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마음에 귀를 기울이다”

증평IC를 지나 굽이진 산 능선을 넘으면 한적한 시골길이 펼쳐진다. 갓 모내기를 마친 논이 펼쳐진 길을 따라 가다보니 ‘청원여성농업인센터’라는 간판과 좁고 비탈진 오솔길이 나왔다. 충청북도 청원군 미원면 수산리 87-5번지, 이곳은 청원 여성농업인들의 쉼터인 청원여성농업인센터(센터장 김정숙)이다. 수선화가 곱게 피어있는 앞마당에 다다르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진다.

■아이들 웃음소리 끊이지 않도록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청원여성농업인센터는 지난 2004년 설립됐다. 농촌에 마땅히 아이들을 맞길 곳도, 공부를 가르칠 곳도 전혀 없어 김정숙 센터장은 자신의 집을 내어주면서까지 여성농업인센터를 시작하게 됐다.

청원여성농업인센터가 위치한 청원군 미원면은 산간고랭지인 지역특성상 고추, 배추 등 밭농사를 많이 짓고 있어 여성농업인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영농생활로 아이들을 돌보는데 소홀해 질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학원을 보내자니 지역에는 아이들을 가르칠만한 곳이 한 곳도 없고, 청원시내로 나가자니 24km나 떨어져 있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김정숙 센터장은 늘 이를 안타깝게 생각했다. 여성농업인으로 살면서, 농촌에서 아이를 낳고 농사를 지으며 사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 이에 청원여성농업인센터를 설립, 지역 아이들을 안전한 공간에서 보호하고, 공부를 가르쳤다. 특히나 최근 농촌에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이 늘어나며 청원여성농업인센터는 더욱 분주해졌다. 지역에 교육을 받을 만한 곳도 없거니와 넉넉지 않은 경제적 여건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치는 아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창원여성농업인센터는 농촌의 아이들이 바르고 올 곧게 자라나 농촌을 이끌어갈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피아노, 태권도 등 매년 다양한 취미 교실을 마련하고, 문화체험 활동, 과학탐구 활동 등을 통해 창의력을 키울 수 있게 돕고 있다. 또 성장캠프를 통해 독립심을 기르고 농촌의 소외된 아이들의 불완전한 자아를 바로잡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여성농업인 지친 몸과 마음 치유의 공간

창원여성농업인센터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다. 여성농업인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도 울려 퍼진다. 여성농업인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알아주는 곳은 여성농업인센터뿐. 창원여성농업인센터에서는 여성농업인들이 원하는 부정기사업을 선정해 운영하며 여성농업인들이 건강한 농촌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장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요가교실’이다. 여성농업인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요가교실은 계획했던 인원보다 더 많은 여성농업인들이 교육신청을 해, 2개 반을 편성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낮에 힘든 농사일로 밤에는 집에서 쉬고 싶을 만도 하지만 꼬박꼬박 요가교실을 참석해 피곤한 몸을 요가로 풀고 있다.

또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싹 날려버리는 ‘노래교실’도 인기 만점이다. 노래를 부르며 삶의 활력도 찾고, 지역주민들과 노래호흡을 맞추며 유대관계도 돈독해지고 있다. 더불어 전통자수공예, 포크아트, 초크아트공예 등 수공예품을 만드는 다양한 취미교실을 통해 여가시간을 활용, 작품을 만들어 자아성취감을 올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 하나 되는 시간

청원여성농업인센터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 여성농업인을 위한 공간과 더불어 가족들이 함께 어우를 수 있는 공간 마련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여성농업인들이 바쁜 농사일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어 가족 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농업인 가족 테마여행은 바쁜 농사일과 경제적 여유 부족으로 자녀들과 문화적 경험의 기회를 자주 갖지 못하는 여성농업인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통해 새로운 문화경험과 추억을 쌓는데 도와주고 있다.

또 여성농업인가족 한마음 축제를 통해 여성농업인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 동안 여성농업인센터 부정기 사업을 통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장기를 자랑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모여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장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농업인과 자녀들이 함께 일본어를 공부하는 일본어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청원여성농업인센터 이주여성 한글교실을 통해 한글을 익힌 일본 결혼이주여성이 강사로 나서서 더욱 뜻 깊은 시간이 되고 있다.


인터뷰 김정숙 청원여성농업인센터장


“농촌에 산다는 것이 자랑스럽도록”

음 여성농업인센터를 설립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낙후된 농촌에서도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농촌, 그리고 나아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이 농촌에 사는 이유만으로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 또 농촌에 소외된 아이들이 방치돼 훗날 아이들이 엇나간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사회의 몫이 될 것이다. 청원여성농업인센터는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농촌 아이들을 보살펴 바르게 성장토록 도울 것이다.
또한 여성농업인들이 농사를 지으며 보람을 느끼고 삶의 활력을 잃지 않도록 여성농업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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