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남성이지만 남성을 지배하는 것은 여성이다.’
역사 속에서 여성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남성과 함께 세상을 일구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의 역할과 업적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남성의 그늘에 가려져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제 여성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고 여성의 역할과 위치가 제대로 반영된 역사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여기 역사 속 여성의 역할과 그들의 삶을 재조명해오늘날 여성의 위치를 확고히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소개한다.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 여성플라자 2층에 자리하고 있는 여성사전시관은 2002년 12월 여성가족부에 의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여성역사를 다룬 전문전시관이다. 일반 전시관이 대상물을 각 시대별로 전시, 설명하는데 그치는 반면 여성사전시관은 시대별 여성의 생활사를 살아있는 삶 그대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형식으로 마련돼 있어 방문객이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관이다.

또 여성사에 관한 역사 교육 아카데미를 비롯해 여성사에 관한 유적지 답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에 관한 심포지엄 등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여성들의 업적과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사전시관 관람요금은 무료이며, 관람시간은 동절기(11월∼2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절기(3월∼10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단 일요일은 휴관이다.(문의. 02-824-3085/6)




◆ 근대이후 여성역사 상설전시
약 250평 규모의 여성사전시관은 ‘위대한 유산 : 할머니, 우리의 딸들을 깨우다’ 상설전시를 통해 근대이후부터 현대까지 약 100여 년간 변화하고 발전해 온 여성의 역사를 5부로 나눠 입체적이고 다양한 전시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성, 깨어나다
근대 초 여성교육과 여권의식을 통해 그 당시 여성의 정체성 확보 및 성장과정을 짚어볼 수 있는 공간이다.

1부 전시관에서 주목할 점은 그 당시 여성교육에 사용됐던 실제 교과서, 이화학당을 재현한 디오라마(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하나의 장면을 만든 것, 또는 그러한 배치), 스쿨걸 아바타 등 눈을 즐겁게 하는 전시물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여성교육의 발전사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여성, 일어서다
교육을 통해 괄목할 만한 의식성장을 경험한 여성들이 자신과 사회를 위해 전개해 나간 다양한 운동과 그 과정에서 겪었던 성공과 좌절의 모습을 동영상과 이미지를 통해 보여준다.

‘우리들의 일기 : 한국여성운동 100년사’라는 타이틀로 불합리한 사회와 환경에 대응했던 여성운동의 태동과 성장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상영한다. 또한 벽면을 한국여성운동 이미지컷으로 장식해 그 시대 여성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

여성, 일하다
여성교육과 운동의 신장으로 사회경제적 참여가 두드러지면서 여성이 사회 안에서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양한 전시방식으로 보여준다. 최초의 여성자선사업가 백선행, 최초 여성사립학교를 세운 김양현당 등 15인의 여성들에 관한 정보를 각각 독립제단으로 구성, 실제 그들이 사용했던 물건을 전시해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15인의 여성전시 옆으로 작은 방이 마련돼 있는데 이곳은 입체영상으로 과거 여성 선각자와 직접 대화하는 것처럼 재현돼 있어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여성, 달라지다
일상생활과 함께 변화해 온 의식주의 재현을 통해 여성사를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전통 남성의 전형적인 상징물인 평생도(平生圖. 사람이 한평생 겪는 여러 가지 생활 광경을 그린 그림)를 현대작가의 솜씨로 여성의 평생도를 재현, 근대이전을 살았던 여성의 일상을 8폭 병풍에 담아 보여준다. 또한 관람객들이 시대별 여성의 의복을 자석으로 만든 인형에 직접 입혀볼 수 있는 인형옷 입히기 등 다채로운 전시방식도 눈길을 끈다.

여성, 표현하다
여성이 한국문화 속에서 어떤 이미지와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또한 재현되어 왔는가를 영화와 시, 소설 등 독특한 전시형태로 보여준다.
‘2002년 여인극장’(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다양한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과 시·소설·민요·노래·영화 등에서 드러나는 여성의 언어를 소리벽을 통해 관객이 직접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

■ 미니인터뷰 - 오 혜 주 여성사전시관 관장

“여성의 정체성 확립 계기 제시”

여성사전시관은 여성들에게 여성의 삶에 대한 긍지를 부여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역사 속의 대표적 위인을 통해 여성사를 살펴보는 전시가 아닌 일상의 삶 속에서 여성사를 찾는 ‘일상의 역사성’을 추구한다.

또한 의존적인 여성의 특권적 위치에서 벗어나 독립된 여성의 시각에서 새롭게 지난 역사를 재해석해, 변화와 발전을 통해 성장해나간 여성사를 찾는데 그 중요성을 뒀다.

청소년들에게는 여성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정립시켜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주부들 즉 여성사의 주체인 여성에게는 본인들의 일상을 되새겨봄으로써 자아정체성을 확립시킬 수 있는 계기를 제시하고자 한다.

여성사전시관은 현재 사단법인 서울여성재단에 의해 위탁·운영중인데 매년 위탁업체가 변경돼 기획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연중 단위의 기획전시가 불가능하며, 운영비와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다양한 전시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협소한 전시공간과 지리적으로 외진 곳에 위치해 전시관을 찾는 관람객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여성사전시관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자체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며, 학교와 단체간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보다 많은 여성들이 이곳 여성사전시관에서 미래지향적인 자신의 삶에 긍지를 갖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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