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들 오늘도 폭싹 속았수다(매우 수고하셨습니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포근히 감싸고 있는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푸르른 바다를 등지고 제주도의 정겨운 현무암 돌담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가니 ‘함덕여성농업인센터’라고 창문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어 멀리서도 여성농업인센터임을 알 수 있는 2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명자 함덕여성농업인센터장이 해맑게 웃으며 “혼저 옵서. 찾아 와줘 고맙수다(어서오세요.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반긴다.

▲ 장류 만들기 도농교류 사업 추진
■ 제주도 최초 여성농업인센터 설립되다

함덕여성농업인센터는 제주도 제1호 여성농업인센터이다. 지난 2002년 설립된 함덕여성농업인센터는 ‘제주도 최초’라는 타이틀로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으며 문을 열었다.
함덕여성농업인센터가 설립될 당시에는 농촌에 문화시설이 전혀 없었다. 열악한 농촌 복지 환경은 여성농업인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했고,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농사일에 여성농업인들은 점점 지쳐갔다.
농한기에 취미·문화 활동을 즐기려고 해도 제주시내까지 나가야 했다. 그런데 제주시내로 가려면 버스로 한 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여성농업인들은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이명자 센터장도 여성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또 여성농업인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농촌 지역에 여성농업인을 위한 문화·복지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이명자 센터장은 앞장서서 여성농업인센터 설립을 추진했고, 이후 고충상담, 농번기 영유아 보육, 농한기 교양·문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여성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 넓은 견문을 위한 문화생태체험 진행
■ 장기 교육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실력

함덕여성농업인센터는 꾸준하고 장기적인 교양·문화 프로그램으로 여성농업인들에게 호응이 좋다.
농한기를 이용해 여성농업인의 농번기 피로감을 해소하고 건강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운영 중인 건강교실이 대표적이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운영한 건강교실-요가는 꾸준한 프로그램 진행으로 여성농업인의 건강 증진을 도운 것은 물론, 요가 강사를 배출하기도 했다.

또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천연염색도 여성농업인들이 실력을 갈고 닦아 이제는 다른 여성농업인을 위해 강의에 나설 정도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12년에 설립된 ‘나빌레라합창단’도 꾸준히 실력을 배양해 지역 요양원, 경로당에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다.
이렇듯 꾸준하고 지속적인 문화프로그램으로 문화욕구를 충족하고 삶의 질 향상과 취미를 개발해 즐거운 농촌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 가죽 천연염색 만드는 여성농업인
■ 여성농업인, 잠재 능력 발휘하다

함덕여성농업인센터에서는 여성농업인들의 손재주를 이용해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손뜨게 교실, 퀼트 교실은 여성농업인들이 한 올 한 올 정성스럽게 실생활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실력을 쌓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제주도의 특산물 중 하나인 말기름을 이용해 비누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천연 마유 비누 만들기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제주도 자원을 활용해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소모품을 자신이 직접 만들어 보고 사용함으로서 성취감을 느끼고, 나아가 관광 상품 판매로 부가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할 계획이다.

■ 직접 보고 듣고 느끼자!
대부분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의 땅을 일구고 살아온 제주 여성농업인들은 섬 밖으로 나가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에 함덕여성농업인센터는 매체를 통해 다른 지역의 삶을 보고 듣는 것보다 직접 방문해 체험해 보는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문화생태 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재배되지 않는 작물을 키우는 농가를 찾아가 직접 보고 수확해보는 체험과 함께 제주도에서는 없는 자연여건인 갯벌 체험도 진행했다.

올해도 여성농업인들의 견문을 더욱 넓혀주고자 경상도 일대를 방문 할 계획이다.
함덕여성농업인센터가 타 문물만 여성농업인들에게 전파하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내 유배지와 역사탐방을 통해 그 지역에 살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제주의 역사를 알리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제주 유배지를 통해 선조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인터뷰 이 명 자 함덕여성농업인센터장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는 곳”

여성농업인센터가 처음 설립될 10여년전만해도 여성농업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복지 여건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지금은 농협,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여성농업인을 위한 문화·복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 문화적 혜택은 늘어났을지 모르지만, 정작 여성농업인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곳은 없다. 여성농업인들은 하소연 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어 속만 태울 수 밖에 없다.
함덕여성농업인센터에는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 뿐 만아니라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고, 답답한 곳을 뚫어주는 그런 곳이 될 것이다. 여성농업인의 아지트처럼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공간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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