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내 이해다툼… 출하자 명분 희석시켜

 

농업인단체간 ‘엇박자’… 출하선택권 두고 ‘이견’


도매시장법인 지정권의 중앙정부 환수와 시장도매인의 매수원칙 확립, 도매시장발전위원회 구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농안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앞두고 멈춰섰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정된 농안법 개정안은 20개 농업인단체의 지지성명을 등에 업고 법안심사소위까지 일사천리로 처리될 듯 보였다. 그러나 해당 상임위에 법안이 상정되자마자 가락시장의 개설자인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들이 국회를 찾았다.

◆농안법 개정안 ‘보류’… “직접 소통·출하자 보호방안 마련해야”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춘진 의원실을 찾은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들은 도매시장 개설자의 입장을 설명하고, 법안의 재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그 동안 개설자인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도시민 소비자를 위해서만 노력했지, 농업인 출하자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에 대한 질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실 관계자는 “서울시가 소비자 입장만을 대변하면서 농업인 출하자들이 소외되어 왔기 때문에 도매시장법인의 지정권을 중앙정부에 환수시키려 한 것”이라며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지정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농업인 출하자를 위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빠른 시일 내에 농업인단체를 찾아 직접 소통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최인배 기획조정실장은 “도매시장에 기대하는 바가 큰 출하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요구받았다”면서 “그 동안 유통주체와 출하자단체 등과 소원했던 관계를 개선하고, 출하자를 위한 정책 마련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성 제고’ vs ‘도매시장 이해다툼’…엇갈린 해석

내부에서도 변수가 돌출됐다. 지지성명을 발표했던 농업인단체 사이에서 이견이 나온 것이다.  “6월 임시국회 통과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연대성명에 동참했던 한 단체가 내부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농업인단체간의 엇박자가 드러났다.

농안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산지를 대변하는 도매시장법인은 농식품부가 지정권을 담당하고, 소비지를 대변하는 중도매인의 인·허가는 지자체(개설자)가 담당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이라며 “농수산물도매시장이 가장 발전한 일본도 이와 같은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전국 대도시에 위치해 있는 도매시장의 소유와 관리를 개설자가 함에 따라 소비자·도시 중심의 행정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농업에 대한 전문성이 미흡하고, 농가소득 및 농산물유통 전반의 정책에 관심이 낮은 지자체 보다는 농업의 전문성을 가진 농식품부가 도매시장법인의 지정권을 행사함으로써 공정성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지난 17일 국회에 출석한 농식품부 여인홍 차관도 “(도매시장법인 지정권의 중앙정부 환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 “농식품부 권한의 지방이양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도매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 정부가 직접 수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기존 상황을 유지하자는 측은 “도매시장법인 지정권을 중앙정부가 환수할 경우 도매시장에서 도매시장법인이 일방적으로 이권을 누리게 되는 것으로 농업인 출하자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면서 “(개정안이) 생산자 농민을 염두에 두고 제출되었다기보다는 농산물 시장 내부의 이해다툼에서 어느 일방을 두둔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고 주장했다.



◆“진정한 출하선택권,매수거래 통한 가격교섭”

시장도매인의 매수원칙 확립에 대해서도 농업인단체간 이견이 제기됐다. 시장도매인의 매수원칙을 주장하는 쪽은 “2011년 기준으로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위탁판매는 65%, 매수판매는 35%로 나타났다”면서 “출하자에게 일방적으로 거래위험을 전가하는 위탁중심의 거래가 주를 이루면서 출하자 보호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유 거래체제인 시장도매인은 감독기관의 관리·감독이 구조적으로 절대 미흡할 수밖에 없고, 위탁과 매수거래의 불확실과 불투명, 차명거래의 가능성까지 존재한다”면서 “진정한 출하선택권 확보는 매수거래를 통한 가격교섭과 대금결제의 불안정성 해소 등에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위원회 최진호 전문위원은 농안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2009년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부도사례가 있으며, 그 피해는 출하농가에게 전가됐다”면서 “농산물의 거래과정이 비공개적이며 투명성이 취약한 시장도매인의 영업방식을 매수원칙으로 정해 시장도매인이 자기 책임하에 판매 업무를 하도록 하려는 입법취지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시장도매인의 매수원칙 확립을 반대하는 측은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의 자유로운 경쟁을 의도적으로 제약하는 것은 퇴행적 법개정”이라며 “서울시 조례제정을 통해 국내 최대 농산물 시장인 가락동 시장에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되어 제한적이나마 새로운 실험이 시행될 때에 즈음하여 이를 불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그 취지의 순수성 자체를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도매인의 반발을 우려하고 있는 농식품부 여인홍 차관은 국회 출석에서 “출하자 선택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더 효율적인 도매시장 운영방법으로 보인다”면서 “위탁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 훼손에 대한 우려는 이번에 발표된 유통종합대책에서 정산조직을 비롯해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나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농안법 개정안은 국회 농식품위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가 잠정 보류된 상태. 관계자에 따르면 농업인단체의 이견들이 하나로 모아진다면 개정안 처리는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견이 계속되거나, 서울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출하자를 위한 대안마련에 충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개정안은 추진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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