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광 열
한국농어촌공사 담양지사 농지은행팀장




때이른 여름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농촌지역에는 본격적인 영농철 맞이에 분주하다. 올 한해 농사를 짓기 위한 농부들의 바쁜 손길에는 풍성한 수확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묻어나지만 흙먼지 뒤집어쓰며 자식들 뒷바라지에 한평생을 희생한 고령농업인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한 급속한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변화 그리고 고령화 사회 속에서 농업 경쟁력은 점차 감소하여 농지 이외에 별다른 재산이 없는 고령농업인들은 노후 생활 준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촌의 고령화율은 전체 고령화율(11.4%)에 비해 22.3%포인트 높은 33.7%를 기록해 이미 초 고령사회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 농업인의 73%가 1ha 미만의 농지를 경작하는 소규모 영세농이며, 이들 중 연간 농축산물 판매수익이 1천만원 이하인 고령농가가 77.5%로 대부분 노후생계가 불안한 실정이다.

고령농업인들이 안정된 사회복지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문제는 농촌지역 65세 이상 농가 중 46%가 4대 공적연금 및 연금보험 등의 정기적인 연금의 복지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농촌은 각종 연금제도의 사각지대로 사회적 안정망이 취약하며, 노후 대책을 미리 마련하지 못한다면 노후생활자금 부족 등으로 고령농업인의 복지 심각성은 더욱 심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만 65세 이상 고령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를 담보로 노후생활 안정자금을 매월 연금형식으로 지급하는 농지연금제도가 도입되어 시행중이다. 농지연금제도는 농지자산을 유동화하여 노후생활자금이 부족한 고령농업인의 생활 안정지원과 농촌 사회의 안정망 확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매년 농가 사정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고령 농업인들에게 농지연금은 일정한 소득을 지속적으로 지급하며, 정부에서 직접 시행하기 때문에 재원도 안정적이다. 연금을 받으면서 해당 농지의 경작이나 임대를 통해 추가 소득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도 농지연금 제도의 큰 장점이다.
이처럼 농지연금제도는 고령농업인 자신이 소유한 농지자산을 활용하여 생활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 복지문제를 해결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고령 농업인을 위한 맞춤형 실질적 복지 제도이다.

하지만 고령농업인들은 선뜻 농지연금에 가입하기가 망설여진다고 한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에 대한 애착이 강할 뿐만 아니라, 자녀 그리고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깊기 때문이다. 노후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농지연금에 가입하고자 해도 상속받을 자식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하는 고령농가가 많다고 한다.

 중국 한대 학자인 한영의 저서 한시외전에는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 말이 있다. 나무는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가만히 있지 않고,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려하나 기다려주지 않네.‘ 라는 말이다. 한시외전의 말을 깊이 새기며, 한평생 나를 위해 수고하신 부모를 위해 부모가 소유한 자산으로 안정적이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실 수 있도록 자녀들이 먼저 농지연금제도에 대해 관심을 가지길 기대해 본다.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부모의 모습은 부모-자식 간의 부담을 덜게 되고 가정의 더 큰 화목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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