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6년전 상황…광우병 쇠고기 온다”



등급조정 때, 광우병발생·전문가이견·개방압력 등 일치

정부, 정권초기·뒷짐 태도·OIE결정지지 등 복사판




미국이 지난달 29일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BSE)에 대한 위험지위를 1등급인 ‘위험무시국’으로 상향조정 받았다. 한국에 대한 쇠고기시장 전면개방의 결정적 조건이 완료됐다는 미측의 자체 설명이 아니더라도, 일대 광풍이 예고되는 터다.

현재의 상황은 지난 2007년 5월 OIE총회에서, 미국이 위험지위 2등급으로 상향조정되던 때와 묘하게 흡사하다.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한지 1년 후에 지위가 높아졌고, 우리측은 정권 초기였고, 즈음에 여러차례 쇠고기 시장개방 압력 예고가 나왔었고….

무엇보다 우리측 국민의 여론과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을 종속관계’처럼 예상대로 결론났고, 국민의 울분도 충분히 예상되고 있다는 것 또한 너무 비슷하게 흐르고 있다.

평가전문가들의 의견차이가 있었음에도, 즉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완전하게 인정받았다고 볼 수 없음에도 OIE는 미국을 광우병 위험무시국으로 격상시킬 수밖에 없고, 회원국들은 박수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국민들의 울분이 똑같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제2의촛불시위’도 무시할 수 없는 지경이 다가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건너 불구경인 ‘비주권’국가

5월26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IE 총회에서는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받고 있는 미국 등 6개 나라가 광우병 위험무시국으로 지위 변경되는 안이 논의 됐다.
결과는 기권표(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참가국이 OIE 과학위원회 상정안을 결정 승인했다. 원안대로 통과된 것이다. 1등급인 위험무시국에 미국, 일본, 네덜란드, 이탈리아, 이스라엘, 슬로베니아 6개국, 위험통제국엔 불가리아, 코스타리카 2개국 등이 상향 조정됐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의 ‘광우병 위험무시국’ 지위변경 결정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간 합의된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에는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또 “총회에서 의사발언을 통해 OIE의 평가관련 자료가 아닌 신청국가의 관련자료를 직접 제공해 줄 것과, BSE 위험관리 조치 평가시 타회원국과의 비교조치보다 해당국가의 조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의 태도는 나름 ‘선방했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여론엔 정반대의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질타다.
안건에 대해 ‘반대표’ 대신 ‘기권표’를 냈다는 것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OIE 전문가 그룹에서 조차 미국의 광우병 등급 상향 조정에 대해 합의점 없이 과학위원회로 넘겨진 마당에, 이에 대한 반대의견이 분명함에도 이를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식품부측은 “분명 특별작업반의 의견 불일치에 대해 과학위원회가 그냥 넘어간 것에 대해 의견서 제출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총회 회의장에서 기권표만 던졌다는 점은, 일종의 ‘방관하는 자세’로 보여지기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수의학계 한 교수는 “일본은 올해 돼서야 겨우 30개월 이하 수입으로 타결했는데, 우리나라는 또 다른 ‘갑을’관계일지도 모른다”면서 “문제를 원천적으로 지적하거나 논의할 수 있는 자리에서, 자국의 주권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포기의사를 냈다는 것은 암묵적인 지지표명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촛불시위 때와 너무 비슷하다”

정확히 6년전인 2007년 5월 25~27일에 OIE 총회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이번과 똑같다. 이 당시에도 미국의 광우병 위험등급이 2등급인 ‘위험통제국’으로 높아졌다. 1년전인 2006년에 광우병이 발병했었고, OIE 과학위원회로부터 미국내 광우병 원인체의 재순환과 증폭 위험성이 언급됐음에도 총회에서 전원 찬성으로 등급이 오른 것이다.

최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012년 4월 광우병이 발생했고, 올해 2월 OIE 특별전문가그룹으로부터 “미국에서 폐사한 소의 23%는 여전히 동물사체 처리시설인 랜더링공장에서 사료원료 및 상품으로 가공되고 있고, 미국내에서 생산된 육골분 사료의 30%는 반추동물과 비반추동물의 육골분을 섞어서 제조했다”고 지적하며 이견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총회에서 전원 찬성으로 등급이 또 다시 올랐다.
6년전 이같은 결정은 미국의 쇠고기 전면개방 압력으로 작용했고, 1년후인 2008년 촛불시위를 야기한 단초가 됐다. MB정권 초기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었다.

당시 미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소 관계자는 “미국이 OIE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 지정은 한국이 고수하고 있는 ‘30개월령 미만, 뼈없는 쇠고기’라는 수입조건을 완화하라고 공식 요구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했었다.    

2008년 4월18일 한미 쇠고기협상이 타결될 당시까지도 미국의 광우병 발생에 대해 과학적으로 명확한 차단장치나, 통제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었다. 2006년 세 번째 광우병이 발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쇠고기협상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OIE 등급 상향조정이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다시 OIE 권고 지침에 따르면 미국과 같은 ‘광우병위험통제국’ 쇠고기의 경우 교역 과정에서 30개월령 이상이면 7가지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을 모두 빼야하지만, 30개월미만일 경우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 이외 뇌·두개골·척수·눈·혀 등은 제거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한미쇠고기협상은 30개월 미만의 뼈를 포함한 거의 모든 쇠고기를 수입개방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동물사료를 쓰지 않을 경우엔 광우병검사 가이드라인인 30개월령 조건 조차 없애기로 약속했다. 협상 2개월 전에도 6만4천여톤의 쇠고기가 리콜사태를 빚는 등 미국의 쇠고기에 대한 검역체계는 ‘불신덩어리’였으나, OIE 등급조정으로 밀어 붙였고 이것이 관철됐던 것이다. 이를 반추해볼 때 현재 상황이 그때와 너무 흡사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예견되는 국민저항

미국의 입장과, 앞으로의 행보는 뻔하다. 한국의 쇠고기시장 개방을 전방위적로 압박하는 적극적인 자세 뿐이다. 지난 2월 톰 빌색 미 농무부장관은 성명을 통해 “OIE가 미국의 광우병 위험지위 평가를 상향키로 한 것은, 미국의 쇠고기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완전히 인정받은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파상공세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수세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에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로 현 상황을 유지토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개방 요구가 있더라도 이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전력이나 OIE 기준을 근거로 한 미국이 취할 압박 등을 감안하면, ‘백기투항’이 예견될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우리와 같이 전두수 쇠고기 이력제 조차 시행하지 않는 나라에서 그때그때 마다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말바꾸기를 하는데, 어떻게 BSE 위험무시국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면서 “문제는 우리 정부의 태도이다. 과거 미국의 광우병 발생을 놓고 현장검증조차 못하거나, 미측의 설명만으로 국민들의 불신을 가중시키던 경우를 감안하면 불안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산하기관 노릇을 하고 있는 OIE에서 다룬 광우병 등급을 잣대로 국민의 건강을 내어 줄 순 없는 일”이라며 “국민들의 불안과 저항이 북받쳐 또 다시 나라의 혼란으로 치닫는 일이 없도록 검역과 위생문제를 재점검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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