 이하의 소는 도축이 금지돼 있으며, 전문도축장이 아닌 곳에서 불법도축을 했다는 것이다. 축주는 최근 급격한 솟값 하락과 사룟값 인상으로 소를 계속 사육한다 해도 적자를 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일을 했다고 한다. 솟값이 워낙 떨어진 탓에 도축이 가능한 무게인 400킬로그램 이상까지 소를 키울 경우 소를 팔아도 사룟값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법도축은 사람에게 감염될 수도 있는 브루셀라, 탄저병 등을 검사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전문 도축시설에서 도축을 하지 않고 비위생적인 장소에서 도축된 소가 유통되면 소비자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문제는 도축 시 400킬로그램 이하의 소는 육질등급에서 ‘등급 외’로 구분하고 그나마 250킬로그램 이하는 도축장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도내용처럼 400킬로그램 이하의 소는 도축이 금지돼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축산법시행규칙 제38조 4항에 따른 축산물등급판정 세부기준에는 도축 시 체중에 대한 금지조항은 없다. 다만 도체중량이 150킬로그램 미만인 비육상태가 불량한 경우 육량과 육질등급에 관계없이 등외 등급으로 판정한다는 조항이 있다. 도축 시 소의 가격은 육질등급에 따라 결정되는데 등외로 판정받기 때문에 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250킬로그램 이하의 소에 대해 도축 자체를 거부하는 이유는 도축라인이 큰 소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작은 소의 경우 기존 도축라인에 맞지 않아 도축작업에 불편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축주는 소를 팔아야 돈이 나온다. 지금 당장 소를 팔면 등외등급으로 가격이 낮기 때문에 팔수도 없고, 돈은 당장 필요한 처지인데 적자를 보면서도 소를 사육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그래도 한우는 조금 나은 편이다. 2013년 1월 전국 도매시장 소 평균 경락가격을 보면 육우는 1킬로그램 9천60원으로 한우 1만3천150원의 68.8퍼센트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재 육우농가들이 육우 한 마리를 키워 출하하면 대략 80만원의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지난해 2월 조사한 육우 사육기간별 소득 추정 결과 6개월 사육한 경우는 소득이 4만9천원인 반면 사육기간을 9, 12, 15, 18, 21개월로 늘릴 경우 소득이 각각 5만6천원, 20만7천원, 33만1천원, 53만6천원, 76만3천원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 사육기간이 길면 길수록 사룟값이 더 늘어나 적자 폭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손실을 줄이려면 비육기간을 단축해 조기에 출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축산물등급판정 기준에는 조기 출하했을 때 등외판정을 받기 때문에 제값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축산물등급판정 세부기준을 보완해 도체중량 150킬로그램 이하인 소에 대해 무조건 등외등급이 아니라 등급기준을 정하여 등급을 판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럴 경우 축주는 솟값 하락과 사룟값 상승을 고려해 생산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기에, 그리고 돈이 필요한 시기에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농가입장에서는 사육기간을 단축해 사육비용을 조절할 수도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20개월 이상 된 고기만 구매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선호도에 맞는 다양한 고기를 구입할 수 있는 만큼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소비자 구매에 맞는 다양한 브랜드를 판매할 수 있어 소비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제도적 보완과 함께 도축장 시설의 보완도 필요하다. 250킬로그램 이하의 소를 위한 소형 도축라인이 추가된다면, 즉 돼지 도축라인 규모의 전용 도축라인을 증설한다면 ‘도축거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소 등급판정기준 보완을 마련하는 것 이외도 단기간 비육해 조기 출하할 경우 출하시기별 경제성을 분석해 정보를 제공하는 일도 중요하다. 어느 시기에 출하했을 때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연구를 통해 농가가 출하시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조기 출하한 소고기에 대한 육질 평가결과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등 소비자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관련 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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